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이 내려찌는 한 여름. 대청마루에 누워 살랑살랑 통영 부채 날리며 수박 한 입 베물고 내다보자니 밖에서 누가 볼까 염려스럽다.이럴 때 밖에서 시원한 바람과 안에서 나가는 눈길을 고스란히, 서로를 통과시켜 주며 남이 봐서 남세스런 일만 가려주던 것이 발(簾). 가늘게 쪼갠 대나무를 엮어 만든 가리개, 통영대발(중요무형문화재 제114호 簾匠·기능보유자 조대용)이 그것이다.발은 대나무의 마디를 문채(紋彩)로 하여 엮거나 한복판에 쌍희자(雙喜字)나 목숨 수자(壽字) 또는 복 복자(福字) 등 문자나 소나무·용·사슴 등 동식물을 이용해 무늬를 놓아 만들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무늬들이 이루는 아름다움으로 인해 본래의 용도 외에 장식용으로 쓰기도 하며, 예전에는 남녀가 내외를 하는 차단용으로도 썼다.수렴청정(垂簾聽政)이라는 말이 그것으로, 본래 왕대비가 신하를 접견할 때 그 사이에 발을 치고 대화를 나누었던 데에서 유래한다.그러나 이 말은 뜻이 바뀌어져 나이 어린 임금을 대신해 어머니나 할머니가 섭정하는 것으로 의미가 바뀌게 됐다.요즘의 우리네 생활에도 발은 여전히 많이 쓰이고 있다.대나무나 갈대가 아닌 비닐이나 합성수지로 만든 것도 나오고 있으며, 특히 여름이면 농촌은 물론 도시의 가옥들에서 여러 용도로 발을 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어느 집에선 발을 타고 나팔꽃 줄기가 올라가는 멋이 있기도 하다.예전 한옥만큼의 조화는 아니더라도 4백년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품질, 예술미, 풍류를 더하는 통영미선(尾扇)부채와 통영발이 주는 여유와 낭만이 올 여름에도 여전하다면, 더운 날씨에도 즐거운 마음 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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