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종합에너지 강평호 대표 멍게 막걸리 제조법 특허등록
올해 시제품 출시…"지역대표 특산품 중 하나로 만든다"

통영 토박이 중에도 몇몇만 아는 풍미가 있다.

달짝지근한 막걸리 한 사발과 쌉싸래한 멍게 한 점. 입에 착 붙는 맛에 '찰떡궁합'이란 말이 절로 나오는 황금조합이다.

아는 사람만 알던 이 맛이 조만간 대중화 될 전망이다. 멍게향 짙게 배인 '멍게 막걸리'가 올해 중 출시되기 때문이다.

멍게 샴푸, 멍게 어묵, 멍게 꿀빵, 멍게 식이섬유 등 통영 명품 수산물 멍게를 이용한 다양한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멍게로 빚은 술은 굳이 따지지 않더라도 세계 최초다.

▲ 멍게 막거리 제조법으로 특허를 받은 썬종합에너지 강평호 대표.
"멍게 탁주(막걸리), 줄여서 멍탁. 통영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맛이죠? 우스개 소리로 '못 먹어봤음 말을 말어'예요".

1년여의 연구개발 끝에 멍게 막걸리 제조법으로 특허(출원번호 10-2011-0116759)까지 따낸 주인공은 엉뚱하게도 (주)썬종합에너지 강평호 대표이사다.

산소, 질소, 헬륨 등 조선소 등 산업현장에서 사용되는 가스취급업체 사장인 그가 멍게 막걸리를 만든 이유는 뭘까?

"과거에 양식업을 했어요. 굴 양식도 하고 멍게도 양식해 봤죠. 그 때 어장에서 멍게를 안주 삼아 탁주를 많이 먹었는데 그 맛이 기가 막혔어요. 멍게를 안주로 하면 소화도 잘되고 숙취도 훨씬 덜했죠. 내내 생각만하다 갑자기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사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멍게를 넣고 막걸리를 빚기만 하면 될 거란 판단이었다.

"막걸리 만드는 방법이야 뻔하잖아요. 그 과정 중 한 단계에 멍게를 넣기만 하면 될 것 같았죠. 그런데 쉽지 않더라구요".

보통 막걸리는 쌀 같은 곡류로 지은 밥에 누룩과 물 그리고 효모를 섞어 발효시킨 뒤, 물과 함께 체에 걸러 만든다.

강 대표는 일단 밥을 짓는 과정에 멍게 알맹이를 통째로 넣어봤다. 결과는 당연히 실패. 열이 가해지는 순간 멍게 특유의 향이 달아나 버렸다.

두 번째로 발효과정에 멍게를 투입했다. 이 역시 실패였다. 멍게 살의 부패가 너무 빨리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후 6개월여, 생각나는 여러 방법들을 총 동원해 봤지만 여간 쉽지 않았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찾아낸 방법이 쌀과 잘게 썬 멍게를 함께 물에 넣고 불려 멍게우린물을 얻고 이를 이용해 밥을 짓는 것이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봤는데 생각만큼 쉽지 않았죠. 그런데 쌀을 불리는 단계부터 멍게를 넣어 향이 배도록 하고 우려낸 물로 밥을 지었더니 향이 죽지 않더라구요. 멍게 살 첨가로 인한 부패현상도 없었죠. 이거다 싶었죠".

이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불림 시간이나 쌀과 멍게의 혼합비율은 물론, 발효 과정에 투입되는 멍게우린물과 누룩, 효묘 비율 등을 차근 차근 찾아나갔다.

그렇게 꼬박 6개월여를 투자한 끝에 멍게 특유의 향을 고스란히 살릴 수 있는 황금비율을 발견해 냈다.

곧장 시음 제품을 만들어 지인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친분을 떠나서 냉정하게 평가해 달라고 했죠. 좋다는 분도 있고 그저 그렇다는 분도 있었지만 대체로 새롭다거나 괜찮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이정도면 되겠다 싶어서 특허를 신청했죠".

최적의 제조법을 정리한 강 대표는 일련의 과정을 담아 특허등록을 신청했다.

특허청은 강 대표가 제안한 제조법의 특수성과 창의성을 인정, 지난 19일 특허결정을 내렸다.

남은 건 시제품을 양산하는 일이다. 직접 공장을 차려 만들어낼 순 없는 노릇이라 물 좋은 지리산 인근 양조장을 수소문 해 났다.

빠르면 올해 중순께, 늦어도 연말 전까지는 시중에 제품을 내놓을 작정이다.

특히, 시장 반응이 좋다면 제조법을 지역 양조장과 적극 공유하며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물 중 하나로 육성해 나갈 생각이다.

강 대표는 "최근 젊은 층에서도 막걸리가 큰 인기를 끌면서 주류업계도 다양한 종류를 막걸리를 개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멍게 막걸리는 통영의 특성을 가장 잘 살리면서 통영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하나의 브랜드이자 통영의 이름을 알리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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