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룡포(頭龍浦)는 통영의 옛 지명이다.

옛 전언에 의하면, '頭龍'은 '용머리'라는 뜻으로 후세에 길이 남을 위인은 반드시 두룡포에 의지해야 용으로 승천한다고 전한다.

아래 한시 몇편의 저자 조임도[趙任道, 1585~1664]는 조선 중기의 학자로써 본관 영산(靈山), 자 덕용(德勇), 호 간송당(澗松堂)이다.

학문에 정진하며 전원생활을 하다가 1611년(광해군3년) 이황(李滉) ·이언적(李彦迪)의 문묘종사(文廟從祀)를 반대하는 정인홍(鄭仁弘)을 규탄했다.

이후 칠원(漆原)에 은거하다가, 광해군 8년(1615년) 을묘년에 통영과 거제를 방문하여 아래 한시들을 남겼다.

1623년의 인조반정(仁祖反正) 후 학행(學行)으로 천거되어 공조좌랑이 되었으며 지평(持平)에 추증되고 함안의 향사(鄕祠)에 배향되었다. 문집 《간송집(澗松集)》이 있다.

1) 두룡포우점(頭龍浦偶占) 우연히 두룡포를 읊는다. / 조임도(趙任道)
桂棹蘭檣放海門 작은 노에 돛대 세운 배가 바다로 나아가니    
奇觀勝狀愜前聞 기이하고 아름다운 경치가 소문 그대로일세.
玲瓏樓閣丹靑麗 누각은 영롱하고 단청의 화려함 멀리,
縹緲煙霞島嶼分 아득한 안개와 노을 속에, 크고 작은 섬들 나뉘었네.

漁火遶船星點點 고기잡이 횃불이 어선을 감싸니 별이 점점이 박힌 듯하고
長鯨吹浪雪紛紛 고래가 길게 물결을 뿜어내니 눈발이 흩날리듯 한다.
此間知有安期子 이제야 안기생(安期生)이 있음을 깨닫는데
風引鸞笙撤彩雲 바람에 이끌려온 난생(鸞笙)이 고운 빛 구름 거두네.
[주1] 단청(丹靑) : 집의 벽ㆍ기둥ㆍ천장 등에 붉고 푸른 여러 가지 빛깔로 그림과 무늬를 그림.
[주2] 표묘(縹緲) : 끝없이 넓거나 멀어서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어렴풋함.
[주3] 취랑(吹浪) : 물고기가 물위에 떠서 숨 쉬느라고 입을 벌렸다 오므렸다 함. 물결을 뿜어냄.
[주4] 안기자(安期子) : 동해의 선산(仙山)에서 살았다는 전설상의 선인(仙人) 안기생(安期生)을 말한다.
[주5] 난생(鸞笙) : 난(鸞)을 타고 피리를 부는 신선을 이름. 난생은 생황(笙簧)의 미칭(美稱).

2) 두룡포통영(頭龍浦統營) 1615년(乙卯) / 조임도(趙任道)
淸絶頭龍浦 더할 수 없이 깨끗한 두룡포는
雄奇鎭甕城 웅위롭고 기이한 옹성(甕城)의 진영이다.
旌旗翻日影 새털 깃발의 해 그림자 나부끼고
鼓角徹雲程 고각소리는 구름 속을 꿰뚫네.
滄海無邊鏡 넓고 푸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있고
靑山幾疊屛 청산이 겹겹 병풍으로 둘렀구나.
扁舟探勝客 조각배에는 탐승객(探勝客)들이
留滯不知行 머무르며 떠날 줄 모르네.
[주1] 옹성(甕城) : 무쇠로 만든 독처럼 튼튼히 쌓은 산성이라는 뜻으로, 매우 튼튼히 둘러싼 것이나 그러한 상태를 비유하여 이르는 말.
[주2] 탐승객(探勝客) : 경치(景致) 좋은 곳을 찾아다니는 사람.

3) 두룡포 잡영 2수(頭龍浦雜詠二首) (1615년 여름 乙卯夏 편안하고 어진 사촌형을 따라 隨安仁從兄 바닷배에 승선하고 8진영 성에서 乘海船於八鎭城 두룡포로 들어가 入頭龍浦 통영중군 이장(李丈)을 방문했다. 訪統營中軍李丈) /조임도(趙任道). 
 
酷愛滄洲勝 심히 사랑한 바닷가 경치
張帆八鎭城 8진영 성(城)을 향해 돛을 편다.
祥飆吹帽去 상서 바람 불어 모자를 벗겨도
靈物護舟行 영물은 출항하는 배를 보호하네.
海盪銀濤湧 바다가 밀어내는 은빛물결 솟구치고
雲移翠黛橫 구름은 먼 푸른 산을 가로지른다.
篙師莫停棹 노련한 뱃사공 쉼 없이 노를 저어
直可到蓬瀛 곧바로 봉영(蓬瀛)에 이르리라.
爲訪中軍丈 통영중군 이장(李丈)을 만나려고
來觀統制營 통제영에 와서 구경하니,
艨衝聯百艦 백 척의 전선(戰船)이 잇닿고
熊虎擁千兵 수없이 용맹한 군사가 호위하네.
邊靜藏刀斗 고요한 변방에 조두(刀斗)를 감추고
官閒沸管笙 한가로운 관리는 생황피리 불구나.
元戎必良將 통제사는 필히 훌륭한 장수인지라,
高枕虜塵淸 오랑캐 먼지 사라져 베개 높이 벤다네.
[주1] 봉영(蓬瀛) : 신선이 산다는 봉래산(蓬萊山)과 영주산(瀛州山).
[주2] 도두, 조두(刀斗) : 옛날 군대에서 취사도구와 징을 겸하여 쓰였던 기구. 구리로 솥처럼 만들어 낮에는 음식을 짓는 데 쓰고 밤에는 징으로 썼다. or 행인의 밥솥.
[주3] 고침(高枕) : 높은 베개, or 안락(安樂)하고 근심이 없는 생활(生活).

4) 두룡포에서 배를 돌려 진해에 정박해 예전에 노닐던 바를 그리워했다(自頭龍浦廻舟 來泊於鎭海 眷戀舊遊) / 조임도(趙任道).
周覽名山滄海東 푸른 바다 동쪽 명산을 두루 구경하려
廻舟掛席駕長風 돛을 걸고 배를 돌려 긴 바람 타누나.
夜來枕上遊仙夢 밤에 침상에서 신선세계 꿈꾸는데
飛入虛無縹緲中 아득한 허공 먼 곳을 날아 들어간다네.

5) 당포삼천(唐浦三千) / 오횡묵(吳宖默) 통영잡영10절(統營雜詠十截) 中.
唐津西去又三千 당포 나루 서쪽으로 다시 삼천이 있는데
野曠天晴二百年 넓은 들판에 하늘 맑은지 이백년,
一自洗兵烽火晏 이후로 병기를 씻고 봉화는 편안하니
空餘戍卒枕戈眼 헛되이 남는 군졸 창을 베고 누웠네.

6) 삼도수군통제영(三道舟師統制營) / 이유원(李裕元) 1881년 거제유배 길에.
三道舟師統制營 삼도 수군(주사) 통제영
空中櫓出大船橫 공중에 큰 망루 드러나더니 큰 배가 바다를 가로지르네.
將軍暇日行過路 장군이 틈을 내어 길을 지나다니고
十里轅門闐甲兵 십리에 걸친 진영의 문에는 갑옷 입은 병사가 가득하구나.
 
內洋初渡可投鞭 내양(內洋)으로 처음 바다를 건너려니 엄청 군사가 많구나.
山徑回回遮後前 산길을 돌아 도니 앞뒤가 막히어 보이질 않네.
水環如島還非島 섬처럼 물이 둘러싸기도 하고, 섬은 아닌데도 물이 돌며 흐르는
一幅岐城望裏全 한 폭의 거제가 온통 내 눈에 들었으랴.

7) 고성을 지나 통영에 이르러. / 김진규(金鎭圭) 1689년 거제유배 길에.
天明歷固城 하늘이 맑을 무릅 고성을 지나
溟渤縣南拆 큰 바다에 이르니 고을이 남쪽으로 터져있고
肅肅統帥營 엄숙하고 고요한 통제영(통수영),
山海轅門闢 산과 바다가 원문(진영의 문)을 열었네.
徒旅敢徑度 나그네 무리가 감히 질러가지 아니하랴
武士嚴關鑰 무사가 엄중한 관문을 지키는데
路盡迫海漘 길 끝이 바다 물가에 닿아 있어
下馬催登舶 말에서 내려 배에 오르길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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