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수산기술사업소, 돗돔 양식산업화 도전한지 5년째
기초 생태 및 생리 파악 완료…올해 수산자원연구소가 바통

최대 몸길이 2m, 최고 무게 280kg의 초대형 어종, 국내에서는 1년에 50여 마리가 채 잡히지 않는 희귀어. 세계 어느 나라도 어디서 나고, 어떻게 자라는지 조차 몰랐던 '돗돔'.
 
그래서 붙은 별명이 '전설의 물고기'다.
 
생리, 생태를 모르니 당연히 대량 양식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 2007년 전설의 물고기 양식화에 도전장을 던진 곳이 있었다.
 
경상남도 수산기술사업소(소장 김금조, 옛 통영수산사무소)였다.
 
우럭, 돔에 편중된 양식어종을 다변화 시키고 저가 수입수산물에 대항할 수 있을 정도의 국제경제력을 갖춘 고급 어종을 발굴하기 위해 돗돔을 선택했다.
 
어찌보면 무모한 도전. 덕분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지금까지 돗돔 양식에 대한 연구 개발은 전무한 상황. 일본 나가사키 대학에서 돗돔 치어를 조사했지만 '수심 몇 미터에서 어떻게 올라왔다'는 내용만 학회지에 보고 된 것이 전부였다. 당시 사업소의 시도는 사실상 세계 최초의 돗돔 양식화 연구였다.
 
연구를 위해선 무엇보다 개체 확보가 급선무였다.
 
2007년 3월부터 돗돔 사진과 연락처가 적힌 전단지 2천부를 제작해 전국 연안의 수협, 어촌계에 우편으로 발송하고 돗돔 포획 경력이 있는 전국의 어민 100여 명과도 24시간 연락가능 체계를 정착,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연구 시작과 함께 결성된 사업소 내 돗돔양식연구팀은 이 때 이후로 돗돔 출현 소식만 접하면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달려갔다.
 
돗돔 양식화의 성패가 어미확보에 달렸기 때문이다. 제주도와 추자도에 이어 동해안과 흑산도까지 샅샅이 뒤졌다. 돗돔을 잡았다는 사람들은 일일이 만났다.
 
심지어 현지 어업인들의 도움을 받아 일주일 동안 바다위에서 생활하며 돗돔 낚시를 해 보기도 했다.
 
개체 확보와 함께 실제 어획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정치망어업인 122명을 대상으로 어획경험, 해역, 내역, 어획량 등의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렇게 전국을 돌며 수집한 돗돔이 모두 84마리. 이중 살아남은 19마리를 경상남도 수산자원연구소와 거제육종연구센터에 위탁했다.
 
그리고 '돗돔 수정란확보를 위한 친어확보기술개발' 최종 보고서를 펴낼 수 있었다.
 
보고서에는 전 세계 어디서도 밝혀내지 못했던 돗돔의 생태, 생리학적 자료가 담겼다.
 
돗돔 비늘 분석을 통해 연령 추산이 가능하고, 연간 성장도가 3~4kg에 달한다는 것, 산란이 가능해 지려면 최소한 몸무게가 20kg은 넘어야 한다는 것 등이 연구를 통해 밝혀낸 사실들이다.
 
전설 속에 가려졌던 돗돔의 비밀을 한 꺼풀 벗겨낸 것이다.
 
이를 토대로 2009년 산업화 연구에 돌입했다. 지난해까지 5년간 2억8천만원의 사업비를 투입했다.
 
그동안 확보한 어린 돗돔들을 20kg이상 되는 성어로 키워 난자와 정자를 채취해 인공수정시킨 후 부화하는 방법으로 인공종묘 생산을 시도했다.
 
이와 함께 돗돔을 양식 산업화 했을 때의 가능성도 타진했다.
 
그렇게 5년 후, 산양읍 풍화리 소재 경상남도 수산자원연구소에 총 49마리의 친어자원이 확보됐다.
 
최대 40kg에 육박하는 것만 4마리, 15kg 미만 크기도 4마리, 6kg 미만 6마리, 3kg 이하크기도 33마리나 된다.
 
사업소는 최근 통영에서 가진 양식산업기술 연찬회를 통해 일련의 연구 성과를 소개했다.
 
장외숙 기술보급관은 "어종의 희귀성과 서식 수심이 깊은 탓에 자원 확보에 애로가 많았지만 세계 최초로 돗돔의 생리 생태를 규명하고 자체 어획 및 수집을 통해 자원도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지속적인 친어 관리와 연구가 이뤄진다면 양식어종 개발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사업소의 연구사업은 지난해를 끝으로 아쉽게 종료됐다.
 
대신 돗돔 자원을 위탁해 온 수산자원연구소가 새롭게 바통을 이어받아 산업화 연구를 계속한다.
 
김금조 소장은 "올해 연구소와 협의를 거쳐 자원을 이관할 계획이다"며 "돗돔 양식 개발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반드시 장기적 과제로 연구를 지속해야 한다. 돗돔이 더 이상 사라져가는 전설의 물고기로 남지 않도록 앞으로도 관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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