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4일 누적 위판매출 1천억원 넘어…9월 236억원, 월매출 역대 2번째

남해안 멸치잡이업계가 올해 추락한 명성을 회복한다.

극심한 어획부진으로 수협 위판량 기준 연간 매출이 900억원대로 추락한지 꼬박 1년 만에 매출 1천억원 복귀에 성공했다.

잇따른 악재들로 지난해 못지않은 어획부진 속에서 얻어낸 값진 성정표인 만큼 세밑을 앞둔 관련 업계의 표정도 모처럼 밝아지고 있다.

관련 어업인단체인 기선권현망수협(조합장 진장춘)에 따르면 지난 5일, 2013년 마른멸치 누적 위판매출이 1천억원을 넘어섰다.

12일 현재 위판매출은 965만여 상자(1상자 1.5kg), 1,022억원 상당을 기록 중이다.

지금도 하루 평균 4만여 상자, 4억원 상당의 매출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만큼 연말까지 1,100억원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협 위판고가 1천억원을 넘긴 것은 기선권현망수협 역사상 6번째다.

지난 2001년 1,102억원으로 설립 이후 최초로 1천억원을 넘어섰고 다음해인 2002년에도 1,116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적게는 600억원, 많게는 800억원대에 머물다 2009년 1,039억원을 찍었고 2010년 1,43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2011년에도 1,340억원을 기록, 3년 연속 1천억 조합 타이틀을 거머쥐며 승승장구했다.

위판매출 1천억원은 전국 94개 일선수협 중에서도 상위 10개 수협 정도만이 가능할 만큼 결코 쉽지 않은 성적표였던 탓에 국내 수산업계로부터 "경이적이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최근 5년 내 위판매출 1천억원을 달성한 수협은 기선권현망수협을 포함한 부산시수협, 여수수협, 삼천포수협, 구룡포수협, 목포수협, 신안군수협 등에 불과했다.

이 중 마른멸치 같은 단일 상품만을 취급하는 업종별 수협 중 1천원을 돌파한 곳은 기선권현망수협이 유일하다. 나머지 수협들은 각 지역을 대표하며 각종 수산물을 종합적으로 집하, 위판하는 지구별 수협이다.

하지만 지난해 거듭된 어획부진으로 915억원에 머물렀다. 앞선 3년 실적을 감안할 때 못내 아쉬운 성적표였다.

올해도 비관론이 우세했다.

1~3월 봄어기 실적이 지난해와 엇비슷한 438만여 상자, 270억여 원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4~6월 법정 금어기를 끝내고 7월1일 역대 최고인 1,7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야심차게 출어에 나섰지만 조업 현실이 녹록치 않았다.

출어 초반, 대형 그물을 은빛으로 가득 채웠던 멸치떼는 불과 보름여 만에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어획량은 뚝뚝 떨어지고 그나마 잡히는 것들도 값싼 큰멸치가 주종을 이루면서 어업인들의 주름살만 하나, 둘 늘었다.

어획부진을 부추기는 악재들도 잇따랐다. 긴 가뭄과 고수온, 적조에 이어 해파리 비상령가지 발령되면서 아예 조업을 포기하는 선단들이 속출했다.

흡사 해파리떼의 습격에 된서리를 맞은 2009년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분위기였다.

평소의 절반 수준인 극도의 부진이 계속되면서 추석 명절을 목전에 둔 관련업계의 한숨이 깊어졌다.

실제로 7, 8월 두 달간 위판매출은 212만여 상자, 188억원으로 전년동기 217만여 상자, 157억원과 비교할 때 물량은 줄고 금액은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평년에는 한참 모자랐다.

2011년 같은 기간 346만 상자, 336억여 원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았다. 특히, 8월 성적표는 2011년의 1/3로 낙제점을 받았다.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던 어획부진은 9월 들어 급반전됐다.

값비싼 작은멸치들이 대량 어획되면서 매출이 껑충 뛰었다. 9월 한 달동안 98만여 상자가 수협 위판장에 올라 236억여 원의 매출을 안겼다.

1상자 평균 단가가 2만4천원에 육박했던 셈이다. 보통 월평균 단가가 8천원 남짓인 점을 감안할 때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이는 월 단위 위판매출로는 역대 2위 기록이었다. 1위는 연간 매출 최고기록을 남긴 2010년 10월의 294억여 원이다.

올해 10월 위판매출도 101만여 상자, 199억여 원으로 나쁘지 않았다.

11월 강풍과 높은 파도 등 기상악화로 열흘이상을 조업에 나서지 못하면서 46만여 상자, 75억여 원으로 다시 곤두박질 쳤지만 1천억원 달성에는 무리가 없었다.

수협 관계자는 "8월까지만 해도 한숨이 절로 나왔던 게 사실이다. 더 이상은 힘들다고 손을 놓을 즈음 멸치떼가 돌았다"며 "지난달 조업일수가 크게 줄어 걱정도 많았지만 한결 홀가분한 마음으로 새해를 기약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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