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보안 "통합에서 분산으로", 해양과학대 관련학과 후유증

해양경찰 해체 선언에 통영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9일자 대국민담화문에서 "해경 해체"를 선언으로 61년간 대한민국 바다의 보안을 책임져온 해양경찰이 폐쇄의 운명을 맞게 된 상황은 통영해양경찰서에도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통영해경은 경비구난, 해상안전, 해양오염방제, 수사 등 해상보안의 종합적인 컨트롤센터로서 남해군, 하동군, 사천시, 고성군, 통영시, 거제시 바다의 넓은 영역을 관할하고 있다. 부산과 창원 지역을 제외한 경남권 전 해역을 포괄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남해안 해상보안의 핵심인 통영해경은 당장 450여 직원들의 사기 저하로 업무 공백마저도 우려되고 있다. 통영에 거주하는 통영해경 가족 1,000여명도 불안을 안고서도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는 상태다.
 
통영해경 관계자는 "우리가 무슨 말을 하겠나, 위에서 하라는 대로 하는 거지"라며 "지금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상태다. 휴대전화도 일 외의 것은 아예 받지 않으려 하고 있다"며 충격에 빠진 일선 해경 직원들의 심경을 드러냈다.
 
통영해경에 대해 지역 수협 간부 김모씨는 "각 수협과 해경서는 수시로 공문이 오가는 밀접한 관계다. 그런데 지금 통영해경서를 보면 업무 공백이 생긴 모습"이라며 "그나마 지금 시기가 어로작업이 대체로 금어기 또는 휴식기라 해경 해체 파문이 당장에 차질은 적다 해도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말했다.
 
해경의 해체로 단속과 수사 권한이 분리되면 해상보안 기능이 약화되고 중국 어선 대응이나 불법 조업 단속 등에 효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 해양경비를 신설 예정인 국가안전처가 담당한다 해도 중국 불법 조업 선박 등이 폭력적인 대응을 해도 체포 권한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
 
수협 관계자는 "몇년 전 해수부가 해체되며 농림수산식품부로 업무가 넘어가며 전문성이 떨어지고 해양수산관련 사업의 비중이 약화되었던 그 전철을 밟을 수 있다"며 해상보안 관련 업무 추진력 저하를 우려했다.

봉평동 구 통영해경 건물에 조성해 올해 7월 가동 예정이었던 남해지방해양경찰청 관할의 VTS(해상교통관제시스템) 통영센터도 해경 해체와 관할 업무 이관으로 운용 계획 변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해양수산부 해사안전국과 해경 각 지방해양경찰청으로 관할이 나눠져 있는 전국의 모든 VTS 센터는 신설될 국가안전처로 이관될 예정이다.
 
해경 해체에 대해 경상대 해양과학대 박병수 교수(해양경찰시스템학과)는 "시프린스호 허베이스피릿호 등 대형 오염사고 대처에도 해경의 역할이 컸던 부분, 중국 어선을 단속하다 순직한 해경도 기억해야 한다"며 "해경이라는 이름이 없어진다면 해상보안이 통합적으로 관리되지 못하고 각 기능들이 분산되어 업무추진력 자체가 크게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했다.
 
한편 전국 9개 해양경찰 관련 학과 중 하나인 경상대학교 해양과학대 '해양경찰시스템학과'는 학과의 이름만이 문제가 아니라 당장 올해 입시에 지원자가 얼마나 될지 걱정이다.
 
재학생들도 크게 동요하고 있어 해양경찰시스템학과 교수들은 학생들을 진정시키는 데에 진땀을 흘리는 상황이다.
 
해양경찰시스템학과는 2014년도 상반기 해양경찰 공채 필기시험에 졸업생 및 재학생 9명이 합격, 실기시험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지난 19일 해양경찰 해체 발표의 충격에 맞닥뜨렸다.
 
학과장 박병수 교수는 "재학생 중 절반 이상이 해양경찰을 목표로 삼고 공부해온 학생들이라 충격이 클 수 밖에 없다"며 "구조, 구난, 단속, 경비, 방제 등 해경 업무들이 결국 어느 부처에서든 유지될 수 밖에 없는 것들로서 고유 업무는 아주 없어지는 게 아니고 인원은 필요하게 돼 있으니 너무 동요하지 말라고 학생들을 다독거리고 있다"고 말했다.
 
해경 해체 결정에 따라 해양경찰시스템학과는 명칭 뿐 아니라 교과 내용 등 전면적인 변화를 맞게 됐다. 또한 올해 입시에서는 지원자 수와 경쟁률이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학과 관계자는 "해양안전시스템학과로 명칭 변경을 고려하고 있다"며 "일단은 추이를 지켜봐야 할 시기이며, 각 대학의 해양경찰 관련 학과 대표자들이 곧 만나서 대책을 숙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상대학교 해양과학대학 해양경찰시스템학과는 해양경찰의 선진화와 선진 해양수산 산업에 필요한 인재양성을 목표로 해왔으며, 현재 졸업생 300여명이 해양경찰에 근무 중이다.
 
한편 19일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직후 해양경찰청은 2014년도 상반기 공채 실기시험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으나 하루 뒤 "시험 일정을 진행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에 따라 해경 공채 실기평가의 함정운용 및 항공전탐은 내달 2~3일 진행하게 된다.
 
잠수분야는 세월호 수색구조 종료 후 별도 공지한다. 적성 및 체력평가는 내달 10~11일, 면접시험은 7월 중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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