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몰아보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빨간불 신호기에 걸려 일렬로 대기하고 있는데 쥐새끼처럼 쌩하니 신호를 무시하고 지나갈 때, 병원 같은 다중이 모여 있는 곳에 순서대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중에 소위 ‘빽’을 냅다 들이밀며 새치기를 할 때,

 

공연장이나 또는 각종 예술의 행사장에 핸드폰 음이 그것도 눈물 콧물 쥐어짜는 뽕짝 유행가 가락이 울려 퍼질게 될 때,

 

풍광이 빼어나게 좋은 찻집이나 레스토랑에서 다른 사람을 의식하여 도란도란 두런두런 이야기 하지 않고 마치 전세를 낸 것처럼 고함치듯 할 때,

 

식당에서 아이를 데리고 나온 젊은 부부가 아이들이 식당을 마음대로 활개치고 돌아 다녀도 아이들 기죽인다고 마냥 내버려 두게 될  때,

 

특히 우리나라 최고의 지도자가 그 직분과 직책에 맞는 세련되고 절제된 품위 있는 언어를 사용해야 함에도 부동산 투기를 잡는다고 ‘하늘이 두 쪽 나도’와 같은  꼭 시정(市井)의 왈패나 사용함직한 말을 듣게 될 때,

 

그럴 때 나는 김빠진 맥주를 마시듯 김이 새고 맥이 풀리게 된다.


이처럼 김이 새는 일들이 어디 이런 것들뿐이겠느냐 마는 김새는 일들은 분명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어서 제일로 중요한 인간다움을 훼치고 품격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인간다움은 남을 배려하는 따뜻함,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에 대한 한없는 동정심, 이슬과 같은 겸손함, 불의와 부정에 대한 불같은 정의감, 저녁노을의 비장미를 간직한 사람은 이 인간다움이 풍부한 사람일 것이다.


이 인간다움이야말로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생판 모르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몸을 내던져 구하게 하고, 지하철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고 자신은 끝내 숨지거나 불구가 된다든지, 전장터에서 터지는 수류탄을 자신의 몸을 던져 막아 부하들의 생명을 구한 장교가 있게 한 것도 결국은 이 인간다움이 그 밑바탕에 강물처럼 깔려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나는 얼마나 인간다운가, 우리는 얼마나 인간다운가, 그리고 이 인간다움을 위해 김새고 김빠지는 일은 하지 않는가를 잠 오지 않는 이 열대야의 여름밤에 한번쯤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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