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내 첫 여성 정보관 탄생…정보계 최경미 순경

혹자는 21세기를 '여풍당당(女風堂堂)'시대라 했다.

사회 전반에서 넘쳐나는 '여성파워',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인에서 헌정사상 첫 여성대통령의 탄생까지, 여풍이 대세다.

과거 억센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경찰 조직도 예외는 아니다.

아직 전체 구성비나 현업 부서배치 비중에서는 다소 밀리지만 여성 경찰관(이하 여경)의 역할 비중, 중요도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특유의 섬세함을 무기로 어느 부서, 어느 자리에서도 제몫을 톡톡히 해내는 여경들도 조차 쉽게 허물지 못한 '금녀(禁女)의 벽'이 존재했다.

정보나 첩보 수집을 전담하는 현장 정보관이다.

정보관은 주로 군사, 국가 안보를 비롯해 사회, 경제, 문화 교육 등 다방면의 정보를 수집, 분석한다. 지역 경찰서에선 각종 정책에 대한 현장 여론도 수렴하고 개선안을 고려한 정책제안 역할까지 도맡고 있다.

지난 1999년 '경찰 대개혁 100일 작전'을 계기로 형사·정보분야에 여경이 배치되기 시작했지만 아직 극소수에 그치고 있다.

특히 외근과 비공식 대인활동을 주로 하는 정보분야는 경찰 조직의 마지막 남은 금기였다.

통영경찰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2013년 2월 18일, 지난 1945년 통영경찰서 개서 이후 68년간 공고히 유지됐던 금녀의 벽이 마침내 깨졌다.

통영경찰서 최초의 여성 정보관 최미경 순경.
이날 인사에서 수사과 지능범죄수사팀에서 정보계로 자리를 옮긴 최경미(34) 순경. 통영경찰서 '최초의 여성 정보관'이란 수식어를 갖게 된 주인공이다.

"사실 제가 처음인지 몰랐어요. 최초라고 하니 괜히 부담스러운 거 있죠".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사범대학교를 졸업한 최 순경은 동기들이 으레 걷는 '선생님'의 길 대신 경찰관을 택했다.

"돌이켜 보면 초등학교시절부터 경찰에 대한 꿈을 꿨어요. 자라면서 잠시 가슴 한켠에 뭍어 뒀어죠. 대학 졸업하고 진로 때문에 3~4년 정도 방황하다. 문뜬 그 때의 꿈이 되살아났어요".

일단 마음을 정하니 거칠게 없었다. 남들은 몇 년을 준비해도 못 붙는 임용 시험도 단박에 합격했다. 최 순경은 "그저 운이 좋았다"고 했다.

2010년 임용 후 첫 발령지가 통영경찰서였다. 지구대를 거쳐 본서 수사과 경제팀에서 수사관으로 있다 이번 인사에서 '정보계'에 자원했다. 소속 여경 중 정보분야 희망자는 최 순경 뿐이었다.

"경찰 업무를 해 보니까 정보나 첩보가 생명이자 경찰에게 있어 제일 중요한 재산이란 걸 느꼈어요. 그런데 정보관 대부분이 남성들이 탓에 여성관련 정보 수집을 많이 어려워하셨어요.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도 있게다 싶어 자원했죠".

몇주간의 업무 파악이 완료되면 최 순경은 남성 정보관들과 함께 현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였던 여성들의 영역에서 활동하며 정보 수집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특히, 지역 여성사회의 여론수렴과 이를 토대로 한 정책제안 활동에 주력할 생각이다.

정보활동의 첫 단계가 사람을 만나는 일인 만큼 부족하지만 대인관계 형성을 위한 공부도 틈틈이 해 왔다. 나름의 원칙도 세웠다. 때문에 낮선 임무라 어색할 순 있어도 두려울 건 없다고 했다.

"진심을 통하면 된다는 게 제 생각이예요. 그래서 정보관과 정보원의 관계가 아닌 그냥 평범한 언니, 동생이 될 생각이예요. 그리고 남성들만의 세계가 있듯, 여성이기에 이해할 수 있는 세상도 있어요. 제 역할은 그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거죠. 가령 남성사회의 고급정보가 술자리에서 오간다면 여성사회는 포근한 커피숍에서 나누는 커피 한잔이 되는 거겠죠?".

정보계 인사가 확정된 순간 최 순경은 2가지 목표를 설정했다.

첫째는 전문 여성 정보관으로 롱런하는 것. 둘째는 정보관으로 자신의 뒤를 따라 올 후배 여경들을 위해 길을 닦아놓는 것이다.

최 순경은 "'최초'라는 타이틀이 상당히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만큼 더 잘해야 한다는 각오도 되새겨준다"며 "제일 잘하는 게 '그저 열심히, 부지런히 일하는 것'이다. 제일 잘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 차근 해 보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말 중요한 정보 하나, 그녀는 아직 꽃처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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