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적의 드라이브코스 도산해안일주도로…보이는 곳마다 야생화로 단장

 

신이 주신 아름다운 길! 도산해안일주도로, 언젠가 도보여행을 하면서 내가 붙여준 도로 이름이다.


도산면 소재지인 지법마을에서 출발하여 동래골, 송계, 분지포, 잠포, 수월, 저산, 가오치를 거쳐 다시 지법마을로 오는 이 해안도로는 백리길이다.


오전 열한시에 출발하여 오후 네 시 경 돌아왔으니 꼬박 여섯 시간이 걸린 도보여행이었다.


그 때만해도 온갖 우여곡절 끝에 곳곳이 2차선으로 개설 또는 확장되고 있었지만 절반이 비포장도로였다.


막 새움을 틔우려는 온갖 연두 빛 수목들과 어울려 자란만과 사랑해협에 점점이 발 담그고 있는 섬들은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었다.


마을이란 마을, 길이란 길은 다 다녀보았지만 이토록 아름다운 길이 통영에 있었다는 사실에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월마을과 동촌사이의 송지바우 끝에서 바라본 옥녀봉 너머로 지는 석양은 우리 일행의 혼을 빼놓기에 충분했었다.


서쪽하늘을 벌겋게 물들이고 은퇴하고 싶다던 어느 노정치가가 이런 광경을 보기라도 했을까. 마을 이름이나 유래도 재미있다.


숭어가 많이 잡혔다고 붙인 수월(숭어들이가 변해서 된말), 아주 가늘고 긴 포구라 하여 손개(지금은 송계라고 부름), 산돼지가 많이 서식했다하여 불린 저산 등의 마을 이름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도보여행이 이토록 큰 기쁨을 안겨 주리라 미처 생각지 못했다.


통영의 관문에 위치한 도산면은 약 4천명의 인구가 한데 모여 오순도순 형제처럼 살아가는 아주 평화로운 곳이다.


벽방산아래 자리 잡은 오사마을은 창녕 조씨 집성촌으로 주민 모두가 친인척이다.


면민의 반은 어업에 종사하고 나머지는 농사를 짓는 순박하기 이를 데 없는 곳이다.

 

수산자원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이중삼중으로 개발을 규제하여도 누구하나 불평 없이 그저 순리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도덕산, 벽방산의 정기를 받은 후손들은 대한민국의 정. 관계를 주름잡고 있다. 면민체육대회가 있는 날에는 남녀노소는 물론이며, 객지에 나가 일하던 출향인들까지 합세하여 자기 마을의 명예를 위해 팔을 걷어 부치는 곳이 도산면이다.


인사발령장 한 장에 오고가는 것이 공무원이지만 이렇게 멋진 곳으로 발령 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발령장을 받는 순간 가슴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낯선 곳의 두려움이라기보다 왠지 고향으로 발령 난 것 같은 착각이 일고 있었다. 동래골 어느 시골집 담 너머에 환히 피었던 라일락 향기가 코끝을 자극하고 있었다.


이곳 도산으로 발령받은 이후 가장 먼저 가 본 곳이 이 길이다. 한두 군데를 제외하고는 아스팔트로 말끔히 포장되었다.


비포장도로의 그 운치 있는 광경은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잘 단장된 도로가 문명의 이기를 말해 주고 있었다.


눈이 시리도록 맑은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있는 형제도, 문방사우도, 유자도, 읍도, 연도 등 올망졸망한 섬들은 그 때 그대로이다.


예나 지금이나 어쩌다 지나치는 한두 대의 차량 외는 한적하기 이를 데 없는 외진 길이다.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이 이어지는 바다경관을 조망하며 여유롭게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곳인데도 이 길을 아는 이는 그렇게 많지 않다.


꽃이나 길이나 그의 이름을 불러줄 때 비로소 우리에게로 와서 꽃이 되고 길이 되는 것이다.


마라토너 이봉주가 뛰었다 하여 유명해진 고성 동해면 마라톤 코스가 제마무리 아름다워도 도산해안일관광주도로에 비길 것인가.


이곳에 근무하는 동안 신이 주신 아름다운 이 도로를 멋있게 단장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있었다.


달랑 인사발령장 하나에 왔듯이 언제 또 한 장의 발령장에 의해 어디로 떠날지 모른다. 있을 때 잘하라는 유행가 가사가 이토록 마음에 와 닿는 것은 어인일일까.


요즘 나는 면 공무원이 아니면 만끽할 수 없는 즐거움에 푹 빠졌다.

 

지난 가을 그토록 땀 흘려 심은 유채가 화답이라도 하듯 새싹을 틔우고 있다.

 

보리와 더불어 유채는 겨울에 새싹을 틔워 엄동설한의 그 모진 추위를 이겨내고 내년 봄 우리에게 화사한 꽃을 선사하는 희망의 싹이다.


바다 조망권을 가로막는 불필요한 수목도 정비하고 노는 땅은 어디든지 사계절 아름다운 야생화가 피는 꽃길을 조성할 것이다.


셈할 수 없는 고가의 작품을 소장한 충무분재원, 서촌농원도 홍보 해야겠고, 가오치마을에 위치해 있으면서 도산의 역사를 몸소 말해 주는 ‘가배량성’이나 도산예술촌, 수월마을 방품림도 자랑거리로 만들어야겠다.


아카시아꽃 만발하는 계절의 여왕 5월에는 이곳저곳 손님들을 불러 모아 환상의 길 도산해안관광일주로를 마음껏 자랑해야겠다.


우리의 노력여하에 따라 늘 소외받고 낙후된 마을이 아니라, 꿈과 희망이 영그는 곳으로 발돋움하리라 믿는. 잠자는 도산을 깨우는데 선봉장이 되고 싶다.


먼 훗날 게으르고 나태하여 욕먹는 공무원이기 보다 늘 주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던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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