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지기 살집이 터져오고뼈마디에 진물 흐르던 세월나의 피 당신 주고|너의 살 내가 받아가슴에 가득 채운 지고지순 사랑가
역사는 승리자의 기록이다. 패배한 자의 기록은 소각과 왜곡 앞에 무기력하다. 그러기에 인물과 사건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신중해야 한다. 기록 너머의 사실을 폭넓게 살피는 건 역사를 공부하는 이의 숙제다.역사에 대한 평가는 각자의 몫이지만, 팩트는 정확하게 밝히고 기억해야 한다. 이순신 장군과 임란 해전사의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원균 장군이라는 팩트를 확인해야 한다. 전라좌수사와 경상우수사로서 함께 한산대첩에 임했고, 이후 삼도수군통제사와 휘하 장수로서, 백의종군하는 동안 2대 통제사로서 두 사람은 7년 전쟁을 함께 관통했다.원균
으라차차 생명의 불꽃활화산 같이 타올라 바위도 쪼갠다견디고 버텨온 인고의 세월'파멸 당할 수도 그러나 패배는 안돼'*두 주먹 불끈*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중 산티아고 노인의 독백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레너드 번스타인이 작곡하고 스티븐 손드하임이 가사를, 아서 로렌츠가 대본을 쓴 뮤지컬이지요.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이걸 영화로 만들어 지난해 12월에 공개했습니다. 한국에는 올해 1월에 나왔고, 3월에는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에 공개되었습니다.이 영화는 사실 2019년에 촬영이 끝났지만, 편집까지 끝나고도 코로나-19 때문에 1년 동안 개봉하지 못했었다네요. 그러다가 스티븐 손드하임이 지난해 11월에 타계했고, 사흘 뒤에는 스필버그가 연출한 '무대용' 프로덕션이 뉴욕에서 초연되었고, 한 달 뒤에는 영
미륵산은 통영 향인들이 잊지 못하는 명산이다. 높지는 않지만, 한려해상국립공원을 내려보는 전망이 드높고 품이 아늑하여 대한민국 명산에서 빠지지 않는다. 긴 역사와 수많은 이야기는 전망, 품세와 함께 미륵산이 명산에서 빠지지 않는 이유다.미륵산 동남쪽 언덕에 아늑하게 자리잡은 미래사는 이야기의 보고이자 힐링 명소다. 미륵도 자체가 미래의 부처 미륵을 기다리는 섬이자, 미륵 부처가 세 번의 법회(三會)를 열어 일체중생을 구원하는(度人) 곳이 미래사이다(최광수의 통영이야기 제212화, 미래사의 삼회도인문(三會度人門), 2019년 6월).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춘정(春情) 아리지 않고두근대지 않으면사랑도 아냐,푸우 뱉는 봄한숨 소리만
12,000년 전쯤 스리랑카는 한반도와 육지로 이어져 있었다. 인도 아대륙과 인도차이나반도, 말레이시아를 지나 한반도까지 이어진 순다랜드를 따라 지난한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면서 해수면이 상승하고 순다랜드는 바다 밑으로 사라졌다. 그렇다고 발걸음이 끊어진 건 아니었다. 험난한 항해술을 통해 미지를 향한 인간들의 오랜 꿈은 지금까지 이어져 온다.신라에서 스리랑카는 사자국(獅子國)으로 불리었다. 지금은 사라진 사자가 스리랑카를 대표하는 동물일 수 있었던 것은 순다랜드와 해수면 상승의 영향이었다. 운이 좋아 스리랑
통영의 조상들은 남방계 사람일까, 북방계 사람일까? 북방계는 몽고와 시베리아 쪽에서 건너온 사람들이고, 남방계는 동남아시아에서 건너온 사람들이다.통영에서 멀지 않은 가덕도에서 7천년 전 인골 48개체가 발굴된 적이 있다. 놀라운 발견이었다. 한국 사람과는 DNA가 다른 인골이 다수 있었다. 얼굴 뼈의 모습이 유럽 중부 지방에서 발굴된 고인골과 매우 닮았다. 장례 풍습도 비슷했다. 한반도 남쪽만이 아니라 몽골 지역에서도 비슷한 인골들이 발견되어, 5천년 전 이미 광범위한 이동과 교류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15~20만년 전 아프리카에
빈자일등(貧者一燈) 폐지 리어카 밀고가는 등굽은 노인이마엔 땀방울 송송무표정 속 표정 무심하다달관이 뭔지 초월이 뭔지 모른다네도심의 대낮이 반짝 더 밝아졌다
미륵산 남쪽 산양읍 신전리 226-1, 현재 '그'가 거주하는 주소다. 남쪽 바다를 향해 열린 고즈넉한 언덕. 영화음악의 선구자 정윤주 선생의 묘를 안내하는 입간판을 보고 차를 세운다. 하지만 '그'의 존재를 알리는 간판은 없다.들은 바대로 입간판이 안내하는 쪽으로 산길을 오른다. 복숭앗빛 언덕의 자태를 잠시 감상한다. 봄의 절정이다. 맞은 편 뉘 댁 묘원에 돋아나는 푸른 새잎들은 참 가지런도 하지. 여전히 '그'의 묘는 종적이 없다.SNS에서 찾은 사진 속 방향으로 길을 찾으려니 막막하다. 길은 있을 텐데 길이 없다. 겨울을 지나
"앤드루 노먼 PCR 검사 결과가 '미결정'이라서 24시간 이내에 재검사받아야 한답니다.""8시에 통영으로 출발하는 차량을 10시 출발 보건소행으로 바꾸고 서울 숙박도 1박 연장합시다.""오늘 오후 4시에 하기로 했던 강연은 내일로 연기하겠습니다.""관할 보건소에 확인해 보니, 최초 확진 후 45일 이내에 검사를 받은 경우 재검사 필요 없대요!""서울 숙박 연장하지 마세요. 바로 통영으로 출발합니다.""오늘 4시 강연 예정대로 하겠습니다!"앤드루 노먼은 올해 통영국제음악제 레지던스 작곡가였지요. 그런데 음악제 개막 직전 입국을 앞두
섬, 영화, 버스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잠시 시선 들어 하늘 너머 바다를 바라본다.낭만, 동경이라는 단어가 제일 먼저 떠오르겠다. 통영 사람은 잘 느끼지 못하지만, 섬은 뭍 사람들이 최애하는 선망의 공간이다. 특히 통영의 섬과 바다는 사람을 미치게(狂, 及) 하는 매력이 있다고들 한다. 영화는 세대를 뛰어넘은 낭만의 대표 문화이고, 버스는 기차, 비행기와 더불어 설렘을 싣고 나르는 낭만의 메신저다.물론 섬과 영화와 버스가 치열한 삶을 담아낸 시공간이라는 점 또한 놓쳐서는 안 된다. 뭍으로부터 고립된 섬살이는 단순한 낭만의 대상은 아
봄, 꽃의 향연이 한창이다. 물빛도 꽃인 양 톡톡 터지는 시간. 앞다투어 피어나는 봄꽃들을 만나며 산길을 걷다 보면, 허리는 굽어지고 무릎은 겸손해진다. 발끝이 소심해지며 행여 앙증맞은 꽃들을 밟을까 조심스러운데 눈은 행복 만땅이다.세상은 참 다양하다. 사람도 다양하고, 들꽃도 다양하다. 사람 세상에서는 크고 작고, 잘났고 못났고, 옳고 그르고를 따지지만, 야생에서는 그런 게 없다. 그냥 다양할 뿐이고, 그래서 마냥 편안하다. 다양해야 자연스럽고, 다양한 것이 훨씬 아름답다. 다양하지 않으면 불안하다. 작은 충격에도 전체가 무너질
명정동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여인 세 사람이 난다는 풍수 얘기가 있다. 윤보선 대통령의 부인 공덕귀 여사와 한국 문단의 거장 박경리 선생이 명정동 출생이다. 그런데 아직 한 명은 나타나지 않았다. 풍수가가 말한 그 한 명이 이미 태어났을 수도 있고, 장차 태어날 수도 있겠다. 그러니 명정동에 거주하면서 출산과 육아의 꿈을 그리는 이도 더러 있을 것이다.세 번째 여인이 날지 안 날지는 모르지만, 두 명의 여인이 났으니 한 명을 더 기대하는 건 인지상정이겠다. 주민들의 소박한 바람일 수도 있고, 풍수가의 덕담일 수도 있겠다. 통영성 서문
풍수 이야기로 온 나라가 시끌시끌하다. 풍수는 과연 우리 삶을 결정하는가? 풍수는 믿고 의지할 만한가?공간이 의식을 지배하고, 의식이 삶을 바꾼다. 그러니 공간은 쉽게 우리 삶을 결정한다. 그렇게 믿으며 오랜 세월 우리는 길지(吉地)를 찾아 헤매었다. 생활 터전을 찾아 양택 (陽宅)을 좇았고, 묫자리를 찾아 음택 (陰宅)을 신봉하였다. 지금도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생각하는 집안은 양택이나 음택의 덕택이라고 믿는다. 양택이든 음택이든 본질은 복을 받고자 하는 바람이다.하지만 인간은 자유 의지를 갖고 있다.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뜻을
우리는 오랜 세월 존재 하나하나의 절대적 가치보다 공동체 속의 관계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이런 생각과 가치관은 고스란히 문화를 형성하였고, 한 사회의 문화를 보면 그 문화를 누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치관을 알 수 있다. 그러니 삶에서 제일 중요한 식의주에서 삶의 철학과 가치관을 만나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수천 년에 걸쳐 곰삭은 우리네 가치관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표 음식이 비빔밥이다. 통영에서는 너물밥이 그렇다. 개별성과 공동체성이 살아있다. 청각, 톳, 미역 등 제철에 나는 싱싱한 해초와 나물, 두부 하나하나가 맛과 영양
지역마다 고유한 대표 음식이 있다. 전주비빔밥과 콩나물국밥, 부산 동래파전, 전라도 젓갈과 홍어, 제주 옥돔 등이 떠오른다. 통영을 대표하는 음식은 무엇일까? 아마도 통영너물밥과 충무김밥, 시락국, 도다리쑥국, 다찌, 통영 꿀빵 정도가 아닐까 싶다.이런 지역 특색 음식이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정보통신과 교통의 발달로 인해 언제 어디서나 접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역 고유 음식이 유명해지면 곳곳에서 너도나도 팔게 되고, 맛집의 레시피도 손쉽게 유통된다. 덕분에 음식이 획일화되고, 지역 특성이 소멸하고 있다.천안 호두과자와 경
벽방 8경 중 제3경인 은봉성석(隱鳳聖石)에는 다음과 같은 설화가 전한다. 옛날 은봉암에는 자연석 세 개가 서 있었는데 그중 한 개가 넘어진 뒤 해월선사가 도를 통하였고, 또 한 개가 넘어진 뒤에 종열선사가 도를 통하였다. 이후 이 돌들을 성석(聖石)이라 불렀는데, 그중 한 개만 남아 새로 나타날 도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지금도 성석은 7m 높이의 칼같이 날렵한 부위가 극락보전 지붕 처마와 맞닿아 있다.푸른 발우 모양의 벽방산은 이래저래 기다림의 산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제자 가섭존자가 발우를 들고 미륵 부처를 기다리고, 말
벽방산(碧芳山)은 '푸른 밥그릇' 산이다. 원래의 이름도 그랬고, 지금도 벽방산에 있는 사찰에 가면 벽발산(碧鉢山)이라 쓰고 있다. 벽발 보다 발음하기 쉬운 벽방으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푸를 벽, 바리때 발. 바리때는 전통사찰에서 사용하던 그릇으로 발우(鉢盂)라고도 한다.누가 언제 지은 이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름의 뿌리는 26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쓰던 바리때를 제자 가섭존자에게 전하니 이를 들고서 미래에 올 미륵부처(彌勒佛)를 기다린다는 불교 설화에 기인한다. 불교에서 가사와 발우(의발衣鉢, 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