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게수협 정두한 조합장, '부실우려' 꼬리표 떼고 수협중앙회 경영평가 1등급 격상

재정은 '자본잠식', 중앙회 경영평가는 '최하위', 그리고 '부실우려' 꼬리표. "내일모레 문 닫는다"는 이야기까지 심심찮게 나돌았다.

불과 5년 전 멍게수협이 그랬다.

▲ 멍게수협 정두한 조합장.
조합의 위기수위가 최고조에 달했던 2008년 6월, 정두한 조합장은 역대 5번째로 멍게수협 수장을 맡게 됐다.

그는 "사실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설립 이후 최대의 위기였던 건 맞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죽다 살아난 것 같다"고 했다.

통영, 거제를 중심으로 경남 남해안 일원의 멍게양식 어업인들이 뭉쳐 지난 1994년 설립된 멍게수협은 그동안 규모는 작지만 탄탄한 금융사업을 발판삼아 건실하게 꾸려왔었다.

그런데 조합의 백년대계를 위해 추진한 냉동냉장 및 수산물가공시설 건립사업이 도리어 조합의 숨통을 죄는 족쇄가 돼 버렸다.

2개의 시설을 짓는데 든 예산은 총 46억5,300여 만원. 이 중 정부와 지자체 지원금을 제외한 16억5,300여 만원을 고스란히 자부담으로 충당했다. 빠듯한 살림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2007년 준공 이후, 급상승한 감가상각비는 흑자조합을 단숨에 적자조합으로 만들어버렸다.

이듬해 결산 결과, 조합은 자본잠식 상태가 됐고 평소 1, 2등급을 유지하던 수협중앙회 경영평가도 3등급으로 추락했다. 여기에 부실우려조합이란 꼬리표까지 붙었다.

일련의 성적표가 나온 2009년 상반기, 부풀려진 소문들은 멍게수협을 한순간에 퇴출대상 조합으로 전락시켰다.

정 조합은 "곧 문 닫는다는 소문이 퍼진 게 그맘때다. 엉터리 소문만 듣고 예금을 인출해가는 고객도 더러 있었다. 그 순간을 극복해 내는 게 제일 힘들었던 것 같다"고 했다.

▲ 멍게수협 입잡에선 '양날의 검'이 된 냉동장장공장 및 수산물 가공시설.

일단 무작정 허리띠를 졸라맸다. 직원 임금은 동결시키고 불필요한 소모성경비의 지출은 최소화했다. 가공공장 가동에 필요한 인력은 소속 직원으로 대체하며 인건비를 아꼈다.

"상호금융 직원들도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나와 가공작업을 도왔다. 직원들이 참 고생 많이 했다".

부실우려 조합으로 분류된 탓에 신규 투자에 제한을 받게 되자 비투자 수익모델을 찾았다. 공제(보험)였다.

"공제는 수익금을 고스란히 조합이 가질 수 있다. 흑자전환을 위해선 공제 활성화가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조합장을 비롯한 임직원 전원이 공제사업에 집중했다".

공제사업의 성과는 바로 나타났다. 공제활성화에 주력한지 꼬박 1년만인 2010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또 1년 뒤, 자본잠식도 벗어나며 당당히 건전조합에 합류했다.

그리고 지난해, 5년만에 1등급 조합 타이틀까지 회수했다.

수협중앙회의 2012년 기준, 전국 92개 일선수협의 경영실태평가 결과에서 1등급으로 격상됐다. 1등급 조합은 전국에서 26개뿐이다.

1등급은 자본적정성, 자산건전성, 경영관리능력, 수익성, 유동성 등에서 최고 수준에 올랐다는 인증서다.

조합은 사실상 정상궤도에 올랐지만 정 조합장은 "정작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라고 했다.

그동안 조합 살림의 밑천을 마련해 준 상호금융사업의 미래가 과거 만큼 밝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과거 제2금융 시장과 간극을 뒀던 시중은행 등 제1금융들이 금융시장 침체로 신규 수요를 찾지 못하자 앞 다퉈 2금융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당연히 예전만큼의 수익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더 이상 상호금융에서 수익을 내 조합을 꾸려가기가 힘들어졌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금융사업의 손실을 극복하면서 조합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분야가 위판과 수산물 가공으로 대표되는 경제사업이다. 이미 조합의 장기 로드맵은 경제사업을 중심으로 그려지고 있다.

가공공장 준공 이후 멍게젓갈과 비빔밥용멍게 가공품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2011년 위판사업을 개시하며 본격적으로 경제사업에 치중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위판과 가공사업 모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위판을 통해 보다 안정적인 원료수급 체계를 갖췄고 이를 통해 자체 가공 생산한 제품들이 국내시장에서 호평을 받으며 순항 중이다.

최근에는 롯데호텔과 롯데백화점에 비빔밥용 멍게를 정기적으로 납품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9년부터 미국시장까지 개척, 수출길까지 열었다.

알멍게 위판의 성공을 계기로 내년부터는 활멍게(피멍게) 위판도 시작한다.

멍게를 활용한 경제사업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원료생산력의 증대가 시급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를 해소하기 생산시설현대화를 통해 기존 양식어장의 생산력은 극대화하고 외해어장을 개발해 생산주기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80%까지 지원되는 행정의 보조사업을 최대한 활용해 자동탈락기와 컨베이어벨트를 작업장에 보급하고 있다. 덕분에 현장에선 인력소요는 줄이고 생산력은 높이는 효과를 얻고 있다.

통영시, 국립수산과학원과 손잡고 진행할 외해어장개발은 당초 목표로 잡은 물렁증 연구는 물론, 종묘수급과 멍게 생산주기 연장을 위한 프로젝트다.

정 조합장은 "최근 내만에 위치한 종묘 배양장의 생산력이 떨어지면서 멀리 강원도 먼바다로 종묘를 가져가 양석한 뒤 다시 통영으로 가져오고 있다. 통영 앞바다에 외해어장을 개발하면 일련의 문제를 단박에 해소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게다가 "내만과 외해는 멍게의 성장주기가 다르다. 내만 양식장은 통상 2월에서 6월까지 5개월정도 생산이 가능한데 외해어장에선 6월부터 7, 8월까지 된다. 성공할 경우 멍게의 출하시즌을 연중 최장 7개월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앞으로 조합의 미래는 경제사업에 달렸다고 본다. 안정적인 생산기반을 구축하면서 유통과 소비를 활성화할 수 있는 아이템들을 적극 발굴해 내야 한다"며 "조합원, 임직원들과 지금보다 한 발 더 뛰어 볼 작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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