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마(靑馬) 유치환(柳致環) 선생의 일제 치하 작품활동을 둘러싸고 친일과 항일의 상반된 주장을 펴며 시민단체들과 문학단체, 통영예총, 유족간 논란이 일고 있다.민족문제연구소 통영모임(회장 최정규)과 3.1동지회 경남 통영시지회(지회장 허만기) 등 8개 시민단체는 지난 15일 통영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청마가 지난 42년과 44년에 쓴 시 ‘首’와 ‘북두성’이 친일 색채가 짙은 잡지인 ‘국민문학’과 ‘조광’에 실렸다”고 주장했다.특히 작품 수의 내용 중 ‘비적의 머리 두개 높이 내걸려 있나니...이는 사악이 아니라 질서를 보전하려면 인명도 계구와 같을 수도 있도다’라는 부분을 지적했는데 비적은 당시 독립군에 해당, 독립군의 죽음은 황국신민으로서의 질서를 보전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 이들 단체는 청마의 친일 의혹을 제기했다.이에 따라 이들은 “2000년 건립된 청마문학관 및 5회를 맞은 청마문학상 시상을 중단하는 한편 청마거리도 명칭을 철폐하는 동시 통영시와 문학단체 등이 추진하는 옛 통영우체국의 청마우체국 개명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하지만 통영문인협회와 통영예총은 오히려 청마가 반일 또는 민족주의자라고 반박하고 나섰다.문인협회 정해룡(56) 회장은 “당시 비적은 약탈 등 각종 범행을 저지른 중국 마적의 일부로 봐야 한다”며 “청마 선생은 1959년 12월 상재한 자작시 해설 ‘구름에 그린다’에서 이 시는 원수인 일제의 강포한 힘 앞에 굴복하지 않으려는 준열한 결의를 다지기 위해 썼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고 청마 친일을 강하게 부인했다.또 “청마는 일제에 항거, 창씨개명을 하지 않았으며 국회와 민족문제연구소가 이미 밝힌 친일인사 100명 명단에도 들어있지 않다”며 “청마의 친일 행적이 드러난 것이 없는 만큼 청마우체국 개명운동은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도리어 청마는 중국 만주에 머물렀던 1940년대 나라 잃은 설움을 당한 조선 민족의 피맺힌 삶을 노래한 작품들을 많이 남긴 민족주의라는 것이다.청마는 한국전쟁때 목숨을 걸고 종군문인으로 활약했을 뿐 아니라 해방 이후도 이승만 정권의 부정에 항거하다 경주여고 교장직에서 쫓겨나는 등 줄곧 지사같은 삶을 살았다고 강조했다.유족들은 “친일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터무니 없는 사실”이라며 “청마에 대한 친일 의혹이 더 이상 제기되지 않도록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등 법적으로 강력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시도 “지역 출신의 위대한 시인인 청마에 대해 섣불리 명예를 훼손해선 안된다”며 “청마상과 문학관, 청마거리 등 시가 추진한 사업에 대해 반대 성명서를 발표한 만큼 신중한 검토 후 강력 대응할 방침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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