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국제음악제 개막축제가 지난달 27일 6일간의 음악적 여정을 마치고 제1막을 내렸다.올해로 3회를 맞은 음악제는 ‘공간 eSPACE’을 주제로 현대음악 초연작 연주와 시즌화를 양대축으로 야심찬 큰 깃발을 올렸다.이 중 윤이상의 집중 조명과 세계 또는 아시아 초연작을 중심으로 한 현대음악을 특화한 데는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또 경남국제콩쿠르를 올해부터 윤이상국제콩쿠르로 개명하기 위해 경남도, 통영시, 음악제 재단측이 적극 나서는 등 윤이상 이름 되찾기 운동이 시작됐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개막 직전 10월 폐막 뉴욕필 공연이 돌연 취소되는 등 시즌화라는 거대한 항로는 길고도 험난해 보인다.■통영음악제의 성과올 개막축제의 가장 큰 성과는 초연작품들과 현대음악 위주로 구성하므로써 음악제가 나아가야 할 뚜렷한 방향을 제시했다는 것이다.또 경남도와 통영시, 음악제 재단측이 동시 윤이상 이름을 되찾아야 한다는 데 공감, 경남국제콩쿠르를 윤이상국제콩쿠르로 개명하는 작업에 착수한 점은 괄목할 만한 성과다. 물론 유족의 설득작업이 선행되야 하지만 윤이상 이름되찾기에 행정기관과 재단측이 공식 입장을 밝히고 국제콩쿠르연맹과 본격적인 협의에 나선 것은 상당히 고무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15개의 공식 공연 가운데 개막 오페라 ‘영혼의 사랑’과 폐막작 ‘구레의 노래’는 거장 윤이상과 현대음악의 선구자 쇤베르크의 작품으로 현대음악의 공간을 집중적으로 보여줬다. 더욱이 한국초연, 아시아 초연이라는 기록을 세워 통영국제음악제의 현대성을 입증하기에 충분했다.또 바로크 음악은 현대음악의 출발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바흐’에 초점을 맞춘 점 또한 이번 음악제의 돋보이는 기획력으로 평가되고 있다. 바흐와 현대를 첼로 선율로 한 공간에 녹여낸 ‘바흐와 현대ⅠⅡⅢ’는 고전과 현대의 만남이었으며, 아시아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곡가 탄툰의 ‘워터 패션’한국 초연도 바흐 서거 250돌을 맞아 창작된 ‘신 마태수난곡’이어서 그 연장선 위에 놓인다.이런 초연작들은 음악제 전체의 열기를 끌어올리는데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특히 음악전공 대학생들이 초연공연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들면서 통영국제음악제의 위상이 한껏 고조됐다.축제 기간 동안 통영을 찾은 대학은 인제대(65명), 경남대(95), 경성대(90), 영남대(40) 등 6∼7개에 달했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프린지 공연도 음악제의 특징을 규정하는 부문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이다. 자유참가공연 형태로 이뤄지는 프린지에는 50여개팀이 참가해 관객들과 격이 없이 웃고 즐기는 축제마당을 연출했다. 공연장소도 페스티벌하우스를 중심으로 문화마당, 해저터널, 청소년수련관, 교회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장르도 합창, 합주, 퍼포먼스 등 다양해 시민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문제점과 과제하지만 이같은 성과와 함께 올해부터 음악제가 연중 열리는 축제로 개편되면서 집중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름과 가을 프로그램이 특색이 없는데다 서울과 통영에서 흩어져 열리는 3개 무대를 통영이름으로 짜깁기한 수준으로 시즌화가 시기상조라는 목소리마저 일고 있다. 또 10월 폐막공연을 장식하기로 한 뉴욕필하모닉이 연주 및 숙박시설을 문제삼아 공연을 돌연 취소한 것은 통영국제음악제의 치명적 오점으로 기록됐다. 재단 측에서는 숙박시설과 공연장 낙후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점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것인데도 2007년까지 대규모 음악당을 짓겠다는 계획 외는 대책 마련을 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이같은 문제는 개막축제 폐막인 ‘구레의 노래’에서도 집중적으로 드러났다. 공연장인 충무체육관은 음향판 하나없이 제대로 된 연주가 아예 불가능했고, 이 공연에 참가한 연주인들은 콘도는커녕 청소년수련원에 묵어야 하는 불편까지 감수했다.통영시민문화회관 또한 대작을 올리기엔 무리로 오케스트라 규모를 줄이기가 일쑤이고 프린지 공연장인 페스티벌 하우스 역시 장소가 비좁고 공연시설로는 형편없이 열악했다. 이에 통영시와 경남도 등은 공연 인프라 구축을 위해 최고급 호텔과 40층 규모의 타워형 콘도 등이 딸린 음악당을 2007년까지 짓는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마저도 난항을 겪고 있다. 2천5백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사업비를 조달할 방법이 불투명하고 통영음악당 건립을 둘러싸고 도와 시, 재단측간의 불협화음으로 불안한 출발을 보여주고 있다. 뿐 아니라 그동안 누누이 제기됐던 운영 미숙의 문제는 올해도 여전했다. 개막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부터 음악제 홈페이지가 업데이트 되지 않고 통영사무국과 서울사무국과의 삐걱거림 등에서 나타났다.원활한 업무관리를 위해 전문 예술법인으로서의 인력 및 운영예산의 확충 등 조직 체계화가 시급한 대목이다.또 시민참여면에서도 음악제는 통영 삶의 현장과는 유리돼 있었다.음악적 공간은 여전히 음악 마니아들의 몫일 뿐, 통영시민들은 음악제의 주인공도 그리고 음악제를 피부로 느끼지도 못해 극복해야 할 또 하나의 숙제로 남았다.
저작권자 © 한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