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옵는 시장님, 무더운 여름 날씨에 시정(市政)에 얼마나 수고가 많으신지요?
 
먼저, 재취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제가 지역 신문을 빌어 글을 올리는 무례함을 택한 이유는 통영 시민들께서도 이 글을 읽으시고 고민해 보시라는 의미이오니 용서해 주시리라 믿으면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저는 며칠 전 자전거를 하나 샀습니다. 어린애처럼 기분이 들떠 바로 타려 나갔지요. 이륜차를 안전하게 타라는, 선짓국 같은 페인트로 칠해져 있는 자전거도로를 따라 페달을 열심히 밟았습니다.
 
얼마 못 가 곳곳에 위험(차들이 주·정차 돼있고, 전봇대가 중앙에 있음)이 도사려 있고, 길이 계속 이어져 있지 않아 매우 난감했습니다.
 
도로법규 상 자전거는 차에 속하기에 인도로 타고 다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자전거도로가 주·정차된 차에 막혀있거나 아예 없을 경우 인도로 가야하는 불법을 저지르게 됩니다.
 
몇 년 전 시에서 거액을 들여 야심차게 만들어 놓으신 이 자전거도로가 왜 이 모양인지 모르겠군요.
 
인도도 마찬가지입니다. 행인들이 안전하게 다니라는 인도는 차도보다 못한 푸대접을 받고 있는데, 제가 직접 걸어본 길을 예로 들겠습니다.
 
시립박물관 맞은편의 인도에는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은 전봇대들이 중앙에 열을 지어 떡 버티고 있으며, 여객선 터미널 건너편 인도 일부 구간은 아예 없습니다.
 
있어도 가게에서 내놓은 수많은 물건들이 차지하고 있고, 바닷물을 빼내고 들이는 수많은 파란 관들이 뻗어있어 눈이 어지러울 지경입니다.
 
이 구간은 서호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무질서한 간판들을 떼 내고 산뜻하고 심플한 것으로 치장된 곳이기에 위아래가 더욱 잘 대비됩니다.
 
통영중학교에서 용화사 광장으로 올라가는 인도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로수인 벚꽃나무들이 인도 중앙에 떡 버티고 있거나, 길가에 있는 가게들(특히 주공 아파트 앞)의 상인들이 내놓은 물건들로 아예 인도가 없어져 버린 곳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무척 많은 것으로 생각되는데, 왜 이런 현상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을까요?
 
담당부서에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거나, 선거 때 표를 의식해 단속을 하지 않는다고 여기면 어폐가 있는지요?
 
아니면 이 문제를 알고 있는 시민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서 그대로 두는 건가요?
 
만약에 차도가 그렇다면 당장 담당자가 나와 치웠을 겁니다. 시장님께서 직접 자전거를 타시거나, 도보로 통영의 전 도로를 한 달에 한 번 꼴로 다니신다면 이런 문제들은 점차 해결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전용차를 타고 휭 지나가는 것보다 훨씬 건강에도 좋으실 것이고요.
 
시장님께서는 지난 7월 1일에 있은 취임사에서 통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문화 도시로 발전시키겠다고 하셨습니다.
 
아무리 통영이 뛰어난 예술인들을 배출했다 해도 앞에서 말한 길이 그대로 있는 한 시민들이나 통영을 찾는 외지인들에게 외면을 받게 됩니다.
 
시의 주인인 우리 통영시민들이 안심하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길이 되어야 진정 문화도시라 할 수 있겠지요?
 
문화도시는 구호로 만들어지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시민들이 안전하게 걷고, 보고, 들어 위안을 찾는 게 바로 눈 높은 문화가 아닐까요?
 
지루한 글을 읽어주시어 대단히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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