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여자

   

나는 이런 여자를 좋아한다.


다수굿하면서도 솔방울 같은 큰 두 눈을 내려 깔듯 잠잠히, 그러나 나를 똑바로 쳐다보는.


그 큰 두 눈동자에는 자애로우면서도 부끄럼 많고 그러나  풋풋한 정념이 넘치는. 그 넘치는 정념이 오직 나 하나에게로만 향하는 그런 여자를 나는 좋아한다.


나는 또 이런 여자를 좋아한다.


어디서든 내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있어야만 마침표를 찍는. 그래서 내가 있음으로서 모든 일이 비로소 끝을 내고 이루어지는. 내가 변방에 있으면서도 결국에는 내가 중심이 되는.

나는 이런 여자가 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퇴근길에 행주치마 두르고 내가 오는 길에 마중 나와서는 다소곳이 마냥 웃어 주는. 그래서 하루의 피로가 풀리는. 내 좋아하는 된장찌개, 해물탕, 칼국수, 수제비, 보리밥, 그 어느 것이라도 그녀의 손끝에서 빚어진 정갈한 음식을. 그 음식을 마주하며 하루가 베풀어 준 감사의 기도를 함께 올리는.
나는 또 이런 여자와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


내 눈빛만 보고서도 나를 이해해 주는.
우울하면 우울한대로, 기쁘면 기쁜대로, 슬프고 화가 났으면 그때그때 내 기분을 조절하고 조정하는 마술사 같은, 그래서 나는 결국에는 그녀의 꼭두각시나 어린아이가 되는.
조용조용하고 두런두런 도란도란한 그녀의 음성이나 말씨는 꼭 고성만 바다 파도 같은.
아! 그런 여자는 이 세상의 모든 평범한 가정의 주부이리라.


그런 평범한 가정의 주부인 내 좋아하는 그런 여자 하나 이를 곁에 두지 못한 나는 얼마나 불행한 사람인가!


나는 이제 그런 여자를 찾아서 내 인생을 불사르리라.


누군가 인생을 축구에 빗대어서 30대는 연습기간이고, 50대는 전반전이고, 70대는 후반전이고, 100세는 연장전이라 했던가.


내 나이 이제 겨우 전반전을 끝낸 50대이니, 이제 남은 후반전을 열심히 뛰어 전반전에 대량 실점한 점수를 만회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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