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 소파시설 없이 '매미' 견딘다…내만양식장 대비 생산성 4배 적조 피해 예방효과 검증 등 남은 숙제 많아 '절반의 성공' 지적도

통영 등 남해안에 특화된 한국형 외해가두리 표준모델이 완성됐다.

별도의 소파시설 없이도 태풍 '매미' 수준의 강풍과 파도를 견딜 수 있고 생산성, 생존율, 성장도는 기존 내만 가두리에 비해 월등하다 게 이 모델의 최대 장점.

내만에 밀집한 가두리양식장으로 인한 각종 환경문제를 해소하고 양식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만큼 지역 양식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양식업계의 가장 큰 골칫거리인 적조 피해에 대한 효과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은데다 실제 양식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아직 풀어야할 숙제도 많다는 지적이다.

▲ 외해가두리 설계도.

230ha 내만 가두리 30~50% 외해 이전 가능

▲ 한국해양연구원 명정구 책임연구원.
통영시는 16일 '외해수중 가두리 개발 시험연구사업' 3년차 최종보고회를 가졌다.

진의장 시장을 비롯해 남해안 일대 수산관계 기관 및 연구소 관계자, 어류양식어업인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2006년 12월 시작된 관련 연구는 통영시가 한국해양연구원(책임연구원 명정구 박사)에 용역을 의뢰, 최근까지 3년간 계속돼 왔다. 국도비 7억원에 시비 7억원 등 총 14억원이 투입됐다.

경상대학교, 전북대학교, 경상남도 수산기술사업소, 남평수산 등도 참여기관 및 사업자로 함께했다.

연구팀은 그동안 개방된 해역에서 중간크기의 양식어종을 성어로 키울 수 있는 외해가두리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통영 연안해역의 해양환경을 조사하고 가두리 시설 개발과 시범 양식을 통한 종합적인 경제성 검토를 마쳤다.

우선 연구초기 2년간 산양읍, 곤리도와 대장두도 해역에 설치된 1.5ha규모 가두리 5조에 민어, 참돔, 점농어, 방어, 돌돔 중간어을 입식해 기존 내만 가두리시설과의 성장도, 생존율을 비교했다.

조사 결과, 점농어를 제외한 4개 어종 모두 외해가두리에서 빠른 성장률을 보였고 사각형보다는 원형 시설에서 성장이 빨랐다.

특히 참돔의 경우, 외해가두리에 입식된 것들이 체색이 더 붉어지는 등 상품성이 향상됐다.

돌돔을 대상으로 한 어병조사 역시 외해가두리의 효용성이 뛰어났다.

내만 가두리에 입식한 돌돔은 이리도바이러스 보균 상태에서 100% 발병했지만 외해가두리 돌돔은 바이러스 보균을 한 상태에서도 발병률이 낮았다.

마지막 3년차 연구는 한국형 외해가두리 시설 개발에 집중됐다.

연구진은 산양읍 연화리 곤리도 앞 해상을 시험어장을 선정, 최근 50년간의 해양환경을 분석해 시설 기준을 설정했다.

2003년 발생한 태풍 매미 수준의 재해, 재난을 견뎌낼 수 있도록 시설 안정성을 확보하는 게 핵심.

수심 35m 이상이 개방된 해역에서도 유속 30cm/sec 이상, 파고 7m 이상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을 설계조건으로 했다.

가두리 제작이 가능한 각종 재료를 고민한 끝에 몸체는 플라스틱 종류인 고밀도 HDPE폴리에틸렌을 소재를 사용하고 그물은 PE낫셀망, 형태는 원형으로 선택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름은 50m, 그물 깊이 18m의 대형 원형시설물을 제작, 곤리도 앞바다에 띄운 뒤 바다 속에 가라앉힌 5톤급 테트라포트 6개를 통해 고정했다.

시설물 제작을 담당한 한국해양연구원 박용주 박사는 "관 두께가 얇아 두 차례 일부가 파손됐지만 두꺼운 관으로 전량 교체한 뒤 브라켓을 보충하고 계류방법을 개선하면서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설치된 시설은 기존 내만 가두리 13개조를 하나로 묶은 것과 같은 용량이다. 자동화를 통한 경비 절감 및 사료, 활어 운반 등 관리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전용 관리선이 필요하다. 카페리선를 관리선으로 활용하는 게 가장 무난하다"며 "대형가두리 10개 당 100~150톤급 1척이 필요하고 선박 건조 및 시스템 탑제를 위해 25억원 상당의 예산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해당 시설물을 활용한 경제성 분석에서는 참돔 500톤 규모의 대량생산을 기준으로 순이익률이 81.7%로 예상됐다. 기존 어류양식의 순이익률 30~40%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명정구 책임연구원은 "이 시설을 이용하면 현재 통영연안에 자리잡은 230ha의 가두리 시설 중 30~50%를 외해로 이전할 수 있다"며 "대형가두리 시스템완성에 따른 기업형 해상어류양식 체제 전환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 현 연구 성과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남동해수산연구소 허영백 박사.

경제성 분석범위 미흡, 적조 예방 검증 필요

연구진의 성과보고를 경청한 참석자들은 "한국형 외해가두리가 제시됐다"고 평가하면서도 일부 부족한 내용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경상남도 수산기술사업소 김금조 소장은 "현장 어업인들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경제성이다. 제시된 경제성 결과는 중간어를 성어로 성장시키는 것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치어에서 중간으로 성장하는데 따른 소요 경비나 사료량, 그리고 생존율에 따른 편차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경제성 분석이 추가돼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육종연구센터 명정인 센터장은 "양식이 태동한 30년 전 생각지 못했던 문제가 고기들이 먹다 남은 사료가 퇴적돼 발생하는 환경오염이다. 먼 바다로 나간다고 해서 잉여사료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또 대형 시설물 설치에 따른 해류소통 제한 문제도 예상된다"고 했다.

동남해수산연구소 황현규 연구사는 "외해가두리의 장점 중 하나가 적조를 예방 효과다. 그런데 이에 대한 검증 결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명정구 책임연구관은 "불행하게도 연구가 진행된 지난 3년간 적조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결과를 도출해 내지 못했다"며 "하지만 적조가 분포하는 최대 수심이 10m인 만큼 외해가두리 시설에는 입식된 물고기들이 피해 다닐 수 있는 공간이 확보돼 있는 만큼 피해 예방 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답했다.

덧붙여 "용역 기간은 완료됐지만 다 끝났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양한 상황을 고려한 경제성 분석, 환경 문제 등 지적해 준 문제들은 종합결론을 통해 검토하고 개선안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특히 "현재 정부에서 잡은 외해가두리 시설기준이 현실과 부합되지 못하는 측면이 많다. 이번 연구를 통해 얻은 경험을 토대로 개선안을 건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통영시청 진근태 담당은 "앞으로 지금까지의 연구성과를 현장에 접목하는 작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내만 가두리는 치어에서 중간어를 키우고 외해가두리는 중간어를 성어로 키우는 역학 분담이 되도록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진의장 시장은 "실천 가능한 방안을 찾아달라"고 주문했다.

저작권자 © 한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