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현실적 절차에 승객 항의 빈발, 통영시 대책마련 부심

 

“안전이 중요하다지만 초등학생 신분증을 요구하면 없는 주민등록증을 만들어내란 말이냐. 애들 때문에 주민등록등본을 떼러 여객선 앞에서 돌아서야 되다니 황당하다”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해양수산부가 연안여객선 탑승절차를 강화한 지난 1일 이후 통영여객선터미널과 섬 지역 선착장은 승객들의 항의와 민원이 빈발하고 있다.

이달 1일부터 신분증을 제시해야 여객선 매표가 가능하며 출항 전 10분 전까지 탑승하는 등 승선 절차가 대폭 강화됐다.

특히, 배를 한번 타면서 신분증을 2회 제시해야 하는 부분은 관광객과 시민들의 짜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승선권 발권 시, 곧이어 여객선 탑승 시에도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주민등록증 미발급 연령의 아동과 청소년들에게도 신분증을 기계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며, 신분증이 없는 경우 의료보험증 또는 주민등록등본으로 대체 가능하나 이에 대한 사전 안내가 전혀 없어 승객들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사전투표를 마치고 4일 통영을 찾은 관광객 박모(43, 서울)씨는 “탑승객 신분확인 강화에 신분증 두 번 제시도 괜찮다. 그런데 아이 신분증을 내놓으라면 배를 타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냐”며 “의료보험증이나 주민등록등본으로 대체 가능하다는 부분도 안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관광 관련 홈페이지에도 신분증 지참 안내가 없을뿐더러, 어린이 승객은 신분증 대신 뭘 준비하라는 내용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놀러가는데 등본이나 의료보험증 갖고 가는 사람이 있냐”라며 “요즘 관광 트렌드는 가족여행이 주를 이루는데 정부가 이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여객선 신분증 요구에 항의는 관광객 뿐 아니라 통영시민도 마찬가지로, 노년의 도서지역 주민이 병원에 다니러 통영행 배를 탔다가 섬으로 돌아가는 배를 타려 할 때 여객선사의 신분증 요구에 항의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부 김모씨(통영, 46)도 지난 1일 답답한 경험을 했다. “아이와 섬에 가려다 아이 신분증 제시 요구에 항의하니 여객선사가 해경에 물어보라 하고, 해양경찰서에 항의하니 이번에는 그냥 타고 다음에는 주민등록등본이라도 준비하라고 했다”는 것.

이같이 여객선 탑승 시 신분증 제시 및 어린이 승객 관련 문제는 관할부처인 해양수산부가 각 지자체와 협의가 부족한 상태로 승선절차 강화를 긴급히 시행해 민원을 빚고 있는 모습으로, 통영시는 자체적으로 홍보 강화와 여객선터미널에 무인민원발급기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 2일 개최된 통영시 읍면동장회의에서 명정동장이 “여객선터미널에 무인민원 발급기를 설치해 달라”고 건의, 박권범 부시장은 여객선 탑승절차의 개선방안 및 무인민원발급기의 여객선터미널 설치 검토를 지시했다. 또한 각 읍면동에는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등본, 의료보험증 등도 여객선 탑승 시 신분증을 대신할 수 있음을 홍보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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