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40kg 조개 캐던 영운만 갯벌, 토사에 덮여 “전멸”

▲ 26일 오후, 영운천과 영운만 기수역에서 캔 조개들은 모조리 폐사한 상태였다

“전에 왔을 때는 맨손으로도 조개를 팠는데 이제는 굳어가지고 호미도 잘 안 박힌다. 전멸이다. 조개는 전부 껍데기만 남았다”

영운만 갯벌이 '통영골프장' 공사현장에서 유입된 황토로 뒤덮여, 최고 품질을 자랑하던 바지락 등 영운리 조개들은 입도 벌리지 못한 채 껍질만 남게 됐다.

영운리 주민들이 물때에 맞춰 조개 채취에 나선 지난 26일 오후, 썰물에 드러난 영운만 갯벌은 예전과는 색깔부터가 달랐다. 집중호우에 의해 골프장 공사장에서 대량 유입된 토사가 갯흙 위를 싸그리 덮어버렸기 때문.

이날 영운어촌계장 김정수씨 등 주민 50여명은 갯벌이 드러나기 시작한 오후 2시경부터 영운천과 영운만이 만나는 기수역에서 조개 채취를 시도했으나, 단 한명도 조개 바구니에 살아있는 조개를 담지 못했다. 기수역 생태계가 글자 그대로 전멸했다.

영운천 민물과 영운만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은 인접한 오염원이 없어 물이 맑으면서도 통영에서 드물 정도로 풍성한 수중생태계를 자랑하던 곳이다. 조개 뿐 아니라 참게, 돌게, 멍게까지 있던 “조개의 황금밭”은 이제 이질적인 황토층에 묻혀버렸다.

주민들은 “부드러운 갯흙 위로 황토가 쌓이고 단단하게 뭉친 채로 갯벌을 덮어버렸다. 호미질도 쉽지 않을 정도로 황토층이 단단하다”며 입을 모은다. 갯벌 흙을 파보자 표층의 황토흙과 원래 갯흙의 색깔이 다르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호미질을 거듭해 황토층 아래 묻힌 조개들을 찾아내도 모두 속이 비었다. 입을 닫은 조개껍질을 열어보면 썩은 진흙만 흘러나온다. 조개와 게 등 갯흙 속에 서식하던 생물들이 단단한 황토층에 뒤덮여 질식해 폐사해버렸다.

주민들은 “조개가 텅 비어가지고 흙만 줄줄 나오는데 흙탕물 바다나 조개 몰살같은 이런 일은 처음 본다”며 “앞으로 대체 이 일을 어쩔 건지 모르겠다”며 당혹해했다.

한시간 동안 기수역 갯벌에서 조개 껍데기만 파낸 영운리 주민들은 영운만 입구 쪽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이미 잔뜩 쌓여있는 조개껍데기들에 할 말을 잃었다. 토사 유입으로 인해 대량폐사한 조개들이 해안에 밀려와 쌓여있던 것.

영운어촌계에 따르면 영운만 갯벌은 통영에서도 가장 품질이 좋은 조개를 채취하던 어장이다. 한번 물때에 주민들이 나서면 1인당 3~40kg, 하루에 총 3.5~4톤의 조개를 너끈히 채취하며, 마을에 연 7~8,000만원의 공동소득원이 되어왔다.

영운리 김정수 어촌계장은 “영운만 갯벌에 조개는 굴 까던 사람들도 조개 판다고 그러면 만사 제쳐놓고 달려올 정도로 마을의 큰 행사였다”며 “영운만에 갯벌은 올해 뿐만이 아니라 앞으로가 더 문제다. 이처럼 죽어버린 갯벌이 다시 회복되려면 10년은 걸리지 않겠는가”라고 울분을 토했다.
[정용재 기자]

▲ 조개를 캔 결과는, 빈 껍데기 뿐이다

 

▲ 아무리 갯벌을 파도 살아있는 조개는 나오지 않았다

 

 

 

▲ 주민들의 발치에는 빈 조개껍데기만 쌓인다
▲ 갓 캐낸 조개들, 전부 폐사했다

 

▲ 텅 빈 조개껍질만 잔뜩이다
▲ 흙 색깔이 다르다. 갯흙 위로 황토층이 형성돼 있다
 

 

 

▲ 조개를 열면 흙만 나올 뿐이다

 

 

 

 

▲ 조개 무덤이 된 갯벌을 보며 당혹스러워하는 주민들

▲ 빈 바구니를 들고 영운만 기수역을 떠나는 주민들

 

▲ 영운만 입구 해안, 폐사해 속이 비어버린 조개들이 밀려와 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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