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신축현장에서 수돗물을 대량 취수하는 통에 갑작스런 단수가 벌어진 죽림 신우희가로 공사현장 주변 원룸단지.

죽림신도시 일부 지역이 주변 여건에 따라 불시에 수돗물 공급이 중단되는 단수 사태가 발생할 위험성을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요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한 도시 계획을 기반으로 상수도 관로가 매설된 탓이다.

특히, 매립지 양 끝점에서 진행 중인 대단위 아파트단지 신축으로 인해 인근 원룸단지 수백여 세대의 단수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한 아파트 신축 현장의 수돗물 대량 취수로 주변 원룸단지에서 단수 사태가 불거졌지만 관할 행정기관은 근본적 해결책은 내놓지 못한 채 뒷짐만 지고 있다.

▲ 신우희가로 단지로 수돗물을 공급하는 인입관.

죽림 신우희가로 현장 옆 원룸, 상가 2시간 단수

지난 16일 오후 2시께, 죽림 신우희가로 신축 현장과 맞닿은 원룸단지를 중심으로 갑작스레 수돗물 공급이 중단됐다.

단수에 따른 사전 고지나 설명이 없었던 탓에 주변 원룸 10개동, 80여 세대와 상가 10여 곳에서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입주민과 상가업주들의 불편은 단수 원인을 수소문하던 한 주민이 K-water통영수도관리단을 직접 방문, 민원을 제기한 덕분에 2시간여 만에 해소했다.

주민 A씨는 "샤워를 하고 있는데 난데없이 물이 끊겼다. 너무 황당해서 대충 정리하고 나왔더니 윗집 아랫집, 상가까지 모두 난리였다"며 "(수도)관리단에 전화를 몇 번이나 했는데도 연결이 안돼서 직접 찾아갔다"고 했다.

사무실을 방문한 A씨에게 관리단측은 원룸단지 옆에서 진행 중인 신우희가로 아파트 신축현장을 요인으로 지목했다.

이날 오후 2시께 아파트 단지 내 소방용수용 저수조를 채우기 위해 수돗물을 순가적으로 다량 끌어오는 통에 주변 원룸 세대에 수돗물 공급이 중단됐다는 설명이었다.

관리단 관계자는 "상수도 관로 끄트머리 지점이라 가뜩이나 수압이 낮은데 특정 지점에서 일시에 다량의 물을 끌어간 게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관리단은 뒤늦게 시공사에 수돗물 사용 자제를 요청했다. 신축 현장이 사용을 중단하자 그제야 주변 세대의 수돗물 공급이 이내 재개됐다.

시공사 관계자는 "시공에 앞서 (통영)시에 상수도 인입을 요청했고 관로 매설이나 계량기 설치 등은 시가 의뢰한 전문 업체에서 시공했다"며 "우리도 황당했다. 전국에서 아파트를 올리고 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고 했다.

 

재발 가능성 상존…입주민 "통영시 근본대책 내놔라"

때 아닌 물난리는 일단락 됐지만 죽림 신도시 일부 지역은 이와 유사한 형태의 단수 사태가 언제든 재발할 우려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매립지 해안도로 양 끝점에 형성된 원룸단지의 경우, 단수 위험성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다.

현재 두 지점에서는 대단위 아파트 신축이 한창이다.

이미 단수 사태가 불거진 이마트 통영점 뒤편에선 274세대가 입주할 신우희가로 5개동 신축이 막바지 단계다. 이르면 내년 2월께 입주가 시작될 전망이다.

용남면 방향 충무도서관 옆에는 174세대가 입주할 주영더팰리스 4차 3개동 공사가 진행 중이다. 입주예정일은 2014년12월이다.

이들 단지에는 식수 등 생활용수를 보관하는 대용량 저수조와 소방용수를 저장하는 중용량 저수조 2기씩 총 4기를 보유하고 있다.

대형 저수조를 가득 채우려면 상수배관을 최대치로 개방해 짧게는 4시간, 길게는 6시간 가량이 소요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신축 단지 주변에는 원룸단지가 형성돼 있다. 상주인구는 2곳을 합쳐 총 170개 동 1,300여 세대다.

대다수 원룸들은 단수 상황을 대비한 비상 저수조(일명 물탱크)를 갖추지 않고 있다. 대신 상수도 관로에서 직접 수돗물을 뽑아 쓴다.

때문에 아파트 단지에서 다량의 수돗물을 끌어가 버릴 경우, 불시에 단수 사태가 빚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아파트의 경우, 수도법 제33조 및 수도시설의 청소 및 위생관리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6개월마다 연 2회 의무적으로 저수조를 청소해야 한다. 최소한 한해 2차례는 단수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앞서 단수를 경험한 입주민들 역시, 이 같은 현상을 걱정하고 있다.

원룸 입주민 B씨는 "전기가 끊기는 단전만큼 불편한 게 단수다. 수백 세대가 입주해 수돗물을 사용한다면 이번과 같은 사태가 사전 예고도 없이 또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통영시는 건축허가에 앞서 이런 것도 검토하지 않았나"고 언성을 높였다.

통영시, 비상 저수조 없는 원룸 탓…알고도 뒷짐만
수도관리단 "배관 확장 또는 교체작업 해야 해소"

일련의 문제점은 당초 죽림매립지 조성 당시 수립된 허술한 도시 계획과 엉터리 수요예측에서 기인했다는 지적이다.

100만8천여㎡ 면적의 죽림 매립지는 옛 (주)대우가 매립공사를 맡아 1994년 착공, 2001년 완공했다.

상수도 관로도 매립지 조성과 동시에 시공됐다. 주택지구, 상업지구 등 지목별 배치 계획을 근거로 직경 100mm의 배관이 매설됐다.

그러나 경찰서, 소방서, 교육청 등 주요 관공서가 죽림매립지로 대거 이동하고 초등학교와 대단위 아파트단지가 속속 들어서면서 당초 당초 추정치를 훌쩍 넘겼다.

통영시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배관 확장 등 시설 개보수의 필요성은 인지하면서도 계획 수립 및 실행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시 관계자는 "20년 전 계획을 바탕으로 시공된 배관이라 지금에 와서는 부족한 게 사실이다. 적정 수압을 유지하기 위해선 200mm이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이번 단수의 경우, 처음이라 완전히 바닥을 드러낸 상태에서 채우다 보니 생각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한번 채워진 수조는 일정수위가 되면 조금씩 보충되기 때문에 수압이 조금 낮아질 뿐 단수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통영시 지방상수도를 수탁관리하고 있는 통영수도관리단은 안정적인 용수공급을 위해 배관 확장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특히, 아파트 단지 완공 및 입주 개시에 앞서 대책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리단 관계자는 "관로가 (작다보니)들어올 수 있는 물 양이 정해져 있다. 배관 끝지점이라 수압 변동이 심한편이라 직수를 사용하는 원룸 등은 추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아파트)입주 이전에 어떤 형태로든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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