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갈도를 간다. 갈도는 먼 섬이다. 통영항에서 1시간 30분 거리다. 갈도는 작은 섬이다. 당연히 여객선은 없다. 한 가구 한 사람이 거주한다. 배를 대절하지 않는 이상 갈 수가 없다. 통영의 동남쪽 끝 섬이 큰갈매기 섬 홍도라면, 통영의 서남쪽 끝 섬이 갈도다. 갈도 너머는 남해와 여수 해역으로 들어간다.갈도에서 서남쪽으로 바라보면 바위섬 세존도가 보인다. 행정구역상 남해군에 속한다.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 바위섬이다. 오늘 행선지를 갈도와 세존도까지 잡았는데, 오후에는 파도가 세어져서 세존도 섬행은 다음으로 남겨야만 했다
배 띄워라매운향 가득 뼈속까지 시리네사는게 수행 그 자체날 시퍼런 은장도 하나 가슴에 품다오, 반야용선 아희야 노저어라풍악도 울려, 오늘 만큼은*반야용선(般若龍船):중생을 태워 피안의 세계로 인도하는 배※ [시작(詩作)노트] 매화꽃 봉우리 속에 희망의 싹이바닷가 근처 산자락에 촘촘히 들어서 있는 매화나무 가지에서 백매화(白梅花)가 봄을 손짓하며 겨울을 밀어내는 몸짓으로 톡톡 피어오른다. 전기무쇠 화로가 어울리는 산방 풍경 속에서 세상을 마시듯이 생애에 징검징검 떨군 그리움을 마시듯이 뜨거운 녹차 한잔 후후 불며 마신다.매화 한 송이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죽인 것은 죽이는데 목적이 있지 않았다. 이토가 저지른 세상의 흐름을 바꾸고자 한 데 있었다. 의 저자 김훈의 통찰이다.이순신 장군이 한 명의 왜적이라도 살려두지 않으려 노심초사한 것은 적을 죽이는 데 목적이 있지 않았다. 오로지 이 땅의 백성들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왜적의 칼끝에 죽어나는 백성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적을 죽여야만 했다.탐욕과 어리석음으로 이 땅을 피바다로 물들인 왜를 무찔러서 동아시아의 평화를 만들고자 하였다. 죽이지 않고는 평화를 만들 수 없었다. 죽여야만 할 때 죽이는 것은 살생
통영의 봄날강구안 선창가 함께 걷는 청마와 정운베레모 눌러 쓴 중섭은 소달구지 몰고대여랑 초정 돌멍게 껍질 술잔부딪히며 권커니 자커니에 코발트 빛바다위로 봄날은 익어간다*청마(靑馬):유치환, 정운(丁芸):이영도, 대여(大餘):김춘수, 초정:김상옥※시작(詩作)노트[울퉁불퉁 멍게]멍게하면 쌉쌀ㆍ달콤ㆍ항긋한 맛의 진수라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통영 중앙시장, 서호시장 어판장엔 멍게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고, 횟집마다 봄철 미식가의 미각을 자극하고 있다. 멍게 껍질을 까는 통영 인평동 천대마을 등의 박신장에서 여인들의 목소리로 떠들썩한 걸
[내 이름은?]피가 되고 살이 되고 노래가 되고시가 되고 이야기가 되고 안주가되기도, 볼때기 살맛 한번 죽인다는어두일미의 킹, 드물게 암컷보다수컷을 더 쳐준다니 오매 기 살어 ※[시작(詩作)노트]"피가 되고 살이 되고/노래 되고 시가 되고/이야기 되고 안주 되고ᆢ."가수 강산에의 노래 '명태'는 이렇게 시작된다.양명문 시에 변훈 작곡, 성악가 오현경이 부른 가곡 '명태'도 시가 되고 안주가 되었음은 물론이다."검푸른 바다 바다 밑에서/줄지어 떼지어 찬물을 호흡하고/길이나 대구리가 클대로 컸을 때/내 사랑하는 짝들과 노상/꼬리치며 춤
저는 변산바람꽃이랍니다. 사람들은 제가 통영에서 새봄을 제일 먼저 맞이하는 꽃이라고 하더라고요. '제일'이라는 말이 조금 부담스럽긴 하지만, 2월이면 힘껏 땅을 박차고 나오니 틀린 말은 아닐 거예요. 겨우내 피는 동백꽃도 있고, 얼음을 비집고 나오는 복수초도 있고, 높은 가지에서 피는 매화도 있지만, 사람들은 가녀린 저를 보며 참 좋아들 하시죠.네, 그래요. 저는 참 작고 앙증맞답니다. 반 뼘도 채 되지 않는 작은 키라, 산길 걷는 이들이 저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밟아버릴 수도 있지요. 또 하나 제 특징을 말씀드리자면, 여러분이
[단심가(丹心歌)]그대 곁 다가가려애태운 그 시간들길마다 설운 사연 다둑인 작은 숨결간절함 하늘에 닿아피워냈군 붉은 혼*최진태 作※시작(詩作)노트아 아 나의 청춘의 이 피 꽃! - 동백꽃정열의 꽃,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원색의 꽃, 동백나무는 이렇게 표현된다. 화려하고 강렬하기로 따지면 동백꽃만한 것도 없다. 모노톤 일색의 겨울 풍격 속에서도 식지 않은 열정을 꽃으로 피워낸다. 특히나 파란 하늘 파란 바다와 대비되어 선명한 붉은 빛으로 피어나는 동백꽃은 남도의 겨울부터 봄까지의 기억을 아름답게 추억하게 한다. 하얀 눈 위에 붉게 떨어
통영의 봄날백옥같은 도다리 살점 덩어리와향긋한 햇쑥이 어울려 씹히는환상의 콜라보에 한려수도봄바다 기운 물커덩 젖어온다연록빛 후광 햇살처럼 출렁인다※[시작(詩作)노트]쪽빛 바다가 아름다운 통영의 봄은도다리 쑥국과 함께 온다고 한다.|봄에 살이 통통하게 차오른 도다리와 한려수도 해풍을 맞으며 추위를 뚫고 갓 돋아난 어린 쑥이 환상적으로 만난 것이 바로 도다리 쑥국이다.요즘 통영항 주변 식당은 온통 이 도다리 쑥국 냄새로 가득하다.도다리 쑥국 한 대접의 맑은 국물에서 뽀얗게 피어오르는 따
글을 아는 물고기통영 다찌집 환상의 술상 메뉴요먹물 가득 지성미에 신통력까지피로회복 자양강장제이니 빵빵하게정기 채워 험난한 인생 언덕길돼 받치는 강력한 빨판 되어 주시게※ [시작(詩作)노트]문어란 이름의 '문'자는 '글월 문(文)'자다. 문어의 뇌 구조는 무척추 동물 중 가장 정교하게 발달 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척추 동물의 지휘자가 인간이라면, 무척추 동물의 지휘자는 문어(文魚)라고 호사가들은 말한다.문어는 크게 피문어(대문어)와 돌문어(참문어) 두 종류로 구별되며 주로 피문어(대문어)는 동해바다 깊은 곳에, 돌문어(참문어)는
엊그제 2월 14일이 밸런타인데이라 연인들은 들뜨고, 가게 주인들은 더 설렜다. 하지만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선물하는 건 19세기 영국과 20세기 일본 업체들이 퍼뜨린 유행이라는 사실은 상식이 되었고, 무분별하게 유행을 좇는 세태는 차츰 줄어드는 분위기다.반대로 2월 14일이 안중근 의사의 사형 선고일이라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3.1 절을 보름 앞둔 시점에 들뜸보다 차분함 곁으로 다가서는 게 자연스러워지고 있다.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다. 헌법 전문의 내용이다. 대한민국은 다양성을 기반
[봄처녀]산다는 건 묵묵히 견뎌 내는 것엄동 딛고 버선발로 뛰어 오셨군요그대 맘껏 누리소서대 구속 뒤의 대 자유를저, 은백색 해탈의 웃음※시작(詩作)노트[문향천리(聞香千里) 매화]만물이 겨울잠을 깨고 기지개켜는 초봄의 산하에 맨 먼저 매화나무의 꽃봉오리가 피어나고 있다. 매화는 서리와 눈을 두려워하지 않고 언 땅위에 청아한 꽃을 피워 그윽한 향기를 뿜어낸다. 매화는 만물이 추위에 떨고 있을 때 봄의 문턱에서 꽃을 피움으로써 사람들에게 삶의 의욕과 희망을 가져다주며 힘찬 생명력을 재생시키는 기대를 가지게 해준다.특히 겨울동안 마치 죽
지난 이야기에서, 통영은 문화예술 창의 도시를 꿈꾸고 있고(제351화), 통영다움은 융복합에서 온다고 썼다(제352화). 동의하는 이들도 있고, 갸우뚱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는 다양성의 다른 이름이니, 통영의 미래를 향한 꿈은 다양할 수밖에 없고, 그 꿈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견실한 경제 기반을 갖추는 게 지역 발전의 근본이라면, 경제 구조의 판짜기가 중요하겠다. 문화예술 창의 도시의 경제 구조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계획 수립의 주체는 지자체가 맡는 게 타당하
[ 팬데믹 이후 ]웃으면 복이 들어 온다지헌데 조금만 더 웃으면눈물이 들어올 것 같다아, 옛날이여그래도 비긴 어게인!*팬데믹(pandemic):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비긴 어게인(begin again):새 출발 *수석명(壽石名):'스마일', 매물도 산(産)●시작(詩作)노트취업자의 30%를 웃돌던 자영업자 비율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대형마트 등에 밀려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였는데, 펜데믹 이후 더욱 휘청거리고 있다. 나홀로 사장님이 역대 최대로 늘어나는 등 자영업의 위기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빛이 환할
통영은 이순신 장군 때 시작된 조선 수군 총사령부 삼도수군통제영에서 시작된 도시라는 걸 이젠 다들 안다. 통영이란 지명이 삼도수군통제영에서 나왔는데, 정작 통영 사람들은 '통영'을 '토영'이라 부른다. ㅇ 하나가 바다에 빠져 그토록 찬란한 윤슬이 되었나 보다.1593년 7월 14일 이순신 장군이 한산도에 진영을 설치하고 한 달 뒤 삼도수군통제사를 제수 받으면서 삼도수군통제영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그러다 1597년 정유재란이 일어나고 이순신 통제사가 파직 하옥되고, 2대 원균 통제사가 칠천량 해전에서 대패하며 통제영은 폐허가 되어버렸다
지복(至福)나를 잠들게 하라무엇을 더 바라리오그 이상은죄를 낳고사망을 낳느니*지복(至福):더없이 지극히 복된 상태※시작(詩作)노트'매사에 감사하라'는 말 뒤에는/ 박완서의 시(詩 )'일상의 기적'이 먼저/ 떠오른다"덜컥 탈이 났다./유쾌하게 저녁식사를 마치고/귀가했는데/갑자기 허리가 뻐근했다.자고 일어나면 낫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웬걸,/아침에는 침대에서/일어나기 조차 힘들었다.그러자/하룻밤 사이에/사소한 일들이/굉장한 일로 바뀌어 버렸다.세면대에서/허리를 굽혀 세수하기,/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줍거나/양말을 신는 일,/기침
통영국제음악제 공식 공연 중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글을 한 번 써봤습니다. 이런 시도를 하려면 관객과 작품을 '분류'해야 하므로, 그 과정에서 편견이 섞일 수밖에 없음을 헤아려 주세요.아래 문항을 읽고 자신에게 해당하는 곳에 표시하세요. 그리고 공연마다 해당 사항이 있는지 확인하시면 자신에게 맞는 공연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겁니다.가.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본 일이 한 번도 없다.나. 베토벤 교향곡 전집 음반을 2종류 이상 가지고 있다.다. 가사 대역본을 보면서 외국어 노래 가사를
기도힘들면 쉬어 가소서고단하면 내 등에 기대시고억울함도 설움도 다 털어 놓으시길그런 사람 하나 그립고그런 사람 되어봤으면*기도하는 동자승/최진태 作※시작(詩作)노트기도는 자신이 힘들고 어려울 때나 또는 특정 대상을 위해 축원 또는 축복의 염원을 담아, 이룰 수 있는 큰 힘을 지니고 있다고 믿는 절대자에게 자신의 소원을 비는 행위라고 생각된다.연말 연초에는 자연스럽게 옷깃을 여미고 경건한 몸가짐으로 마음을 추스리게 된다. 그 자체가 기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종교의 유무, 지적 수준, 재산의 유무, 권력의 소유 여부를 떠나 예전에도
계묘년 새해 아침에아이야, 장애물은 껑충세개 굴*은 미래의 꿈을 위해곧고 반듯한 기도 소린 귀 쫑긋오르막 내리막 길엔지혜롭게 숨고르며 발 맞추길*교토삼굴(狡兎三窟)꾀있는 토끼는 훗날을 위해 굴을 세 개씩 파놓 듯, 어려운 일에 미리 대비하는 지혜로운 자세를 뜻 함※시작(詩作)노트한국인들에게 가장 일반적인 토끼의 이미지는 귀엽고 사랑스러움이다. 이를 잘 드러내 주는 것이 ‘여우 같은 마누라와 토끼 같은 자식’이라는 어구가 아닐까? 이렇듯 매우 사랑스럽고 계속 보살펴 주어야 될 것만 같은 귀여운 존재가 바로 토끼이다.우리나라 역사 기록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홍석원 지휘 광주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한 실황 음반이 최근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발매됐습니다. 지난 10월 8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있었던 공연 실황으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과 윤이상 '광주여 영원히' 등이 실려 있지요.15살 임윤찬이 2019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했을 때, 저는 한산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15살 조성진이 하마마쓰 콩쿠르에서 우승했던 일과 견주며 임윤찬의 10년 뒤가 기대된다고 썼습니다. 그런데 임윤찬은 10년은커녕 3년이 채 되지 않아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스타 연주자가 됐습니다
성탄소망의 등불 켜고가슴에 두 손 모아거룩한 밤 고요한 밤 축복송사랑 꽃 몸소 나투신님의 탄생 경배 드리오※시작(詩作)노트구세군 사랑의 종소리가 딸랑딸랑 울려 퍼지고 있다.하늘가 어디에서 아기천사들의 합창소리 들려 오는 듯님의 은총 부디 낮은 곳 부터부디 추운 곳 부터 쌓이길 바라오며모든 이 마음 속에 사랑 씨앗 심으시어|은혜로움 강물되어가슴마다 넘치게 하소서온 누리에 가득차게 하소서성탄 전야 자정 미사 시간에엄마 손 잡고 따라갔던 교회에서꾸벅꾸벅 졸던 천진난만한그 까까머리 꼬마 아이는,구두쇠 스크루지 영화 보며 자랐던 주근깨 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