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년클럽 김호 감독

▲ 김호 전 국가대표 감독.

통영중학교 선수시절, 남들에 비해 시작은 늦었지만 타고난 소질 덕에 학교에선 축구천재로 불렸다.

그런데 통영고등학교에 진학할 즈음, 난데없이 학교축구부가 해체됐다.

유난히 어려웠던 가정형편 탓에 타지역 진학은 꿈도 못꿨던 시절, 결국 축구를 포기했다.

그렇게 보낸 허송세월이 1년6개월이다. 그는 당시를 "엄청난 고통이었다"고 소회했다.

폐인처럼 지내던 그를 구원한 건 친구들이다. 친구들 도움으로 부산동래고에서 다시 축구를 시작했다.

"축구를 포기해야 했던 그때가 내 인생에 가장 힘든 순간이었다. 그때 결심했다. 내가 선수로 성공한다면 훗날 고향에 와서 내 후배들은 이런 아픔 없이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스스로에게 한 약속이다".

그리고 꼬박 50년 만에 약속을 지켰다. 이때가 2010년, 통영시 유소년클럽 총감독직을 수락한 해다.

'준비를 잘해야 좋은 집을 짓는다'는 평소 철학을 담아 클럽을 운영해 나갔지만 뿌리깊은 성적 지상주의에 발목이 잡혔다.

그는 "유소년클럽은 5년, 10년을 내다보고 길게 가야 한다. 능력과 자질이 있는 선수를 발굴해 더 큰 무대에서 뛸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하는 발판이 돼야 하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지금은 억지로라도 자신을 잡아준 학부모들이 고맙다. 자칫 지키지 못할 뻔 했던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낼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세상이 인정하는 명성에 걸맞는 대접은커녕, 보수조차 기대하기 힘든 상황. 모든 여건이 이전에 비해 극히 열악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그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는 일이고 내가 해야 할 일이다. 힘들거란 각오는 진작에 했다"며 "나보다 우수한 선수, 축구의 고장 통영의 이름을 각인시킬 수 있는 우수한 선수를 키워내고 이를 통해 통영 축구가 발전할 수만 있다면 나에겐 더 없는 보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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