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디랜드 태권도원 등 초대형 시설, 컨텐츠 테마 집중 아쉬워

덕유산 절경과 동계 산악 레포츠 강점, 먹거리 머루와인과 어죽

▲ 품앗이관광단 덕유산 향적봉에서

 무주군 우수 문화관광해설사로 1박2일 동안 30여명의 통영 품앗이관광단과 동행한 임옥임(49)씨는 무주군의 관광자원에 대해 “보물상자를 뒤집어 엎어 보물들이 흩어져 있는 모습”에 비유했다.

산악지형으로 관광 거점이 집중되지 않은데다 대중교통이 불편해 자가용이나 관광버스를 통해서만 가능한 무주군 관광의 한계를 에둘러 말한 것이나, 일관된 주제의식과 컨셉으로 꿰여 있지 않은 무주 관광자원의 현실도 담겨 있다.

통영에서 무주를 찾은 ‘품앗이관광단’ 첫날(23일)은 오전 10시 30분 무주에 도착, 무주향교 → 반딧불전통공예문화촌(김환태 문학관, 최북미술관) → 중식 → 덕유산리조트 관광곤돌라 → 머루와인동굴 → 적상산 전망대 → 석식 → 숙소(덕유산리조트)로 이어졌다.

둘째날(24일)은 조식 후 9시부터 반디랜드 → 라제통문 → 태권도원 → 중식 후 귀가 코스다. “이 일정 대체 누가 짠 건가”라는 불평이 나올 정도로 숨돌릴 틈 없이 빡빡한 일정은 통영으로 돌아오는 버스가 잠잠해지도록 만들었다. 대부분 지쳐 잠들어버린 것.

 수백억 투입 초대형 시설들, 지역경제효과로 이어지지 않아 골치

▲ 무주향교 "전통혼례복 체험"

무주 첫 관광지가 ‘향교’, 붓글씨로 가훈쓰기와 한복(유생복, 전통혼례복)입기 체험에 품앗이관광단은 “향교가 관광자원이 될 것이라고 생각조차 안 해봤다”면서도 “향교가 없는 곳이 어디 있나. 통영에도 있지만 굳이 향교를 관광코스로 넣지는 않는다”는 반응.

이어진 반딧불전통문화공예촌 방문은 시간관계상 ‘최북 미술관’ 답사만 이루어졌다. 최북미술관은 조선시대 화가 최북 선생의 진품인 ‘괴석도’와 영인본 66점 을 포함 총 83점을 보유하고 있다.

▲ 반딧불전통공예문화촌

무주읍 한풍루로에 위치한 반딧불전통공예문화촌은 최북미술관 외에도 김환태문학관, 전통공예시연체험관, 전통공예공방, 건강체험관의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 있으나, 23일에는 방문객이 없이 대부분 한산한 모습만 확인할 수 있었다.

공예문화촌은 총사업비 309억원을 들여 지난 2011년 준공됐으며 부지면적만 10만㎡에 3층 규모 초대형 시설이나 활용도가 낮은 것은 무주군의 고민. 무주군의회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조성됐지만 적자 시설물에 머무르고 있다”며 민간위탁 운영을 권고한 바 있다.

다음날 관람한 ‘반디랜드’도 시설물 투자에 집중하고 기획과 운영은 아쉬운 전형적인 사례로 보였다.

지난 2008년 개장한 반디랜드는 연면적 3만7000평에 곤충박물관, 천문과학관, 야영장, 반딧불이 연구소 등을 갖춘 초대형 시설이며, 곤충박물관은 지상 지하 각 1층으로 1300평 규모다.

▲ 반디랜드 곤충박물관

그러나 곤충박물관의 전시실은 오락가락하는 구성으로 일관된 스토리텔링이 발생하지 못하고 있으며, 반디랜드 박물관인데도 다른 곤충 이야기가 더 많아 테마와 컨셉트에 혼란을 주고 있다.

또한 3D영상 상영관은 뜬금없이 물고기를 의인화한 애니메이션을 상영, 3D 효과를 과시할 뿐으로 공간의 테마와 전혀 무관한 컨텐츠를 선보였다. 이는 시설측이 국내유일이라며 자랑스럽게 안내한 ‘돔 상영관’도 마찬가지로, 곤충 및 반딧불이와는 무관한 영상을 상영했다.

▲ 3d 영상 상영관

이에 대해 반디랜드 시설 관계자는 “예산 부족으로 기존에 만들어져 있던 3D 영상 등을 가져다 쓸 수 밖에 없었다”라고 밝혔다.

한편 공예문화촌과 반디랜드 등 무주군의 대형 관광시설 운영 및 관리 부서가 관광이나 문화 관련이 아닌 ‘시설관리사업소’라는 데에서 기획력 부족과 주제의식 혼란의 원인을 짐작할 수 있었다.

“막대한 사업비 초대형 시설→기획력 부족→컨텐츠 부실과 수요 예측 실패→방문객 저조와 적자”의 연쇄는 서울 여의도 절반 규모라는 ‘태권도원’에서 절정을 이룬다.

▲ 무주 태권도원

태권도의 성지를 표방하며 무주군 설천면에 지난 4월 개장한 태권도원은 서울월드컵 경기장 면적의 10배에 달하는 광대한 부지(231만㎡)에 국비 2,153억원 지방비 148억원을 들여 조성한 태권도 테마파크다. 태권도 전용 경기장, 박물관, 숙소, 교육동 등이 들어서 있으며 운영은 태권도진흥재단이 맡았다.

 

24일 품앗이관광단은 태권도원에서 전용 경기장을 둘러본 후 시범단의 격파 및 대련을 관람했으며, 경내에 설치된 모노레일로 전망대에 올랐다.

관광단에 참가한 통영시민 ㄱ씨는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큰 시설에 방문객이 없어 난감하겠다”며 “태권도 시범 말고는 충분한 컨텐츠가 없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무주군 상권과 전혀 무관한 입지조건이라 단체방문객들이 지역경제효과로 이어질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태권도원의 무주군 유치가 확정된 2004년 당시 국책평가기관인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은 국내외 대회, 태권도 유단자 연수, 관광객 등을 고려할 때 2014년 321만명이 방문할 것으로 전망했다.

▲ 전망대에서 바라본 태권도원의 광대한 영역

그러나 올해 4월 개장 이후 실적은 참담한 수준. 10월 국정감사에서 보고된 내용에 따르면 6개월간 방문객은 12만 4천명이며 입장료 등 수익금은 9억2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대로라면 연말까지 방문객 20만명에도 못 미칠 전망이다.

해설사 임옥임씨는 “민자 투자가 개시되면 형편이 좋아질 것”이라고 반복해 말했으나, 방문객이 없는 탓에 1,066억원으로 예정된 민자 유치사업도 답보 상태다.

민자로 조성될 콘도, 식당가, 편의시설 등은 공사가 언제 시작될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며 당초 태권도원으로 이전할 예정이었던 국기원도 기능만 일부 이양하기로 변경하면서 태권도의 성지라는 취지도 무색하게 됐다.

 겨울 한철 집중된 산악 레포츠 관광, 상시 테마와 먹거리 개발 과제

통영이 ‘바다의 땅’이라면, 무주는 ‘산의 땅’이다. 미륵산에서 통영 바다를 바라볼 때 섬들이 겹겹이 수평선을 가리고 있다면, 덕유산과 적상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무주 풍경은 크고 작은 산들이 겹쳐 지평선이 없는 땅이다.

“직선 도로가 없다”는 산악지형과 겨울철 눈이 많은 덕분으로 무주는 국내 동계 레저스포츠의 중심지 중 하나가 됐다. 동계 체전 뿐 아니라 동계 유니버시아드(전주시와 공동) 대회를 치렀으며, 매년 겨울 덕유산 리조트에는 스키어들로 붐빈다.

이처럼 덕유산 리조트가 겨울에는 방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스키와 스노보드 등 동계 레저스포츠가 각광받고 있으나, 다른 계절에는 한산한 “한 철 장사”라는 데에 무주군 관광행정의 고민이 있다.

실제로 이번 품앗이관광단이 숙박한 덕유산 리조트는 23일 밤 10개가 넘는 숙박동(가족호텔) 중 2개 동만 숙박객이 들어 있는 형편으로, 경내 편의시설도 대부분 휴무 상태였으며 2백만평이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그렇다면 덕유산 가을 절경과 곤돌라를 즐기는 수많은 등산객, 적상산 전망대를 찾는 이들은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 늦가을 덕유산

덕유산 관광객 ㄴ씨는 “아무래도 리조트는 좀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고, 이외의 민간 숙박시설은 거의 없어서 머루와인동굴만 들렀다가 가족들과 전주로 이동하기로 했다”며 “무주 관광은 역시 숙박이 문제고 먹거리도 좀 아쉽다”라고 전했다.

품앗이관광단에 참여한 외식업 통영지부 관계자는 “1박 2일간 네끼를 먹었는데 기억에 남는 건 이틀째 점심인 어죽 뿐이었다. 첫날 더덕구이도 가격 대비 아쉬웠다”며 “사시사철 먹거리가 풍부한 통영과는 대조되는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편 무주군이 내세우는 관광아이템 중 하나인 반딧불이축제는 가을 수확이 이루어지지 않은 6월, 무주군의 농산물 판매로 이어지기 어려운 시기에 개최된다. “환경축제”를 내세우고 있으나 지역 농민들의 실질 수익으로 직결되는 부분이 적을 수 밖에 없다.

▲ 무주 특산 머루와인

그나마 적상산 자락의 ‘무주 머루와인동굴’에서 판매되는 머루와인은 향토 농산물을 활용한 상품으로서 인지도를 쌓아 가고 있으며, 비교적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맛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처럼 숙박, 교통 등 인프라 문제 뿐 아니라 관광객에게 직접 어필할 수 있는 먹거리의 부족도 무주 관광을 “한 철 장사”에 머무르게 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편 한국관광공사는 무주군 관광에 대해 지리적 특성과 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개최의 경험을 바탕으로 스키장 등 레포츠 시설 및 태권도원과 연계한 ‘레저·스포츠 관광도시’로 컨셉트를 집중해 개발할 것을 제시했다.

 한국관광공사 “각 지자체 비슷한 사업 추진 피하고 개성 살려야”

통영 품앗이관광단의 1박2일간 무주 일정에 동행한 한국관광공사 지역협력팀 김인정 차장은 각 시군이 개성과 장점을 살리고 컨셉트가 겹치지 않도록 개발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짚었다.

김 차장은 “이번 투어를 통해 각 시군이 현재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고 타 지자체의 좋은 사례를 관찰해 관광도시의 해인 2016년에는 보완된 결과물로서 관광객들을 맞이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지금 여러 지자체들이 일단 좋아 보인다고 비슷한 사업들을 추진하는 모습은 우려스럽다”며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무주는 산악지형을 살린 레저스포츠쪽으로, 통영은 문화예술아이템을 살린 컨셉으로 개발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차장의 말을 듣고 나서야 ‘올해의 관광도시’와 ‘품앗이여행’의 의미가 좀 더 명확해졌다. 아직 충분하게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한 지역들의 현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개선하자는 취지로 ‘올해의 관광도시’가 2014년이 아닌 2016년을 기준으로 선정된 것.

관광공사는 24일 중식 후 설문지를 배포해 품앗이관광 참여 통영시민들의 무주군 관광자원에 대한 의견을 수집했다. 오는 6~7일로 예정된 무주군의 통영 품앗이관광을 통해 통영시와 지역 관광업계가 어떤 평가를 받아들게 될지도 관심거리다.

▲ 양수발전소저수지

 

▲ 라제통문

 

▲ 태권도 전용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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