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萬波息笛)*그대 일러 슬픔을 덜기 위하여태어난 악기라고 한다지그대 목소리는 애잔함의 표상이지만그 선율로 인해 우리는 늘 윤슬처럼환해지는 세상을 경험한다네*만개의 파도(번뇌)를 잠재우고 가라 앉히는 피리.**팬플룻(Panflute) 악기를 지칭.***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시작(詩作)노트]팬플룻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멀리 눈덮힌 안데스 산맥 고산 준령을 넘나드는 전설의 새, 콘도로(Condor)를 떠올리게 되고, 영험하고 신비로운 고대 잉카문명을 생각케 된다.팬플룻트(Panflute)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
제정구 선생. 언뜻언뜻 그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지만, 뇌리에 남지 않았다. 그를 다시 만난 건 지난해 통영을 방문한 건축가 승효상 선생의 강연을 통해서였다. 승효상 선생이 설계한 제정구 커뮤니티센터가 고성 대가면에 있었다. 강연 영상에서 만난 센터는 정갈하면서도 텅 비어 있어 오히려 꽉 찬 느낌이었다.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으면 없다고 생각하고, 없는 것도 형상을 만들면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교회와 절을 크게 짓는 것도 다 그런 이유겠다. 보이지 않는 말씀을 보이게 해줘야 사람들이 믿고 따르기 때문이다. 반대로 현실에 존재하는 것도
팔월 한가위휘영청 보름달 속에 담긴 전설들두귀 쫑긋 들어보라이 아이 호호헤헤 저 아이 까르르르하늘도 따라 웃다 눈물까지 흘리시네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만 같으시라[시작(詩作)노트]달을 떠올리면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는 이병주 작가의 정감어린 문학적 표현이 먼저 둥실거린다. 서늘하고 고독하면서도 그 속 어딘가에 따뜻하고 포근한 그런 온기를 품고 있을 듯한 느낌!달은 신이고 전령사이며 선(善) 또는 악(惡)의 상징이다. 어떤 문화권에서는 남성이고 어떤 문화권에서는 여성이다. 어떤 곳에서는 죽음을 은
내가 다시 통제사로 임명되었을 때 남해안을 훑으며 조선 수군을 다시 일으킬 비책을 강구했다. 흩어진 병사들을 모으고, 전선을 수습하고, 적의 동태를 살폈다. 자유시 참변 후 그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황망함에 넋을 잃고 있는 이들을 추스르며 사태 수습에 발 벗고 나선 이가 홍범도였다. 나아가 그는 공산당에 진상조사를 요구하기도 했다.나는 승리를 위해 포악한 명나라 장수 진린을 극진히 대접했다. 그의 지휘통제권을 인정하고, 우리 수군의 전공을 진린에게 양보하고, 판옥선도 한 척 주었다. 조정 대신들은 내가 진린과 다투어 전세가 불리해질
아기 공룡 둘리가쥬라기 공원서 탈출했나? 켜켜이쌓인 상족암 퇴적층에서 깨어났나?공룡알 화석에서 부화됐나?오니 고니 지니 시니* 찾아 왔나?궁금 또 궁금, 궁금하면 오백원*'경남고성공룡세계엑스포'의 '온고지신(溫故知新)' 캐릭터(공룡 4마리)이름[시작(詩作)노트]공룡 영화의 고전이 된 1993년 개봉된 영화, 스필버그 감독의 '쥬라기 공원'은 공룡의 대중화에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미취학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연령대 아이들이 특히 열광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공상 소설은 물론 만화 패션 박물관 기념품과 애니메이션의 단골 소재가
이순신 장군이 말씀하신다.나는 이 땅의 평화를 위해 싸웠다. 백성들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어 장수의 길을 택했고, 승리만이 목숨을 살리는 길이기에 주저 없이 적의 목을 베었다. 군율을 어지럽힌 병사를 가차 없이 처형한 것은 승리를 위해서였다. 오직 승리만이 백성을 살릴 수 있기에, 적선을 깨부수었고, 한 놈의 왜적도 살려 보내지 않으려 했다.후손들이여, 나의 죽임이 생명을 살리는 데 뜻을 두었음을 잊지 말라. 나를 승리의 장수로만 기억한다면 나를 욕보이는 것이다.내가 죽고 300여 년이 지나서 이 땅이 또다시 왜적의 총칼 앞에 쓰러
정한수 떠놓고잠결에 듣던 비나이다 비나이다칠성님*께 비나이다자식ㆍ손주 굽어살펴주옵소서간절한 기도소리칠성석(石) 앞에서 옷깃 여민다*옛 선조들이 민간신앙으로 섬겼던 북두칠성(칠성신앙)을 가리킴[시작(詩作)노트]우리 옛 선조들은 북두칠성을 섬겼다. 이는 선조들이 남긴 유물들에서 알 수 있다. 북두칠성은 하느님을 별(星)로 나타낼 때 붙여지는 이름이고 이를 칠성님이라 하여 하느님으로 섬긴 것이다. 칠성이란 북쪽 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북극성을 우주의 중심으로 보아, 이 북극성을 축으로 하여 그 주위를 하루에 한 번씩 회전하는 북두칠성
우산, 또 잃어 버렸다비올 땐 한없이 아쉽다가개일 땐 참 귀찮게만 여겨졌다바로 그게 잘 잃어버리는 이유'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알겠느냐' 경전같은 유행가 가사[시작(詩作)노트]우산하면 영화 '애수'의 한 장면, 또는 '셀부르의 우산'의 포스터에 실린 사진(우산 밑에서 여인은 발돋음을 한 채 연인과 입을 맞추고 있는)이 먼저 떠오른다. 우산장수와 짚신장수 두 아들을 둔 어머니 얘기도 슬며시 미소 짓게 하고, 진정한 친구는 우산을 씌워주는게 아니라 같이 비를 맞아주는 사이라는 말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우산을 의미하는 영어는 umb
패류 중에서 가장 귀하고 값이 비싸 '패류의 황제'로 불리는 전복은 조류 소통이 좋은 연안 암초 지대에서 미역, 다시마, 감태, 대황 등의 해초를 먹고 사는 고급 패류이다.전복은 선사시대의 패총에서 껍데기가 출토될 만큼 먹을거리로 이용된 역사는 유구하다. 우리 문화재 가운데 통일신라시대에 축조되어 사적 1호로서도 유명한 포석정은 돌에 홈을 파서 낸 구불구불한 물고랑 모양이 전복 껍데기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전복은 고려시대 까지만 해도 서민들도 즐겼던 식품이었다. 당시의 이러한 상황은 송나라 사신 일행으로 고려에 왔던 서긍의
만남에는 이런저런 인연이 있기 마련이다. 개중에는 오래도록 성사되지 못하는 만남이 있다. 이런 만남이 덜컥 이루어졌을 때 기쁨은 훨씬 크다. 오비도와의 인연이 그랬다.오래전부터 오비도와의 만남을 기대했다. 산양초등학교에 근무하는 오랜 지인 선생님으로부터 오비도 연가를 들은 이후 남모르는 짝사랑이 생겼나 보다. 짝사랑은 돈도 들지 않고, 상대에게 아무런 기대가 없어 가장 효율적인 사랑이라 했던가? 미륵도 서쪽으로 뻗어나간 풍화리는 늘 먼 곳이었고, 그곳에서 배를 타고 가야 하는 오비도는 더 멀었다.풍화리 장촌마을 선착장에 도착해서 배
큰 바위 얼굴무심히 지나치던 바위에 눈길 가자앗, 참선 도량* 지키는 선원장 얼굴선뜩한 선기(禪氣) 번득이는도솔천 죽비소리 더불어천년을 기다렸다 천년을 기리려니*지리산 자락 아래, 산청 보림선원[시작(詩作)노트]'하계 철야 정진 기간' 중 잠시 선원(禪院) 뒷뜰을 산책하다 대나무 울타리 사이에 여여히 자리잡고 있는 집채만한 바위에 우연히 눈길이 가다가 후다닥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된다. 매번 예사로 스쳐 지나치던 바위에 오늘따라 선원장 얼굴이 어른거리는 것이다. 누군가는 반려견을, 누군가는 멧돼지를 닮았느니 하지만, 필자의 눈에는 분
진또배기*하늘과 지상을 연결해 주는 영혼의 안테나정신문화 돛대 역할까지어느덧 위성 안테나에 그 자리 내어 주고겨우 장식품으로나마 질긴 목숨 부지한 채,빈집 지킴이 역할이라도 잘해야지*솟대의 강원도 방언[시작(詩作)노트]그대는 발길 뜸한 주인의 발걸음을 기다리며 오늘도 산방을 묵묵히 지키고 있다. 집 주인에 의해 탄생한 목숨이라(필자가 직접 제작) 더욱 주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듯 하다.솟대는 최소 청동기 시대부터 전해 내려왔다고 여겨지는 한국의 목재, 석재 종교 건축물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솟대는 나무 솟대가 대부분이지만 돌솟
낮과 밤이 어우러지는 매직 아워(magic hour)에 항남동을 지날 때면, 나는 나전칠기기술원양성소 건물 2층과 주변 하늘을 올려다보곤 한다. 이곳에서 이중섭은 를 그렸다. 검푸른 하늘, 따뜻한 달빛, 모여드는 까마귀들 속에서 그는 무얼 보고 있었을까?강구안으로 걸음을 옮겨, 그날 배에 오르던 이중섭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행색은 초라했으나, 아내와 아이들에게 줄 작은 그림 몇 점만으로 그의 등은 따뜻했다. 이중섭이 꿈에도 그리던 가족을 찾아 일본에 다녀온 사실을 다들 알 것이다. 그런데 통영 강구안 부두에서 상선을
귀는 중요한 기관이지만 상대적으로 귀 건강에 무심한 경우가 많다. 나이가 들면서 귀도 노화하므로 귀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에서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귀 건강을 위협하는 질병과 일상 속 관리방법에 대해 알아보자.어지럼증과 청력저하가 나타나는 메니에르병어지럼증과 함께 귀가 먹먹하고 막힌 듯한 느낌이 들며 이명과 청력저하가 주요 증상인 메니에르병은 20분 이상 지속되는 어지럼증이 2회 이상 발생하거나 낮은 소리에 대한 청력저하가 특징이다. 오심과 구토가 동반되기도 한다. 또 어지럼증은 갑자기 나타나기도 하지만 짠 음식이나 카
소녀의 기도가장 깨끗한 손 모아땅의 마음 하늘의 마음에닿아보고 싶다세상이더 순하고 더 넓어지도록[시작(詩作)노트]비가 오려는 듯 잔뜩 찌푸린 한여름날 넝쿨마 줄기가 바람에 휘날리다 어느 순간 무릎 꿇고 두 손 모은 채 누군가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있는 소녀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어디선가 환청처럼 바다르체프스카의 '소녀의 기도' 피아노 소리도 들려오는 듯 하다. 소싯적에 높은 담장 너머로 새어나오던 아득한 바로 그 소리가.《소녀의 기도》내 생명의 일부를/하늘빛 찻잔에 담아내는/나눔과 베품의 삶/남을 위해 '기도하는 손'은/내가 순하
장맛비가 드세게 퍼붓던 날, 이중섭 기념 기획 전시가 열리는 통제영 역사홍보관에 들렀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이들도 심심찮게 드나들었다. 이중섭의 진품 그림이라고는 은지화 한 점 없는 통영에서 이중섭 전시가 매력적이지 못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통영과 이중섭 - 통영에서의 삶과 교우 세계"라는 부제가 발걸음을 당겼다. "이중섭과통영연구소"에서 주관한, 작지만 주제가 분명한 전시였다.필자는 2016년 7월 15일자 71편에서 "통영은 이중섭에게 빚진 게 없다"는 도발적인 표현으로 이중섭과 통영의 관계를 말한
편견무릎 낮추고 가슴 열고눈높이로 마주한 그대저리도 뜨겁고 열정적인 속내품고 있었다니, 가냘픈 모습손톱 물들이던 풍경 너머로[시작(詩作)노트]"비오자 장독간에 봉선화 반만 벌어/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 두고 볼 것인가/세세한 사연을 적어 누님께로 보내자//누님이 편지보며 하마 울까 웃으실까/눈앞에 삼삼이는 고항집을 그리시고/손톱에 꽃물들인 그날 생각하시리//양지에 마주 앉아 실로 찬찬 매어주던/하얀 손 가락가락이 연붉은 그 손톱을/지금은 꿈속에 본듯 힘줄만이 서누나"통영이 낳은 시조시인 초정 김상옥의 '봉선화'이다.봉선화는 봉숭아,
한산대첩일장검 짚고 서서 호령하던 그 목소리학익진 장엄하다 임진년의 대서사극풍전등화 조국 운명 몸바쳐 지켰어라살았구려 죽었어도거북등대 불빛 속에 숨어드는 님의 숨결[시작(詩作)노트]한산 바다 거북전선적의 탐욕 응징했고명량 바다 열두 전선배달 불꽃 되살렸네노량바다 차가울 제하늘두고 맹세했네이 원수를 다 갚으면아무 여한 없겠다고영웅으로 태어나서성웅으로 돌아가니거룩하다 님의 생애죽었어도 살았도다!/김종대, '충무공에게 바치는 헌시'
통영바다절망하고 슬퍼하는자 나를 보아라넘어졌다 일어서고 일어섰다 넘어지는일어서기 위해 넘어지고 넘어지기 위해일어서는 끝없는 역전의 드라마파란풍경 속 파란 그리움*사진 속 섬은 연대도[시작(詩作)노트]성기혁 작가는 여행기록을 담은 '색채기행'에서 흑산도는 검정이고 봉평은 하양, 창녕은 초록이란 식으로 색과 지역을 연계시켜 갔는데 통영에 대해서는 몇달을 두고도 색깔을 규정하지 못해 곤란을 겪고 있었다. 초록빛 너머로 펼쳐지는 파란 바다의 원색의 꽃은 통영을 하나의 색으로 규정하기가 어려웠지만 결국은 통영의 색깔은 '파랑'이라는 결론을
장맛비 쏟아지는 금요일, 서울행 첫 버스에 올랐다. 빗길 여행이 염려되기도 했지만, 꼭 만나야 할 사람과 꼭 보아야 할 전시가 있어 망설임은 없었다. 해양문명사의 대가인 주강현 교수의 출간보고회가 있었고,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조기, 명태, 멸치 특별기획전이 있었다.장마철이어서 그랬을까? 박물관 관람객의 대다수는 외국인이었다. 오전 11시 해설사를 좇아 전시장 곳곳을 누비기 시작했다. 함께 하는 사람은 단 세 명. 한글 해설이었으니 외국인들은 눈치만 볼 뿐이었다.통영에서 왔다고 하니 해설사는 더 겸손하게 안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