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이순신 프로젝트’ 폐기로 방치, 통영시 “활용도 높일 방안 강구”

 

영화 ‘명량’의 1600만 관객과 한산대첩축제의 폭발적인 인기가 무색하게, ‘거북선 연구소’는 잡초 가득한 폐교에 방치된 상태다.

경남도와 통영시가 의욕적으로 나서 거북선을 복원해 세계화를 추진한다며 지난 2008년 산양읍 신전리 폐교(산양초 화양분교)에 조성한 ‘거북선 문화재 모형 연구소’는 최근 시설 관리 부재로 글자 그대로의 폐교로 되돌아가버린 모습이다. 사업비 보조를 받으면서도 상시적인 활동이 부재해 예산 낭비 사례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거북선 모형연구소가 들어선 산양초 화양분교 건물과 운동장은 무성하게 자란 잡초에 싸여 있으며, 운동장 문도 개방되지 않은 채 방문객의 발길을 돌리게 하고 있다.

방치된 시설에 대해 인근 주민들은 “폐교 활용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국가의 예산을 지원받아 만든 시설이 저래서야 전형적인 예산낭비 아니냐”라고 꼬집는다.

지난 2008년 경남도는 ‘이순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통영시, 거북선 모형 제작 업체인 아람키트와 함께 국비와 지방비 9억3천만원, 업체 자부담 3억원을 들여 폐교된 산양초교 화양분교를 리모델링, ‘거북선 문화재 모형연구소’를 개설했다.

그해 12월 거북선모형연구소 준공식은 경남도의 ‘거북선 탐사 중간보고회’를 겸해, 전국적으로 주목 받은 바 있다. 이에 앞서 6월 거제시 칠천도 ‘거북선을 찾아라’ 출항식에서 경남도와 통영시,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아람키트는 모형연구소에 장애인 고용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으며, 연구소는 장애인과 노인을 고용해 5명 이상이 근무하기도 했다.

이후 이순신 프로젝트가 거북선 탐사 및 복원, 이순신 밥상 등 전반적인 문제점을 드러낸 결과 2011년 이후 대부분 폐기되면서 거북선 모형연구소도 경남도와 통영시의 관심 바깥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현재 거북선 모형연구소는 상시적인 프로그램이 없이 한산대첩축제 참여 정도로만 통영에서 존속의 명분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이나, 운영에는 연간 경남도비 3,000만원과 통영시비 3,000만원의 보조금 지원을 받고 있다.

시설 뿐 아니라, 인터넷 홈페이지도 두 개나 개설해 두고 업데이트가 없어 방치 상태다.

‘거북선 문화재 모형연구소’ 홈페이지(http://turtleshiplab.com/) 게시판에는 2011년 한산대첩 축제 당시 부스에서 거북선 조립 모형을 구입한 관광객이 “설명서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조립하기가 불가능하다”고 올린 글이 있으나, 몇년째 답 없는 메아리만 울리고 있다.

가장 최근의 게시물은 2013년 5월 20일자 공지사항란에 올라 있는 불법 인터넷도박사이트 홍보글로, 홈페이지를 개설해두고 웹 호스팅 비용을 지출하면서도 관리가 없어 유명무실한 상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한글 도메인의 ‘거북선문화재연구소.kr’ 홈페이지도 따로 있다. 이 홈페이지도 모든 게시판이 비어 있을뿐더러, 거북선에 대한 정보도 네이버 백과사전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독자적인 활동이나 연구성과를 찾아볼 수 없다.

전반적인 관리 부재에 대해 거북선 모형연구소 소장 안모씨는 “방문객이 많았던 시기에는 발생하는 수익금을 통해 직원도 여러 명을 두고 관리가 잘 이루어졌었다”며 “수익이 없어져 직원을 내보내고 혼자 남게 된 뒤로는 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토로했다.

또한 “학교 문을 열어두면 인근 펜션 이용자들이 무단으로 운동장을 사용하며 밤에는 고기를 굽기도 하는 등 사고의 위험성이 있어서 평시에는 문을 닫아두고 있었다”며 “용처가 정해져 지원되는 보조금에서 시설 관리에 인건비를 전용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통영시 문화예술과 문화산업담당은 “경남도의 이순신프로젝트 추진 당시에는 거북선연구소가 주목도 높았고 방문객도 많았다”며 “다시금 거북선연구소의 활용도가 높아지도록 통영시에서도 방안을 강구할 것이며, 세심하게 시설 관리 지도를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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