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상은 통영의 보물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대한민국 국회의장의 말씀이다. 지난 7월 10일 윤이상평화재단 이사장 영담스님과의 면담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은 "통영은 경남의 보물이고, 윤이상은 통영의 보물로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면서 "음악가이고 예술가인 윤이상 선생을 너무 이념적인 잣대로 보면 안 된다"고 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또 "통영시가 내놓은 수정안(도로 중간에 생가 터 일부를 남기는 안)보다 윤이상평화재단에서 이야기하는 도로를 완전히 우회해서 생가를 온전히 보존하는 계획이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9월에 통영시에 가서 현장을 둘러보겠다"고 밝혔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또 "현장을 방문할 때 통영시장도 만나서 좋은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말하겠다"고 했으며 "윤이상 선생 문제는 통영시는 물론 경상남도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사안"이라고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한 바 있다. 대한민국 국회의장도 통영의 보물로 소중히 해야 한다고 한 윤이상 선생의 생가 터 보존 문제에 대해 통영시는 여전히 결정을 미루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와중에 통영시가 다시 윤이상 선생을 팔아 통영시를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로 가입시키려 나섰다. 통영시의 이중적 태도는 참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 7월 11일 통영시는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가입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한산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김동진 통영시장은 "2017년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지정을 목표로 삼고 있다"며 "통영국제음악제 관계자와 함께 올 가을 세계현대음악제에 참석하고, 보고타 등 기존의 음악창의도시에도 방문하겠다"고 했다.
 
또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의 협조 뿐 아니라 시민들의 관심과 아이디어, 조언이 필요하다"며 "통영의 우수한 음악 자산과 창의성을 지속가능한 발전 원동력으로 삼아 사람과 문화가 중심이 되는 도시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통영은 윤이상 선생으로 인해 음악도시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고 윤이상 선생의 후광으로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가입을 추진하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영시는 "통영의 우수한 음악자산"인 윤이상 선생의 생가 터를 아스팔트에 파묻으려 했었다.

시민들의 보전 요구가 커지자 이제는 도로 가운데 섬처럼 생가 터의 일부만 남기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여전히 윤이상 선생을 능멸하는 태도다. 그럼에도 윤이상 선생의 흔적을 지워나가는 통영시가 윤이상 선생을 다시 팔아 유네스코음악 창의도시에 가입하려는 것은 모순이 아닌가. 세계 현대음악의 거장인 윤이상 선생의 생가를 없애고 윤이상 기념공원에서 윤이상이란 이름을 빼고 도천테마파크란 당치도 않는 이름을 쓰는 통영시의 시장님께서 "세계현대음악제에 참석하고, 보고타 등 기존의 음악창의도시에도 방문"해서 도대체 무엇을 배우고 오겠다는 것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가입을 위한 세미나>의 발제자 이용민 통영국제음악제 전 사무국장은 "통영은 남해안별신굿, 통영오광대 등 전통과 통영국제음악제라는 현대의 음악적 자산이 어우러진 곳"이라 평가했다. 그는 또 "윤이상으로 인해서 통영국제음악제가 있게 됐으며 결국 음악창의도시로 이어진 것이며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는 접점이 윤이상 음악세계"라고 짚었다. 정확한 진단이 아닐 수 없다. 또 2013년11월 14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개최된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가입 준비를 위한 워크샵>에서도 경남발전연구원 김태영 부연구위원은 '창의도시 통영을 위한 윤이상 콘텐츠 활용방안' 제목의 주제 발표를 했었다.

두 발제자 모두 다 통영이 유네스코 창의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윤이상 선생의 음악적 자산이 가장 중요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윤이상 없는 통영국제음악제가 있을 수 없듯이 윤이상 없는 음악창의 도시도 있을 수 없다. 윤이상 선생의 생가는 통영시의 가장 소중한 음악적 자산 중 하나다. 생가 터를 온전히 보존해 복원하고, 통영에서 윤이상이란 이름을 복권시켜야만 통영시는 비로소 유네스코 음악창의 도시에 가입할 자격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창의도시 전문가 찰스 랜드리는 "창의도시는 시민으로 하여금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창의적으로 계획하고, 창의적으로 활동하게 하는 유기체로서의 도시"라고 했다. 관이 아니라 자발적인 시민들의 창의적인 네트워크가 창의도시의 핵심이란 얘기다. 창의도시로 선정되면 문화·창의자산을 확보할 수 있으며, 전 세계 창의도시 네트워크를 통해 상호 교류하고 국제적 명성을 얻을 수도 있다.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사업은 2004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가입으로 시작됐는데 2014년 1월 현재, 전 세계 41개 도시가 가입되어 있다.
 
창의도시 네트워크는 각 도시의 문화적 자산과 창의력에 기초하여 문화, 창의 산업을 육성함으로써 문화다양성 증진과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고 전 세계 도시 간 협력과 발전을 도모한다.
 
창의도시는 유네스코가 문학·음악·민속공예·디자인·영화·미디어·음식 등 7개 분야에서 뛰어난 창의성으로 인류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세계의 도시들 중에서 선정한다.
 
창의도시는 무엇보다 도시 구성원들의 주체적 참여와 유기적인 협력을 중요하며, 이를 통한 도시 발전이 시민들의 창의성을 높이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또한 유네스코가 추구하는 문화다양성과 지속가능발전 등의 가치들이 도시 정책에 녹아있어야 한다.

이는 결코 단시간의 준비나 소수의 의지로 추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은 서울시(디자인)와 경기도 이천시(공예), 전북 전주시 등이 가입되어 있다. 통영시가 가입을 추진 중인 창의도시 음악분야는 이탈리아 볼료냐, 스페인 세비야, 영국 글래스고, 벨기에 켄트, 콜롬비아 보고타, 콩고 브라자빌 등 6개 도시다.
 
음악창의 도시 중에서는 천재적인 작곡가 로시니를 키워냈고, 풍부한 음악 자원을 정책적인 지원으로 성장시킨 볼로냐가 주목받고 있다. 2006년 유네스코 음악 분야 창의도시로 선정된 인구 37만4천명의 도시 볼로냐는 과거 모차르트와 바그너를 영입하기도 했었고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와 클라우디오 아바도에게도 명예시민자격을 부여 한 바 있다.

또 도니제티, 파리넬리, 베르디, 레스피기 등의 인물들도 볼로냐에 살며 음악 활동을 했다. 현재 볼로냐 시의회에 등록된 600여개의 문화협회 가운데 음악협회만 무려 110여개나 된다. 이들은 연구, 교육, 제작, 행사기획, 음악관련 도구 거래 등의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볼로냐와 비교했을 때 음악창의도시 가입을 준비하는 통영은 어떤 음악적 자산을 가지고 있을까. 남해안별신굿, 통영오광대나 통영 출신의 정윤주, 진규영 작곡가 등이 있지만 통영을 음악도시로 내세울 수 있는 국제적 음악적 자산이란 대부분이 윤이상 선생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통영국제음악제가 그렇고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가 그렇고 통영국제음악당이 또한 그렇다.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음악적 전통이나 저명한 음악가의 존재 여부도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통영시는 여전히 윤이상이란 세계 현대음악계에서 가장 저명한 보물을 땅속에 묻으려 하고 있다. 이래서야 어찌 창의도시 가입이 가능하겠는가. 창의도시 가입을 위한 모든 단계에서 유네스코 국가위원회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유네스코 본부가 후보 도시의 신청서를 접수한 즉시 국가위원회에 지지 여부를 묻기 때문이다.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가입을 원하는 통영시가 세계적 음악가 윤이상 선생의 생가 터를 없애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어떻게 생각할까. 이 사실을 유네스코 본부가 알게 된다면 창의도시 가입이 가능할까. 통영시가 사려깊이 고민해봐야 할 문제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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