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섬지역 학교 급지 등급 하향 조정, 섬마을 교사·주민 강력 반발
30년 전 잣대 5년마다 되풀이 되는 악순환, 섬마을 교육 이탈 가속화

 
 
"섬에 사는 것도 서러운데, 정부가 나서서 아이들 교육마저 망쳐야 하는가"
 
"도서지역을 두 번 죽이는 도서지역 하향조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30년 전 잣대에 5년 마다 되풀이 되는 특수지 급지 하락 악순환, 탁상행정의 극치이다. 결국 섬 지역을 황폐화 시키는 지름길이다"
 
정부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키로 한 특수지역 등급 조정에 대해 통영 도서지역 교사들과 섬주민들이 '특수지 급지조정 반대 추진위원회'를 결성, 현실을 무시한 등급조정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5년 전인 지난 2009년과 10년 전인 2004년 상황과 똑같은 일이 악순환, 이미 1천여 명의 교사와 학부모, 지역민들이 연대 서명을 하고 박훈영(사량초·41) 교사를 특수지 급지조정 반대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추대, 조직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특수지 급지조정 반대추진위원회와 통영교육청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벽지 또는 섬 등지 특수지역 근무 공무원에 대한 실태 조사를 벌여 최근 특수지 대상지역 및 등급조정안을 확정, 10월 이의 신청을 받은 뒤 내년 1월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특수지 근무수당 등급조정안은 정부 모든 부처에 적용되는데 교직원의 경우에는 승진가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등급이 내려가면 우수 교사들이 섬학교 지원을 기피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안행부 등급조정안에 따르면 통영지역은 한산도와 사량도, 욕지도, 학림도 등에 있는 10개 학교 가운데 단 1개 산양 초교 곤리분교만 현행 등급을 유지하고 나머지 9개 학교는 하락하거나 아예 특수지에서 제외됐다.
 
사량초, 사량중, 산양초 학림분교, 욕지중, 원량초, 원량초 연화분교, 한산초, 한산중 등 총 8개교가 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산양초교 풍화분교는 특수지에서 아예 제외됐다.
 
이대로라면 내년부터 통영 관내 섬 지역 모든 초·중학교가 급지 하향으로 교사들의 발령 기피 지역으로 등록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통영지역 교사와 학부모, 지역주민들은 이번 등급조정안이 육지보다 훨씬 열악한 섬 지역의 근무환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탁상행정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거리 가산점의 경우 육지의 벽지학교는 시.군.구청에서 근무지까지의 거리가 60㎞ 이상이면 5점이 주어지는 반면, 도서지역은 시간을 기준으로 4시간 이상 배를 타야 5점을 주도록 해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것이다.

물질문명의 발달을 전제하지 않은 현실성 없는 30년 전의 기준 잣대를 그대로 적용한 결과, 통영에서 제주도로 통학하거나 국경을 넘어 중국 등 영외로 나가야만 거리 가산점 5점을 딸 수 있는 터무니없는 잣대이다.
 
또 육지 벽지학교는 대중교통수단이 하루 4회 이하 운행하면 5점을 주는 반면 섬 학교는 배가 하루에 한 차례도 운항하지 않아야 5점을 주도록 돼 있는 것도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학부모 등은 말했다.
 
욕지도나 연화도 등은 폭풍주의보는 물론 풍랑주의보만 발령되도 2∼3일씩 발이 묶이는 등 가족과 함께 생활할 수 없는 지역인데도 이 같은 여건을 이번 등급 조정에 반영하지 않은 것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밖에 의료시설과 식수확보, 편의시설 등 기본생활 관련 항목에서도 섬지역의 특수성을 무시, 현실성 없는 잣대를 정비해야 함을 강력 주장하고 있다. 
 
등급조정안이 확정되면 실력 있는 교사들의 섬 지역 학교 근무를 기피하게 돼 섬 학생들이 양질의 공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든다.
 
현재 통영지역 섬에는 승진가산점을 얻기 위해 학생지도와 연구점수 등에서 상위권인 우수한 경력교사들이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등급이 하향되면 도서근무를 희망하는 경력교원은 줄어들고 대신 신규교사가 배치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박훈영 특수지 급지조정 반대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정부의 이번 등급 조정으로 통영에서만 10개 학교 중 9개 학교가 하향 조정됐다"며 "교육환경이 열악한 데도 그동안 우수 교사들이 도서지역을 찾은 것은 가산점 제도라는 메리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제는 섬 지역 근무를 지원할 교사들이 없어 도서지역의 교육환경은 더욱 열악해 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섬 지역 교육 황폐화를 우려했다.
 
이에 특수지 급지 조정 반대추진위원회는 지난 17일 안행부 국민신문고를 통해 통영 섬지역 급지 하향 조정에 관해 이의제기 민원을 신청한 상태다.
 
또 오는 29일 통영교육지원청과 이군현 국회의원과의 간담회를 계획하고 있다.
 
이어 이날 오후 5시에는 반대추진위와 학교운영협의회, 지역주민 공동으로 "안행부가 등급조정안을 철회하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조정안을 새로 마련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통영교육지원청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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