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옻칠미술관 김현 학예사, 새로운 예술세계 도전장

 


 
"시련에도 결코 굴하지 않는 장인이 될 겁니다"
 
외모가 경쟁인 시대에 걸맞게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멋 부릴 줄 아는 한 젊은이가 통영옻칠미술관에서 학예사(큐레이터)로 있어 눈에 띈다.
 
김현(28·통고 57기)씨.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은 신참 큐레이터인 김현 씨는 젊은 예술혼을 불태우느라 지난 밤 공예품을 만든다고 밤을 꼬박 지새운 탓에 코까지 다크서클이 내려왔다.
 
동아대 공예과(예술대학 학생회장) 출신인 그는 어릴 때 외할아버지가 활을 많이 만들어 줘서 그때부터 만들기에 흠뻑 빠졌다. 역시 피는 못 속이는지 과학상자, 고무찰흙 등 재료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뚝딱 만들어냈고 입상경험도 많다.
 
이제 그는 만들기를 즐기는 학생에서 벗어나 통영전통예술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배움을 갈망하는 사람이 됐다.
 
전통예술에 대한 집착과 고집은 그를 돋보이게 했다.
 
부모님의 엄청난 반대를 무릅쓰고 진로를 택했고 앞으로의 그의 행보는 더욱더 그럴 것이란 예감이 든다. 한치 앞도 안 보이는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해야 할까?
 
"산업디자인회사나 광고회사 등 부모님께서는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라 했지만 대학원에 다니다가 돈이 없어 경호업체에서 일을 했다. 그러나 일을 하면서 작업을 한다는 게 너무 힘들었다. 당시 나의 은사인 이승동 선생(청개구리 미술학원 원장)이 찾아와 용돈도 주고 격려해줬으며 통영으로 나를 인도해 주셨다."
 
옻칠미술에 대한 설명을 해달라고 하자 그의 전문지식에서 나오는 재밌는 설명에 매료됐다.
 
옻칠나무 한 그루 추출액은 150g(소주 컵 3잔정도) 정도, 추출부터 70~80단계에 이를 정도로 손이 많이 가는 제작과정, 옻칠 중간과정이 잘못되면 나중에 표가난다며 얇게 여러 번 칠해야 되는 인내까지 설명했다.
 
천년동안 보존된 천마총, 팔만대장경, 백제 갑옷, 토기안의 썩지 않은 곡식의 비밀 등 이게 바로 옻칠의 우수함이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옻칠미술이란 것이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심오한 것인데 반해 요즘작가들이 전공으로 살리기보다 취미로 하는 사람이 많아지다 보니 점점 작가의 예술정신이 약해져 가는 것 같고 국내에서 옻칠장으로 천대받는 현실에 대해 우려했다.
 
또 목숨을 걸고 전통을 이어온 통영장인들을 존경하지 못할망정 최근 통영무형문화재보존협회 존폐위기를 보고 눈물이 난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예술인들이 가장 힘들 때는 주위 사람들이 인정을 안 해줄 때가 아닐까"라고 말했다.
 
김현 씨는 자신의 공방을 도천동에 준비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자신의 생각대로 새로운 예술세계에 도전장을 내밀 계획이다.
 
"통영옻칠미술관 김성수 관장님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 칠예가이신 선생님의 옻칠회화 느낌을 살려 나의 오브제(입체 장식품)에 투영할 생각이다. 프로와 아마추어, 작품과 상업적인 것이 종이 한 장 차이가 나는 현실, 순수예술이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시대 흐름에 맞춰 옻칠도 알리면서 가구 테이블 위주로 실생활에 활용되는 조형물을 만들고자한다"며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기 보다는 돌파구를 찾고 말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전통예술에 대한 관심 좀 가져주세요"라며 다른 지역에서 더욱 높게 평가받는 통영의 예술은 언젠가 최고가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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