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수하식수협 최정복 조합장

▲ 굴수하식수협 최정복 조합장.
'2012년5월1일'. 미국식품의약국(FDA)이 한국산 패류의 전면 수입중단을 단행한 날짜다.

더불어 통영의 경제를 견인해 온 중추 산업, '굴 양식업'이 사상 최악의 위기 상황에 맞닥뜨린 순간이기도 했다.

2011년 기준 전 세계 237개국 중 단 하나의 국가에 취한 조치였지만 파급력은 상당했다.

자국 내 판매는 식품에 대해 까다로운 위생조건을 요구하는 기관이 미FDA이고, 인근 아메리카는 물론 유럽, 일본까지 FDA의 판단을 위생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FDA 조치 이후, 주요 무역상대국들은 자체 위생검사 결과와 관계없이 한국산 패류에 대한 경계수위를 대폭 상향조정하거나 일부 제품에 대해선 아예 수입을 보류하기도 했다.

전체 생산량의 40%이상을 수출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굴 양식업계로선 심각한 위기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남해안 청정해역'이미지도 치명상을 당했다. 통영을 비롯한 남해안 시군들은 그동안, 'FDA가 인정한 청정해역'을 슬로건으로 내세워 지역 수산물의 우수성을 방증해 왔다.

소비는 둔화되고 제고는 쌓여갔다. 당연히 가격도 내리막을 걸었다. 겨우내 굴 산업에서 활력 포인트를 찾았던 지역 경제는 긴 침체기에 빠졌다.

이후 그날의 상처를 말끔히 도려내는데 꼬박 248일이란 긴 시간이 필요했다.

통영을 비롯한 인근 거제와 고성, 멀리 전남 여수지역 굴 생산어업인들의 대표단체인 굴수하식수협 최정복 조합장에겐 피를 말리는 시간이었다.

최 조합장은 800여 조합원과 함께 대한민국 굴 산업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스스로를 다스리고 동요하는 업계를 추스르면서 관계기관과 함께 해법도 찾아야 했다.

특히, 예상보다 수출중단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제기된 각종 우려는 그를 잠시도 놓아주지 않았다.

최 조합장은 "처음엔 늦어도 10월 중엔 사태를 매듭지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나 지자체도 올 시즌 시작 전에 수출을 재개를 목표로 잡았었다. 꼼꼼하게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하며 우리쪽에선 완벽히 준비를 마쳤다. 그런데 국내외 여건상 수출재개의 선제조건인 재실사가 늦어지면서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고 했다.

실제로 국내는 물론 미국 현지에서 태풍, 허리케인 등 연이은 자연재해로 재점검 일정이 미뤄졌다.

급기야 최 조합장은 지난 11월 농림수산식품부가 파견한 FDA특사단에 합류, 미국 현지 FDA본사를 찾아 업계의 입장을 강하게 어필했다.

다행히 한 달여 만에 재점검 일정이 확정됐고 지난달 방한한 실사단은 통영 앞 바다를 중심으로 위생 점검을 진행했다.

FDA실사단은 현장 점검후 가진 강평에서 "지정해역 위생상태 개선을 위해 많은 조치와 노력을 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 결과가 매우 놀라울 정도"라고 언급, 수출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공식 통보를 받기 전까진 긴장을 늦출 순 없었다. 그러다 지난 8일 FDA가 이메일 서신을 통해 수출재개를 소식을 전해왔다.

최 조합장은 "일단 재점검 준비에 동참해 준 동료 어업인들과 행정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다"고 했다.

특히 "수산업 종사자는 물론 일반 선박업 종사자들까지 모두가 삶의 터전인 바다를 이용자 모두가 가꿔나가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의식을 가져줬다. 농림수산부와 경남도, 통영시, 거제시, 고성군, 남해군 등 지자체와 수산과학원에선 제도적 개선안을 제시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은 덕분이다"고 거듭 강조했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FDA재점검을 통영을 비롯한 경남 남해안 일원은 깨끗하고 안전하다는 인증을 받게 됐다.

통영 바다에서 생산되는 굴이나 각종 수산물의 안전성 역시 보장받은 셈이다.

때문에 최 조합장은 지정해역을 비롯한 연안 전역의 지속적인 유지, 관리를 위한 중앙정부차원의 전담팀 구성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바다는 식량자원의 보고다. 안전한 먹거리 생산을 위한 전제조건은 바다를 깨끗하고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일단 통영시가 지정해역관리 TF팀을 꾸려 선제적으로 대응해나가고 있지만 전체 해역 관리를 위해선 중앙 정부차원의 팀 구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도 FDA가 인정한 청정해역에서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해 낼 수 있도록 우리 어업인들이 앞장서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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