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에 가면 뭘 봐야해?"

요즈음 들어 통영을 찾는 지인들이 늘고 있지만, "통영에 가면 뭘 봐야해?" 라고 물어오는 친구는 없다.
 
통영을 찾는 사람 치고 한려수도 케이블카와 동피랑, 거북선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그만큼 관광객들에게 유명하고, 또 그로 인한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 가운데 돈을 버는 사람도 있고, 꼼짝도 않는 도로에 갇혀 짜증을 내는 사람도 있고, 인파 속에 파묻혀 사생활을 강탈당한 사람도 있다. 통영은 바야흐로 한국 제일의 관광지다. 사흘이고, 일주일이고, 한 달이고 둘러볼만한 곳은 쌔고 쌨다.
 
그래도 누군가 만약 통영에서 꼭 봐야 할 게 무어냐고 물어온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해질녘 이순신 공원에서 장군의 동상 곁에 앉아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봐. 혼자라면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고 그냥 그 시각, 그 장소에 자신을 던져. 벗이랑 함께 라면 시장에서 순대랑, 오뎅, 충무김밥을 사들고 가면 좋겠지."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부모들은 세병관과 제승당에서 이순신 장군과 한산대첩의 역사 얘기를, 짝꿍과 함께 오는 청춘남녀들은 동피랑에서 속살거리며 사진 찍기를, 연세 드신 분들은 한려수도가 내려다보이는 케이블카 타기를 즐겨할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이야기는 바다에서 잉태되었다. 시시각각 변해가는 물빛과 하늘빛, 물소리, 바람소리가 펼쳐내는 "통영바다 한 마당" 가운데 푹 빠져보길 권한다.
 
이달 말 반가운 이가 가족들과 함께 온다는 기별이 왔다. 입춘을 앞둔 통영을 함께 걸을 궁리를 하던 나는 이렇게 말했다. "일단 오세요"
 
경상대학교 해양과학대학 교수

저작권자 © 한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