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은 운동하러 온거지 대접받으로 온게 아닙니다”지난 13일 막을 내린 2004 통영트라이애슬론 월드컵. 대회장은 수많은 국내외 참가선수들과 많은 자원봉사자들로 북적였지만 유난히 눈에 띄는 한쌍의 커플 봉사자가 있었다.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지난 5일 결혼식을 올리고 이곳 통영으로 조금은 ‘특별한 신혼여행’을 떠나 대회 통역자원봉사에 여념이 없는 이근호(30)·김수은(34)씨 부부.푸켓, 괌, 발리 등 이름만으로도 신혼의 단꿈에 가슴이 설레는 수많은 여행지가 반기고 있었지만 이들은 통영으로 발길을 옮겼다.통영과 휴스턴은 비행기만으로도 15시간이 걸리는 먼 거리. 먼저 통영행을 제의한 쪽은 부인 김수은씨. 사실 부인 김씨는 통영에서 태어나 어린시절을 보낸 통영출신이다.“통영을 떠나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지 올해로 꼭 10년만입니다. 많이 변했지만 눈에 비치는 모든 것이 아름다운건 여전하네요”10년만에 찾은 고향앞에서 김수은씨는 잠시 가만히 주변만 바라보며 고향 한켠 한켠을 눈에 넣었다.하지만 즐거웠던 순간도 잠시, 대회 참가선수들이 등록을 시작하면서 이들 부부도 바빠졌다.부인 김씨는 둘만의 시간이 없어져 조금은 아쉬워 졌지만 남편 이근호씨는 오히려 신이났다.“이 사람(부인)은 아쉽다고 하지만 전 오히려 즐겁습니다. 언제 또 이런걸 해볼 수 있겠습니까”신혼여행도 뒷전으로 미루고 스스로 택한 봉사활동이지만 곳곳에서 아쉬운 점도 눈에 띈다.일단은 통역부분. 이씨는 “ITU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제대회 간부진이 한국, 일본 등에 대회 유치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가 언어문제다”고 설명했다.이번 대회에서도 참가선수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언어문제. 특히 이들 부부가 맡은게 참가 선수들 안내를 위한 통역. 전문 통역인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선수 한명과의 대화때 마다 이씨 부부를 불러야만했다.이씨 부부 역시 약물 테스트 등의 일부 전문 분야에서는 생소한 단어들이 많아 애를 먹었다.또 한가지는 선수관리 부분. 이씨는 “선수들은 대회를 위해서 그리고 운동을 위해서 오는 거지 보기좋은 대접을 받기 위해 오는게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카자흐스탄의 한 선수는 “내가 방에서 직접 식사를 만들어 먹을수도 있는데 굳이 주는 식사를 먹을 필요는 없다”며 주최측에서 나눠준 식권을 반납하기도 했다고 전했다.선수들은 편한 잠자리가 필요한 것이지 고급스런 잠자리가 필요한게 아니다는 것이다.오히려 그런 비용으로 대회를 통영의 축제로 만들어 선수들에게 통영을 마음속에 새겨넣어 수 있도록해 다시 한번 통영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게 더 효과적이다고 충고했다.이씨는 “선수들에게 친금감을 줄수 있는 홈 스테이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고 귀뜸하기도 했다.“이제 돌아가면 주변분들에게 통영을 적극 권할 작정입니다. 세계 어느곳보다 아름답고 아늑한 이곳을 저만 알기엔 아까우니까요”3박4일간의 짧은 신혼여행을 끝낸 두 부부는 지난 13일 경기도 화성으로 떠났다.
저작권자 © 한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