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초순 용호도 용초마을, 담장을 넘어나온 비파가 노랗게 익었다. 새콤달콤 맛이 잘 들었다. 여름 햇살 받으며 알알이 샛노랗게 익어갈 것이다. 뭍에서 맛본 비파와는 맛이 다르다. 낯섦에 더한 아픔과 설렘의 맛이다.1952년 6월 19일 세상모르고 평화롭게 살아가던 조용한 용호도가 지옥도가 되었다. 미군 상륙정이 쏟아낸 불도저들이 주민들이 살던 집을 밀어내고, 논밭을 갈아버리고 포로수용소를 세웠다. 하루아침에 쫓겨난 주민들은 지옥을 경험해야 했다. 주민이 떠난 용초마을도 지옥이기는 마찬가지였다.거제 포로수용소에서 발생한 폭동을 진압
하늘 물고기바람결 풍경(風磬)살풀이 춤사위에일렁인 눈물피안의 저쪽소식 한자락 들릴 듯 말 듯[시작(詩作)노트]처마자락에 매달려 뎅그렁 뎅그렁 울려 퍼지는 풍경 소리는 한여름으로 접어드는 계절에 걸맞게 호젓한 분위기를 일깨우고 있다. 헌데 왜 이런 풍경에는 물고기가 달려있을까?물고기는 귀가 없는 대신에 소리의 파동에 특별한 감수성을 지닌다. 많은 신화와 전설들에 물고기가 등장하는 것은 이 육감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물고기가 사는 물을 서양 심리학 이론에서는 무의식과 감정을 나타내며 그것은 슬픔이나 기쁨의 눈물이기도 하다. 많은 문
왕우럭조개는 백합목 개량조개과 왕우럭 속에 속하는 '명품' 조개이다.경남 거제, 마산, 사천과 전남 여수 등지의 남해안 수심 15~20m 정도의 모래가 섞인 진흙에 살기 때문에 잠수부가 고압 호스를 이용해 모래를 날린 다음에 캐내야 한다.왕우럭조개는 '왕'이란 접두사에 걸맞게 크기도 큼직하다. 보통 3년 정도 자라면 13~18㎝ 정도의 성패가 되는데, 껍데기를 뺀 속살 무게만 해도 족히 500g은 된다. 껍데기가 두꺼워서 옛날에는 밥주걱으로 사용했을 정도이다.일반 조개류가 물이 드나드는 수관을 껍데기 속에 숨기고 사는 데 반해 왕우
패밀리영혼과 영혼의 교감,울컥 목이 메인다무심한 듯 달관한 저 아린 눈빛불이법문(不二法門) 한 소식들려오는 듯*불이법문(不二法門): 대립하는 두 존재가 본질적으로 볼 때는 둘이 아니라는 것을 설(說)한 법문 (반려견과 인간 역시..)[시작(詩作)노트]현대 사회에서는 인간이 갈수록 고립되면서 개는 가족의 반열에 올랐고, 사람과 같은 급으로 대접받게 되었다. 개만큼 사람과 지근거리에서 오래도록 사랑받아 온 동물도 드물 것이다. 개는 붙임성이 좋고 한번 맺은 관계에서 헌신적이고, 흐린 데 없이 맑고 명랑한 동물임에 틀림없다.‘침입종 인간
우리네 삶은 숲을 떠나서는 존재하기 어렵다. 숲은 숨 쉴 수 있는 공기와 목재, 산나물, 약초 등을 제공한다. 여기서 머무르지 않는다. 심신의 안정이 필요한 현대인들에게 숲만 한 존재도 없다. 숲이 없는 인류의 삶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우리는 잊고 살아간다.통영에도 많은 숲이 있다. 전체 면적의 60%가 넘는 면적이 숲이다. 570개의 섬에도 숲이 있다. 사람이 사는 섬이라면 숲이 없을 수 없다. 통영 사람은 바다에 기대어 살아간다. 동시에 숲에 기대어 살아간다. 잊지 말아야 한다.통영, 거제에선 쉽게 만나지만 서울을 비롯한
그립다하니 하 그리워하마 님 올까눈이 자주 간다너른 마당귀 그리움 뚝뚝꽃물로 찍어 쓴다꽃붓 세워서[시작(詩作)노트]《붓꽃》1.선비가 왔군/반듯한 걸음 보니/청도포 입고2.그대 더불어/시 한 수에 술 한잔/대장부 풍류3.한 수 청하오/탁배기 한 병 들고/고개 조아려4.반가의 규수/연서를 쓰려 하오/화선지 대령5.문인화 한폭/늦봄 향 듬뿍 찍어/일필휘지로6.풀어 쓴 연가/푸른색 치맛자락/현란하구려7.사랑의 계절/누구에게 쓸거나/붓에 침 묻혀8.방울 방울 쓴/사연인즉 궁금타/봉오리 마다9.환한 봄들에/백일장 열렸구나/갓 쓴 선비들10.아
해후꿈길에서나마 맡고 싶었던꿈속에서나마 보고 싶었던돌아볼 외길 하나 내고 싶었던풋된 청춘의 아릿한 기억 저편순이, 산모롱이에 배시시 웃고 서있다[시작(詩作)노트]우리 민족의 애환과 정서를 담고 있는 -찔레꽃봄의 끝자락과 초여름의 경계라는 오월을 신록과 장미의 계절이라 하지만 산과 들판으로 나가보면 오히려 찔레꽃의 계절임을 알게 된다. 찔레꽃은 산골처녀처럼 때 묻지 않았으면서도 그 안에 감추어진 아름다움으로 주위를 온통 밝게 만들곤 한다. 장미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단아한 기품이 있고 맑은 향기가 사람 마음까지 파고드는 찔레꽃, 우리
패류독화는 이매패류가 패독플랑크톤을 섭취하여 체내에 축적되면서 발생합니다. 패독플랑크톤에는 마비성패독 플랑크톤, 설사성패독 플랑크톤, 기억상실증패독 플랑크톤이 대표적이며, 국내에서는 마비성패독* 플랑크톤이 주로 문제를 일으킵니다. 마비성패독 플랑크톤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국내에는 주로 알렉산드리움이(Alexandrium) 출현합니다. 마비성패류 독화 현상은 주로 진해만을 중심으로 발생하며, 통영연안의 경우 진해만을 마주하고 있는 용남면 지도, 원문, 수도해역에서 자주 발생합니다.*마비성패독: 미세조류가 생산하는 신경독소(saxit
울릉도 호박엿은 원래 후박엿이었다. 엿을 고을 때 후박나무 껍질을 넣던 풍습에서 나온 이름이다. 후박나무를 모르는 사람들이 호박엿으로 바꿔 불러서 이름이 바뀌어버렸다. 덕분에 울릉도 후박나무는 멸종을 면할 수 있었다. 토산품이 제 이름을 잃어버린 덕에 천연기념물이 살아남았다.자연에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는 이치다. 좋은 것 속에 나쁜 게 들어 있고, 나쁜 것 속에 좋은 게 들어 있다. 그래서 섬 어른들은 일희일비하지 않는다.후박나무는 남해안 따뜻한 섬 지역과 울릉도, 일본과 대만, 중국 남부 등에서 자란다. 5월 초순 황록색
동자승보았니?진흙탕 속 불밝힌관음님 자태꿈속에서 맡아보던엄마의 향기도[시작(詩作)노트]《염화시중의 미소-연꽃》가섭존자가 부처님의 참 뜻을 헤아리고 미소를 지었다고 하는 꽃이 바로 연꽃이다. 그래서 연꽃하면 으레 깨달음의 꽃, 빛의 꽃으로 통하곤 한다. 이심전심(以心傳心), 교외별전(敎外別傳)의 상징으로 종종 비유되기도 한다.연꽃은 우리나라에 불교문화가 들어오면서 불상, 불화, 탑, 건축물, 불구 등에 널리 그 모양이 활용되었다. 고려 때는 연뿌리와 연꽃 봉우리까지 감히 건드리지 못할 정도로 연꽃의 종교적인 상징성이 컸다.연꽃은 우리
양심 고백'통영 사랑' 시인인 척 했다헌데 내내 속앓이를미뤄 둔 숙제 땜에,아직 전편을 정독 못하고 있다니이번엔 기필코.. 선생님 죄송합니다[시작(詩作)노트]박경리 선생님은 생전에 명정골 동백꽃이 50번 피고 지는 세월 안에 고향을 방문, 어릴 적 뛰놀던 세병관 기둥을 잡고 회한의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그는 1969년 6월부터 토지를 집필하기 시작해 25년 만인 1994년에 완성, 한국 문학사에 큰 획을 그었다. 사반세기에 걸쳐 세상 일과 단절하고 오로지 집필에만 몰두한 채 1부를 쓰던 중 암 선고를 받고 수술까지 받으면서, 3만1
통영 바다 서남쪽, 미륵도, 사량도, 두미도, 욕지도 한가운데 있는 섬이 추도다. 추도에서 서쪽을 보면 남해군 미조마을이 보인다.추도는 물메기의 섬이다. 겨울철 대표적인 별미로 꼽힌다. 하지만 어획량이 갈수록 줄고 있다. 하루에 4~500마리를 잡던 사람들이 4~5마리를 들고 오는 날도 있다고 한다. 기후변화와 수온 상승 영향으로 보인다.같은 바다에서 잡은 물메기지만 추도 물메기가 으뜸으로 꼽히는 건 추도 특유의 물맛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위장병에 좋다고 소문난 우물물로 물메기를 손질한다. 수량도 풍부하다.물맛은 토질과 더불어
오월 단상빛바랜 화분추억을 소환하네번지는 미소보물처럼 안고 다니는무지개 빛 동심의 시간*근 20여년 전 어버이날, 딸 아이가 선물한 화분(심겨진 식물은 바뀌었음)[시작(詩作)노트]"우연히 눈길 가서 유심히 들여다 본/빛바랜 꼬마 화분 눈망울 초롱초롱/심겨진 식물일랑은 바뀐지가 오래지만큰여식 초딩 시절 어버이날 사들고 온/기억도 가물가물 옛일을 더듬다가/가슴이 찌르르하여 휴대폰에 손간다제 아이 귀염짓에 세월을 잊었으랴/칠년을 혼을 빼고 칠십년 우린다네/그것이 부모의 숙명 천륜이란 그런것."워즈워드는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라 했다.
"금목서 향이 퍼질 때면 꼭 연락 주세요." 어느 중년 여인이 충렬사 문화해설사에게 남긴 부탁이다. 부부가 함께 서울에서 관광 왔다가 금목서 향에 반했다고 한다. 전화기 너머 여인의 목소리는 애잔했다. 최근 작고한 남편과 함께했던 마지막 향기를 찾아 꼭 다시 충렬사에 오고 싶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이야기를 전해 듣고 나니 금목서 향기가 더 강하게 느껴졌다. 그리움의 향기. 충렬사 경내에 금목서를 심은 이유도 여기에 있었을까? 여름이 저물 무렵 누군가 그리워지면 충렬사를 찾을 일이다. 내게도 충렬사를 찾아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유아독존(唯我獨尊)내가 나를 안아본다핏빛 절망을 딛고마침내 눈물 속에 피어난 그대저만치서 노란 망또 걸친 채환하게 웃고 서있다[시작(詩作)노트]수선화는 물에 비친 자기의 모습을 연모하여 빠져 죽어서 꽃이 된 미모의 청년을 기리는 꽃이다. 수선화의 꽃말은 자기 사랑, 자존감, 고결, 신비이다. 영어로 나르시스(narcissus)라고 한다. 자신의 내면을 오래도록 들여다보다 결국은 자신의 세계에 갇혀버리게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를 가진 수선화의 전설을 떠올린다. 허나 역설적으로 이 슬픈 전설을 딛고 당당하게 피어난 노란 수선화에 더 눈길
심리상담이란?보통의 사전적 의미에서는 개인 또는 집단의 심리적 성숙과 사회적 적응 능력을 위한 조력자 및 안내자 심리적 부적응을 겪는 개인 또는 집단에 대한 심리 평가 및 상담 지역사회 상담 교육, 사회병리적 문제에 대한 예방 활동 및 여러 재난에 대한 후유증에 대한 심리상담 기업체 또는 인간관계에 대한 자문 및 심리교육상담 및 심리치료에 관한 연구라고 할 수 있다.심리상담이 다루는 문제가 바로 인간의 문제이고, 상담의 정의에 대한 정의는 궁극적으로 인간과 삶의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인간에 대
보이는게 다가 아녀오돌톨톨 울퉁불퉁 미끈미끈밟아도 밟아도 일어서는 민초들 후예한 토막 잘근잘근 씹어 보슈온통 바다의 향 너머로불끈불끈 솟구치는 남성의 기개를 [시작(詩作)노트]해삼(海蔘)은 바다의 인삼으로도 불린다. 해삼에는 아이너리 하게도 인삼처럼 사포닌이 함유되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해삼을 바다의 삼이라 부르게 된 것도 우연의 일치가 아니었던 모양이다.해삼은 예로부터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쥐처럼 밤에만 돌아다닌다고 해서 해서(海鼠), 모양이 남성 생식 기와 비슷하다고 해서 해남자(海男子), 바닥에 사는 고깃덩이라는 의미의
길은 천 길 낭떠러지를 따라 이어진다. 갈색 마른 풀을 밟고, 반짝이는 동백 잎 사이를 지나고, 거친 바위를 타고 넘으며 염소 발자국을 따라 걷는 길은 심장을 쫄깃하게 한다. 길 바깥으로 한 발짝 내디디면 생은 즉시 사로 갈라진다. 저마다 익혀온 겸손을 한껏 써먹을 자리다. 익히지 못했으면 여기서 다시 배워야 한다.온 섬을 붉게 물들인 건 동백이지만 갈도는 칡섬이다. 1896년 사람들이 다시 들어와 살 때 갈대와 칡덩굴이 무성하여 갈도라 불렀다. 허공에 드리운 덩굴이 칡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다. 팔뚝만 한 칡넝쿨 줄기에 걸터앉아 타
낙화유수길바닥에 휘갈겨 쓰여진절명시 한 줄에가슴이 철렁행여나 내 사랑도아니지 설마 [시작(詩作)노트]찰나의 미학을 보여주는 '벚꽃'해마다 4월 이맘 대 쯤 어느 시인이 ‘웃음을 잃지 않는 분홍빛 이마’ 라고 표현한 벚꽃을 주제로 펼치는 향연이 전국적으로 벌어진다. 벚꽃처럼 눈부신 꽃도 없을 듯싶다. 일제히 함께 피어나 꽃수레를 이루고 온 세상을 환상의 흰 구름으로 덮어 버린다. 그 어떤 꽃이 이 세상을 눈 온 날 아침처럼 하얗게 만들어 버릴 수 있을까?벚꽃이 일시에 피어 절정을 이룰 때는 태양아래서도 그 화려함을 자랑하기가 모자라
참새가 방앗간을눈 비 오는 날 불 밝힌 포차뽀얀 국물 맛에 시원하게 길 닦는소주잔, 다음 날은 속 씻어내준다하니, 병 주고 약 주는 겐가취객들의 원색적 농은 덤으로[시작(詩作)노트]'홍합'하면 권천학의 시가 먼저 떠오른다."(..)끓여도 끓여도 열리지 않는 문/죽어서도 문을 열지 못하는/그 안에 무슨 비밀 잠겼을까?/남의 속은 풀어 주면서/제 속 풀지 못하는 홍합의 눈물/그토록 깊이 단단했구나(..)"담치, 참담치, 섭조개, 합자 등으로 불리는 홍합은 가장 대중적이며 우리와는 친숙한 조개류 중의 하나이다. 홍합은 굴이 자웅동체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