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등 따시고 배부른게 최고'라 했다. 배 부른 것보다 등 따신 것을 우선으로 내밀었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고유가의 시대, 소처럼 되새김질 해볼만 한 대목이다.
 
에너지 위기를 극복할 대안은 지역에 있다. 엄청난 생산력을 담보하지만 위험천만한 핵에너지를 멀리하고 안전하고 지속이 가능한 에너지를 구한다면 마을과 지역에서 소규모로 시작하는 것이 순리다. 선진국들은 공연히 선진이 아니라 대안에너지를 연구하고 설치하는 것에서도 역시 저만치 앞서나갔다. '가리늦게' 시작한 우리나라도 가랑이가 찢어져라 달려보지만 여전히 꿈도 못꾸고 있는 지자체가 더 많다. 정부에서 하라고 하니까 흉내만 내는 경우가 있고 묘미를 느껴 작정하고 밀어붙이는 지방도 있다.
 
가까이로는 산청의 민들레공동체가 있고, 임실 중금마을, 핵폐기장을 밀어내고 대안에너지를 가장 먼저 선택한 부안 등용마을이 있다. 광주는 빛고을답게 일찌감치 대안에너지 정책을 도시 전반에 펼치고 있고, 유기농으로 자리매김한 홍성 홍동면도 선두주자에 속한다. 무려 축구장 93개 크기의 동양최대 태양광발전소는 신안군에 들어섰다. 강화도는 섬이라는 특성을 활용해서 조력 발전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제주도는 아예 에너지특별자치도를 선포했고 곳곳에 풍력과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서고 있다.
 
멈출수 없는 유혹, 대안에너지
 
태양광, 태양열, 풍력, 지열, 조력과 파력, 바이오매스 등 대안에너지의 성장속도는 눈부시게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태양광 핸드폰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광합성을 하는 식물처럼 핸드폰에 햇빛만 쬐어주면 저절로 충전된다. 비어있는 아파트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엘리베이터와 가로등 등의 공용전기료를 해결할 수 있다. 2009년 뉴욕에서 열린 친환경디자인 경연대회에서 가장 눈길을 끈 제품은 '그리너 가제트'라는 블라인드 커튼이었다. 이 블라인드는 낮에 빛을 받아 전기를 생산해 충전기에 저장한 뒤 밤이 되면 전등역할을 한다. 한국의 시민활동가는 자전거 발전기를 만들어 캄보디아의 가난한 마을을 밝히고 있고 몽골의 초원에 태양광조리기를 보급, 연료를 대체하고 있다.
 
건축물의 형태도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햇빛이 많이 비치는 건물의 외벽은 돈이 들어오는 곳이다. 태양광 전지판을 붙이면 된다. 그냥 비워두기에 아까운 공간이다. 독일은 건물의 에너지 사용 등급이 정해져서 건축물을 매매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된다. 유리온실처럼 짓는 건물은 유지를 위한 냉난방비가 엄청나므로 세입자는 물론 지구에 민폐를 끼치는 나쁜 건축물이다. 달아에 있는 수산과학관 건물이 대표적인 예다. 햇빛 좋고 바람 좋은 그곳에 전기는 태양광으로 온수는 태양열로, 거기다가 보완으로 풍력발전기를 설치한다면 유지비를 지금의 절반이상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모쪼록 착한 건축이 필요한 시대다.
 
섬마을에 태양광발전시설을
 
발전기를 켜서 전기를 돌리는 섬마을이 제법 있다. 수우도를 비롯한 매물도 등이 그렇다. 한 달에 약 3천만원이라는 유지비가 들어가는 바보짓이다. 일년이면 3억이 넘는데 그 돈이면 마을전체가 쓰고 남을 태양광발전소를 짓고도 남는다. 몰라서 안하는 것인지 지역경제 활성화차원에서 돈을 쓰고자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정부의 정책이 답답하기 그지없다.
 
2007년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발표에 의하면 한국에서 대안에너지의 가장 적지중의 하나가 통영과 거제라고 한다. 거제는 전혀 시작조차 하지 않고 있지만 통영은 연대도를 비롯한 좋은 사례를 엮어 나가고 있다. 연대도는 다음 주에 증도에서 열리는 '지속가능한 섬개발을 위한 한 미 일 국제워크숍'에서 국내 대표사례로 소개된다. 또 11월에는 한국 건축사협회에서 주관하는 '친환경건축을 위한 국제심포지움'에서 국내 우수사례로 소개하게 된다.
 
지역에너지는 시대적 대안이자 복지의 시작점이다. 허술한 경로당을 리모델링하고 대안에너지로 따뜻하게 데워 공동취사가 가능하도록 돕는 원주의 '노나메기' 사업은 마땅히 본받아야 할 것들이다. 도시의 좁은 공간보다 우선 자연마을에서 마을에너지 사업을 시작할 일이다. 무엇보다 전기가 들어가지 않는 섬 주민들에게 착한 불빛을 비출 때이다. 햇빛은 낮에만 소용있는 에너지가 아니다. 축전지에 모아두면 밤에도 빛나고 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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