페르시아, 아랍 사람들이 무역하면서 우리나라에 오간 역사는 길고 길다. 많은 무슬림들이 아예 이 땅에 뿌리내리고 살았다. 페르시아의 기록을 통해 우리나라에 살고자 했던 무슬림들의 꿈을 만날 수 있다. "신라에 진출한 무슬림들은 자연환경의 쾌적함 때문에 영구 정착해 떠날 줄을 모른다" 페르시아의 마지막 왕자 아비틴과 신라 공주의 아들 페리둔 왕자는 1500년의 한-이슬람 교류의 역사를 열어젖힌 장본인으로 역사에 기록돼 있다.청해진이 철폐되고 30여 년이 지난 876년 당나라에서는 '황소의 난'이 일어난다. 해운 최치원 선생이 이들을
10여 년 전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라는 영화를 보며 페르시아 세계에 흥미를 느꼈다. 학창 시절 즐겼던 "페르시아의 왕자"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라서 더욱더 재밌었는지 모르겠다. 최근 "오징어 게임"이라는 영화가 전 세계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드라마, 영화, 스포츠, 음악을 넘어 골목길에서 뛰놀던 아이들의 놀이가 한류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중동의 고대 제국 페르시아는 우리에게 낯설지만, 어쩌면 익숙한 나라일 수도 있다.세계 인구의 1/4을 차지하는 이슬람과 우리나라는 역사 속에서 어떤 관계를 맺었던가? 또
'바흐 이전의 침묵'은 페레 포르타베야 감독의 2007년 작품입니다. 2009년에 서울에서 상영되면서 음악 애호가에게 제법 알려진 영화이지요. 저는 그동안 제목만 알고 있다가 이제서야 이걸 보게 되었네요. 영화가 기대했던 것과 달라서 처음에는 헛웃음을 지었다가, 영화 내용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서 글로 감상을 남겨 봅니다.이 영화는 상업영화가 아니라 예술영화입니다. 그냥 편한 마음으로 봐서는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지루해할 수 있는 작품이고, 영화를 보면서 졸았다는 사람도 제법 있었던 모양이더군요. 또 청소년이 보면 곤란할 듯한 장면
모든 존재는 명색(名色), 이름과 형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름은 형색을 드러내고, 형색은 이름을 떳떳하게 받쳐준다. 이름이 형색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거나, 형색이 이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삶은 부담스럽다. 형색에 걸맞은 이름 또는 형색에 조금 못 미치는 이름이 편안하고 행복하다고 어른들은 말씀하신다.이름은 형색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이름을 지을 당시 사람들의 염원을 담고 있다. 특히 지명은 많은 사람의 뜻과 생각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한두 사람이 지었다 하더라도 수많은 이의 귀와 입과 가슴을 드나들며 동의를 얻었기에
한려수도의 다도해를 굽어보는 미륵산은 크기는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산이다. 산림청에서 선정한 100대 명산에 들어간다. 산의 높이로만 따졌을 때 100대 명산 중에서 5번째로 작은 산(458.4m)이다. 참고로 사량도의 망지리산(399.3m)도 100대 명산에 들어간다.작지만 큰 산, 미륵산에 고즈넉이 들앉은 미래사는 '오지 않은' 미래의 절(未來寺)이 아니라, '미륵(彌勒) 부처가 올' 절(彌來寺)이다. 세상의 큰 스승인 부처가 오실 곳이니 미륵산은 더더욱 큰 산이다.미륵불을 기다리는 미래사와 미륵 세계를 상징하는 용화사가 남
"이 음원을 듣고 있으면, 베토벤의 초기작으로 그다지 인기가 없는 교향곡 1번과 2번이 사실은 얼마나 혁신적인 작품이었는지를 깨닫고 깜짝 놀라게 됩니다. 교향곡 3번, 4번, 5번 연주의 탁월함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베토벤 교향곡 다섯 작품에 대한 내 마음속 최고의 연주는 이미 조르디 사발과 르 콩세르 데 나시옹의 녹음으로 바뀌었습니다. 교향곡 6번부터 9번까지 녹음한 음원이 하루빨리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제가 지난해 이맘때 칼럼에서 이렇게 썼지요. 1년이 지나 조르디 사발과 르 콩세르 데 나시옹은 베토벤 교향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김춘수의 '꽃' 부분)이름의 시작은 무명이었다. 누군가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무명(無名)은 유명(有名)이 되었다.무명이 유명이 되고, 유명이 무명이 되는 과정에는 인(因)과 연(緣)의 파노라마가 흐른다. 인과 연은 내적 원인과 외적 원인의 만남이다. 둘의 결합으로 인해 아무것도 없는 무에서 유가 나타나고, 크고 화려한 유가 스러져 무로 변해간다. 새가 한 쪽 날개 만으로 날 수 없듯이, 내
미륵도는 현재에 존재하는 미래세계다. 아니 그 너머의 이상세계다. 통영 바다는 자연재해와 인재(人災)로 인해 고통과 불행이 가득한 사바세계이다. 이 고통의 바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그 염원이 미륵도를 빚었다.2,600년 전 인도 대륙의 민중들은 붓다를 염원했다. 지긋지긋한 전쟁과 폭압을 끝내고, 세상을 두루 평안하게 통치할 전륜성왕(轉輪聖王)을 기다리면서, 동시에 고통의 근원을 끊고 영원한 행복으로 이끌어줄 붓다의 출현을 간절히 바랐던 것이다.그랬다. 통영 사람들도 붓다의 출현을 기다렸다. 억압과 고통을 당연하게 받아
무화과나무우아한 곡선 속에 숨어 있는이브의 붉은 혀.
이번 광복절은 어느 해보다 특별했다. 독립운동사의 큰 산이었던 여천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78년 만에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다.국가에서는 최고의 예우를 다해 장군을 모셨다. 유해를 모신 군 특별수송기가 우리 영공으로 진입하는 순간 전투기 여섯 대가 호위했고, 공항에는 대통령이 직접 대기하고 있었다. 건국훈장 중 최고등급인 대한민국장이 수여 되었고, 대전현충원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된 국민추모제에는 장군을 환영하는 국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백두산 호랑이 홍범도 장군의 생애 후반에 벌어진 일과, 1952년 한반도 남단 작은 섬에
모래밭에 뿌리를 내린 버려진 줄 오라기에어디에선가 파래들이 와서 붙어 새끼 나무가 되었습니다.밀려오는 봄 물결에 애기 춤 두 그루!
피에타리 인키넨은 도이치 방송교향악단 음악감독입니다. 2009년에 서울시향을 객원지휘한 일이 있고, 내년 1월부터 KBS교향악단 음악감독을 겸직할 예정입니다. 지난해에는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바그너 4부작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전곡을 지휘할 예정이었다가 코로나-19 때문에 페스티벌이 전체 취소되어버려서, 그 대신 지난 7월 개막한 2021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반지' 4부작 중 '발퀴레'만을 일단 먼저 공연하게 되었습니다.실황 중계방송 녹음을 들어보니 인키넨의 '발퀴레'는 꽤 훌륭했습니다. 멀티채널 녹음이라 현장감이 특히
전신을 덮은 칡넝쿨 속을 흐르는 퍼런 피가물이 될 때까지, 물이 말라 공기가 될 때까지꿈의 목을 묶던 질긴 줄들이편안한 넝마의 춤이 될 때까지나의 곁에서 함께 묶이고함께 춤추는 당신!
이름은 힘이 세다. 특히 한국 사람에겐 분명히 그렇다. 그 힘을 무시하지 못하기에, 온·오프의 그 많은 작명소가 성업하고 있을 터이다. 또 국가에선 개명 절차를 어렵게 만들어 두었고, 그걸 바꾸느라 많은 사람이 애써야만 했다.이름이 갖는 힘은 과학적 사실이라기보다는, 사람들의 믿음에서 나온다고 보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이름의 힘을 믿지 않는 나라와 달리 유독 한국에서 이름의 힘이 강한 것만 봐도 그렇다.이름이 가진 영향력 중의 하나가 그 이름으로 불리는 존재의 정체성을 담는다는 점이다. 대한민국(大韓民國)은 삼한(三韓)의 적통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시카고대학의 로버트 루카스 교수는 대한민국이 이룬 초고도 경제성장의 비밀은 바로 '한국 사람'이라고 했다. 일본 제국주의의 침탈과 동족상잔의 폐허 위에 일으킨 눈부신 발전. 그 기적의 핵심은 국가 리더십도 아니고, 미국의 원조도 아니고, 북한이라는 외부의 적도 아니었다.이 논문이 발표되었을 때가 1993년이었으니, 1997년 IMF 금 모으기 운동이나, 2002년 월드컵 응원, 2007년 태안반도 기름 유출 사건 극복 등에서 보여준 '한국 사람'의 응집력을 만나기도 전이었다. 최근의 K 방역에 이르기까지 세계인
코로나 19와 비대면 사회, 기후 위기와 환경오염, 4차산업과 자영업의 위기 등 역사적 맥락이 바뀌는 지금, 우리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학습의 기회를 맞고 있다.우선 다도해 사람들은 눈앞의 이익을 위해 미래의 이익을 내팽개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한다. 바다와 환경을 지키는 것은 경제적 손실을 불러오는 나쁜 선택이 아니라, 미래의 이익을 보장하는 지름길이다. 나아가 정체된 경제를 뚫어줄 새로운 기회를 품고 있다.모두가 모두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개인과 개인은 분리되어 있고, 국가와 국가는 경쟁 관계이고,
한양천리, 통영은 머나먼 변방에 있었다. 한양에서 뻗어 나간 조선 10대로(大路)의 하나인 통영별로(統營別路)가 있었지만, 통영은 분명 변방 중의 변방이었다. 그러기에 통제영이 될 수 있었다. 한양 가까이 있었다면 통영이 될 수 있었겠는가?동시에 통영은 중심이었다. 중심에서 멀기에 또 다른 중심이 될 수 있었다. 국방의 중심, 조선 최고의 명품을 빚는 공예 산업의 중심, 품질 좋은 해산물이 넘쳐나는 수산업의 중심이었다. 사람이 몰려들고, 물산이 넘쳐나고, 돈이 굴러드는 중심이었다.나라가 망할 때, 통영은 다시 부흥했다. 나라를 지키
'따로 또 같이'를 유효적절하게 적용하는 방법이 "다도해"에 있다. 제일 중요한 건, '열어야 한다', '닫아야 한다'를 고집하지 않는 것이다. 조건 따라 열어야 하고, 조건 따라 닫아야 한다. 열어둔 가운데 닫을 게 있고, 닫아둔 가운데 열어둘 게 있다. 그러니 여닫는 게 자유롭다. 경직되지 않는다.이어질 것은 이어져서 좋고, 끊어질 것은 끊어져서 좋다. 때에 따라 역전되기도 한다. 이었던 것을 끊고, 끊었던 것을 다시 잇는다. 그것이 자연스럽고, 이익이 되고, 지속성도 높기 때문이다. 이어진 상태만을 고집하거나, 끊어진 상태만을
통영 바다는 열린 듯 닫혀 있고, 닫힌 듯 열려 있고, 통영의 섬들은 이어진 듯 끊어져 있고, 끊어진 듯 이어져 있다. 그래서 이 바다와 섬을 고장으로 삼아 살아온 통영 사람들은 열고 닫음과 이어짐과 끊음이 자유롭다고 또는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고 썼다(최광수의 통영이야기 170화 2018년 7월).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받아서 인성과 지성이 결정된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바다와 섬을 바라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바다와 섬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우리가 그걸 인식하지 못할 뿐, 통영 사람에게 바다와 섬은 뼛속까지
수평선 너머에서 불어오는깨끗하고 힘센 바람! 녹슨 가래 뱉으며 누워 있던 이가춤추는 푸른 숨 충만한한 그루 숨관의 가지처럼 일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