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부산 기장군 소재 동해어업관리단서 설명회, “요식행위” 정부 불신 깊어

-과징금 폐지, 연안어선 톤수 증가, 꽃게 연근해자망 규제 완화 등 이슈 

▲ 해양수산부가 주최한 수산관계법령 개정안 설명회

“업종이 달라도 이번 개정이 전면 개악이라는 공감대가 있다. 이익이 상충되는 업종끼리도 공감하고 있을 정도다” (쌍끌이저인망)
“법안 목적이 자원보호라는데 내용을 보면 순 어업인 탓만 한다. 골재 채취나 연안 매립 등 수산자원 고갈 문제는 정부 탓도 크다” (트롤어업)
“중국어선 불법조업 대응도 제대로 못하면서 어민 잡는 법만 만든다” (채낚기어업)


비정상의 정상화 및 규제개혁, 수산자원 보호를 취지로 한 정부의 수산관계법령 일부개정안이 어업인들의 전면적인 반발에 직면했다.

지난 24일 해양수산부는 수산관계법령 개정안의 내달 국회 제출을 앞두고 부산 기장군 소재 동해어업관리단 강당에서 어업인 대상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동해 ․ 남해권 어업인(경상남북도, 강원도) 500여명이 참석해 강당 좌석이 모자랄 정도였으나, “입법예고 해놓고 공청회, 뻔한 요식행위다”라며 저지에 나선 선원노조(해상산업노조)에 의해 자칫 설명회 자체가 무산될 뻔 했다.

앞서 지난 19일 목포 서해어업관리단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설명회는 서해권 어업인들과 선원노조의 전면 거부로 개최가 무산됐다.

이처럼 전국적, 범 업종, 선주와 선원을 망라한 어업인들이 법령 개정안을 한목소리로 거부하고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행정처분 대신하는 과징금 ‘폐지’ 업종불문 반발

24일 설명회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되며 어업인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내용은 수산업법 제91조 ‘수산관계법령 위반시 행정처분에 갈음하는 과징금 부과제도’ 폐지와 제41조 ‘불법어업자에 대한 허가 제한기간’ 1년에서 2년으로 조정이다.

허가가 취소된 경우 새 허가를 받기 위해 기존에는 1년을 기다려야 했으나 개정안에 따르면 2년을 기다려야 한다. 또 면허 및 허가 어업에 대한 제한 또는 정지처분 일부에 대해서는 그에 갈음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었으나 개정안은 이 규정을 폐지하고 있다.

제91조 개정에 대해 해양수산부는 “불법어업자가 과징금제도를 이용해 어업을 계속 영위함에 따라 조업질서 문란이 야기된다”고 과징금제도 폐지 목적을 밝혔다.

법령 위반자가 허가취소 등 행정처분 대신 과징금을 납부하고 어업을 영위하는 과징금 대체율이 매년 증가 추세에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

이에 어업인들은 “과징금제를 폐지해 법령 위반을 모두 허가취소 등 행정처분 하겠다는 것은 조업현장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정책이며, 업종 불문 어업인 죽이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91조는 지난 2월 개정해 과징금 상한액을 당초 2,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다섯 배나 올린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았고, 법령 개정에 따른 어업현장 적용 결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해상산업노조도 “행정처분을 갈음하는 과징금 제도는 수산업법 외에도 항만법, 축산물 위생관리법,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전에 관한 법률, 항공법 등 산업 전반에서 시행되고 있다. 유독 어업에 대해서만 폐지하는 것은 타 산업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과징금 폐지와 함께 어업허가 취소시 새로운 허가의 제한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한 것은 어업인들에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영세어업인들과 선원들은 개정안대로 제한 기간을 2년으로 했을 경우, 경미한 위반에도 어업허가가 정지되거나 취소되면 최소한의 생계 유지조차 곤란해진다는 것.

어민들은 “해도 너무 한다. 무조건 벌칙을 강화할 것이 아니라 현실에 맞는 조업구역 재조정, 중국어선 불법조업 저지, 실질적 지원제도 마련 등 현장 어업인과의 소통에 기반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반발했다.

이에 해수부 관계자는 “이익이 상충되다 보니 피해보는 업종도 있을 수 있고, 이득보는 업종도 있을 수 있다. 오늘 여기 안 오신 분들은 손해가 없을 수도 있는 거 아니냐”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빈축을 샀다.

 수산자원보호 목적 역행하는 ‘규제완화’, 어업분쟁 심화 우려도

이번 개정안은 ‘수산자원 보호’를 내세우고 있으나, 정작 세부 내용은 당초 취지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산업법 시행령 제45조의2 제1항, 별표 3의2는 연안통발, 연안선망, 연안조망, 연안선인망 등 연안어선의 제한 톤수를 현행 8톤에서 개정 10톤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에 특히 근해통발어업인들은 어족자원 보호를 말하면서 연안어선 톤수 증가는 어불성설이라는 반응.

통발선주협회는 “연안어선 제한톤수를 8톤에서 10톤으로 증가시킬 경우 69톤급 근해어선 217척이 신조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2000년 한일 어업협정 이후 축소된 근해 조업구역의 현실에서 지난 10여년간 진행된 어선 감척사업의 효과를 일시에 반감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만연한 연안어선 불법 개조와 함께 법령 개정에 따른 증톤은 ‘어획강도 증가 → 어자원 고갈 → 어업 경영 악화 → 어획강도 증가’의 악순환 뿐 아니라, 연안어선과 근해어선의 어업분쟁 심화를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법령 개정으로 인해 자원고갈과 어업분쟁 심화 우려는 이뿐 아니다.

수산업법 시행령 제24조 제2항 등은 인천, 경기지역 꽃게 포획을 위한 뻗침대 부착 연근해자망 어구 사용량을 현행 1,500m 이내에서 개정 12,000m~16,000m로 무려 열배 늘렸다.

이에 꽃게통발 어업인들은 “제 정신으로 이런 개정안을 만든 거냐, 이대로라면 서해안 어장이 황폐화될 것”이라는 반응이다.

통발어민들은 “이미 불법 조업으로 꽃게 자원고갈의 원인 중 하나였던 닻자망(뻗침대 사용 연근해 자망)을 현실화랍시고 길이 기준을 열배나 늘린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처사”라며 “자망 어구 특성상 주변 수역 꽃게는 물론 모든 어종이 포획되어 근해통발과 근해연승, 근해채낚기 등 업종은 어장을 상실할 위기다”라고 우려했다.

한편 24일 수산관계법령 개정안 설명회는 “엉터리 법안 요식행위 공청회 집어치워라”는 고성으로 시작해, 마무리까지 “개정 반대한다”는 어업인들의 목소리로 채워졌다. 참석자 확인용 서명지에는 “일괄 반대한다”는 서명이 이어졌다.

개정안은 이달 중 총리실 규제심사, 내달 법제처 심사와 국회 제출을 앞두고 있다. 24일 설명회에서 해수부 관계자의 진땀어린 해명 그대로 어민들의 의견과 문제제기를 실제로 반영할지 관심거리다.

 

 

▲ 선원들이 개정안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 참석자 확인용 서명지는 '법안반대 서명지'로 둔갑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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