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수출대책 심포지엄 열려…수출재개 해법 찾아 민관학 머리 맞대
학계, 행정 "방법은 있는데..."…생산업계 "현실적으로 어렵다"한계 토로

▲ 28일 경상대학교 해양생물연구센터에서 열린 '대미 마른멸치 수출대책'심포지엄.

"정답은 나왔다. 그런데 풀이과정이 쉽지 않다."

마른멸치 대미수출 재기를 위해 생산업계, 행정, 학계 등 '민·관·학'이 머리를 맞댄 가운데 내린 잠정결론이다.

지난달 28일 열린 '대미 마른멸치 수출대책' 심포지엄. 통영시, 해양산업연구소, 경상대학교 해양생물을 이용한 식의양품 소재 연구회 등 3개 기관·단체가 공동주관했다.

2008년 수출길을 뚫은 이후, 올해로 4년차에 접어들며 본격화되다 지난 4월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수입통관 불허조치로 중단된 마른멸치의 수출재개를 방안을 논의하기위해 마련된 자리.

주관 기관·단체 관계자, 생산어업인, 생산자단체인 기선권현망수협 관계자 등이 배석했다.

특히 이번 통관 불허조치의 심각성을 반영하듯 중앙정부부처 실무책임자도 현장을 찾았다.

FDA의 위생수준 강화에 따른 수출중단이란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만큼 참석자들 모두 시종일관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행정과 학계는 수출재개를 위한 FDA의 요구조건과 이에 대한 대응전략을 분석해 해법을 제시했지만 모범답안이 돼진 못했다.

행정과 학계가 제시하는 이론적 요건을 맞추기 위해선 사실상 지금의 멸치 생산체계 전반에 수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생산업계 입장에선 "수출이라는 단 1%의 시장을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란 반문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심포지엄 참석자들.

▲ 수출중단 사태의 심각성을 반영하 듯, 농림수산식품부 실무책임자도 현장을 찾았다.

 
"적색리스트→그린리스트로 전환해야"
첫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통영시 임채민 어업진흥과장은 통영의 마른멸치 생산 및 수출현황을 소개하며 문제점과 해결과제를 소개했다.

임 과장은 "2008년 기선권현망수협을 통해 미국 수출을 시작한 통영의 마른멸치는 2010년 이후 물량이 급격히 늘어 2011년 4월 누계실적이 수출 첫해보다 3배 이상 신장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기선권현망수협의 마른멸치 수출실적은 2008년 12.9톤 8만1천달러에서 2010년 36.8톤 59만2천달러로 3배가량 늘어고 2011년에는 1월부터 4월까지 4개월만에 42.1톤 76만7천톤을 기록했다.

하지만 미국 FDA가 마른멸치에 대한 수입통관 불허 조치를 내리면서 4월 이후 대미 수출이 중단된 상태다.

그는 "FDA는 2011년7월25일, '보톨리늄의 성장, 독소 생성의 가능성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처리되지 않은 마른 멸치 제조사를 적색리스트에 등제한다'는 내용의 수입경보를 발표했다. 이로 인해 기선권현망수협을 포함한 국내 수출업체가 적색리스트에 등재돼 마른멸치 수출이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렵게 개척한 미국 소비시장 상실이 우려되는 어업실정에 맞으면서 FDA기준에 부합되는 실현 가능성 높은 HACCP계획을 수립해 만큼 조속한 시일 내 적새리스트에 등재된 수출업체를 그린리스트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덧붙여 "새로운 수출시장을 개척하고 멸치 내장을 제거한 새로운 수출상품 개발에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농림수산식품부 김종모 사무관.
"어려움 있지만 길도 있다"
수출통과 대응경과를 발표한 농림수산식품부 양식산업과 김종모 사무관은 "관련 사안에 대해 한 달여 간 조사를 해 본 결과, 어려움도 있지만 길도 있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김 사무관은 "FDA의 요구사항은 이번에 갑작스레 만들어진 게 아니다. 1998년 이미 정립된 위생조건이다. 때문에 우리가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수치상이기는 하지만 전체 수출실적을 보면 전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금액은 증가했다. 수입경보 발표 후에도 수출하는 업체는 있다는 의미다. 이는 곧 현재 수출이 중단된 업체도 수출을 재개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수출을 하고 있는 곳과 못하는 곳을 조사해 보니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눠졌다. 관련 HACCP가 아예 없는 업체, HACCP가 있지만 제대로 안하는 업체, HACCP가 있고 FDA의 요구사항을 알고 보완하는 업체다. 3곳 중 마지막 1곳만 수출을 지속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

그러면서 수출재개를 위해 정부에서 준비 중인 2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그는 "첫 번째는 한-미 정부간 MOU(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방법이다. 굴양식 업계의 패류생산지정해역과 유사한 형태로 보면된다. 우리 정부가 수출업체를 지정하고 지정 업체는 수출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개별 업체가 FDA의 실사를 받고 수출입 허가를 얻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둘 다 장단점이 있는 만큼 수출업체에 더 나은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 그리고 정부차에서 지원할 수 있는 것들은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 미국 오레곤주립대학교 박재원 교수.
"어획, 가공, 유통 전 공정에 HACCP 적용해야"
미국 오레곤주립대학교 박재원 교수는 FDA의 식품규정을 기초로 통관불허 제품의 문제점과 수출재개를 위한 3단계 세부 대응전략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멸치를 어획해 마른제품으로 가공, 유통하는 전 공정이 HACCP기준에 부합되는 게 기본이라는 전제를 두고 "제품의 생산/유통 과정에서 수분함량은 20%이하, WPS(Water Phase Salt)는 10%이상, 수분활성도는 0.85미만이 유지돼야 한다. 운송 및 저장 중 외부 수분을 방지할 수 있도록 외포장 안에 비닐포장을 추가로 넣는 게 좋다"고 말했다.

또 "실온, 냉장, 냉동 등 다양한 판매 형태에 맞춘 제품별 HACCP계획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식품영양표시(Nutrition Facts), 제품표식(Labeling)의 정확성 향상도 중요 개선사항으로 꼽았다.

박 교수는 "미국의 경우, 내국산이나 수입산이나 동일한 취급을 받는다. 그 만큼 위생기준도 엄격하다. 한 번 레드리스트에 들어간 업체나 품목은 빼내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앞서 지적된 사항을 개선하고 HACCP수행 계획을 잘 세우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HACCP [Hazard Analysis and Critical Control Point]란?
식품의 원재료 생산에서 부터 최종소비자가 섭취하기 전까지 각 단계에서 위해 물질이 해당식품에 혼입되거나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위생관리 시스템.

▲ 기타토의를 진행한 경상대학교 최영준 교수.

1%를 위해 90%를 바꿔야 하나?
하지만 일련의 해법에 대해 생산현장에서는 이론과 현실의 차이를 지적하며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생산어업인 대표로 참석한 기선권현망수협 진장춘 조합장은 "기선권현망업계는 지난 100여 년간 한국인의 입맛에 맛는 최상급 멸치를 생산해 왔다"며 "수출 비중은 전체의 1%도 채 안된다. 1%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생산 체계를 바꾸는 것이 과연 옳은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진 조합장은 "제품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수분함량이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멸치는 한국인이 입맛에 가장 적합한 수분함량을 가지는데 이를 미국인들 입맛에 맛춘 수준으로 조정하는 것은 99%에 달하는 절대 시장을 놓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수출재개를 위한 공정개선 사항도 현실에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선권현망수협 이홍재 직판사업팀장은 "FDA는 유통 전 과정에서 제품이 3℃내외의 냉장상태가 유지되길 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가공선, 운반선, 어장막까지 별도 냉장시설을 추가해야 하는데 선박은 선복량을 제한한 현행법상 불가능하고 나머지 시설 역시 어려움이 많다"며 현실적 한계를 토로했다.

결국 이날 심포지엄은 수출재개를 위한 답은 찾아냈지만 "이를 어떻게 현실에 적용시킬 것인가?'란 또 다른 숙제를 남기고 끝났다.

▲ 김동진시장도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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