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여행자 ‘바람커피’ 이담, 통영에 머물다

 

노란색 커피트럭 '풍만이'를 몰고 전국을 여행하는 바리스타, ‘바람커피’ 이담(49)씨가 통영을 찾았다.

이담씨와 통영과의 인연은 지난 2013년 남해의봄날이 펴낸 ‘서울을 떠나는 사람들’ 공동저자로 참여하며 시작됐다. 그해 8월 바람커피는 남해의봄날이 거북선호텔에서 연 독자 초청 이벤트에 출동, 핸드드립 커피를 나누며 통영사람들과의 첫 만남을 가졌다. 당시 이담씨의 커피 맛에 반한 사람들은 “언제 다시 오시냐”라며 남해의봄날에 문의하기도 했다는 후문.

그 바람커피 이담씨가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통영에 트럭을 멈추고 커피를 내리며 통영사람들을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커피여행자는 “오, 한산신문 25주년이에요? 나도 25년인데?”라고 말해 궁금증도 자아냈다.

커피를 시작한 지 25년인가 했더니 그건 아니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25년으로, 이담씨는 1990년부터 10년간 컴퓨터잡지 ‘헬로pc’ 기자로 일했다는 것. 그는 잡지 기자였다가, 회사를 운영했다가, 여행삼아 갔던 제주도에 눌러앉았다가 커피를 만났다. 그런데 첫 만남이 그다지 아름다운 만남은 아니었나보다.

“제주도에서 10여년 전만 해도 정말이지 맛있는 커피를 하는 곳이 없었다. 돈도 없는데, 이런 맛없는 커피를 먹느니 차라리 내가 해보자 싶어서 유투브 영상을 보면서 프라이팬에 생두를 볶은 게 내 커피 인생의 시작”이라는 것.

독학으로 시작한 커피로 2009년 제주 산천단에 ‘바람카페’를 열고, 핸드드립 커피가 몇년 새 입소문을 타 제주의 명물 카페로까지 불렸다. 그러다 2013년부터 ‘바람카페’는 트럭 풍만이를 타고 ‘바람커피’가 되어 전국을 달리기 시작했다.

바람커피 트럭의 행로는 트위터(@yidams)와 페이스북(facebook.com/dam.yi.3)을 통해 생중계되었으며, ‘남해의봄날’을 비롯해 제주도 바람카페를 통해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의 재회도 이어졌다.

이번 통영 방문에서 바람커피는 당초 20일까지 머무르려던 계획이었으나, 22일에야 마산으로 행로를 잡았다.

그동안 강구안 골목 카페와 동피랑에서 통영의 젊은 바리스타와 커피 맛을 서로 나누기도 했으며, 산양읍 야소골 펜션에서 커피파티도 열었다.

페이스북 인연들과 가진 커피파티에서는 ‘에티오피아 시다모’, ‘브라질 카투아이’, ‘인도네시아 만델링’ 핸드드립 커피를 함께 맛보았다. 각기 미묘하게 다른 커피 향과 맛에 대한 이야기들이 자연스레 흘러나오며, 이전까지 서로 몰랐던 사람들이 맛있는 커피를 통해 친구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이담씨는 커피 한 잔을 따라주고 사람들이 맛을 본 뒤 “오, 맛있다”라는 말이 저도 모르게 나올 때가 가장 즐겁다.

그리고 커피를 인연으로 친구를 사귈 때, 커피를 하게 된 것이 행복하다고 여긴다.

맛있는 커피란 어떤 커피일까라는 질문에 그는 “원래 커피는 맛있는 거다”라고 단언하며, “적당히 물과 시간만 맞다면, 갓 지은 밥은 맛있을 수 밖에 없다. 커피도 마찬가지다”라고 설명한다.

이어 “커피여행을 다니면서 커피를 안 좋아한다고 말하는 분들을 보면, 오 잘 만났습니다-라는 생각을 한다”며 “이런 분들은 맛있는 커피를 마시지 못했기 때문에 커피를 기피하고 있는데, 오히려 섬세한 미각을 가진 분들”이라며 냉동건조 인스턴트 커피가 아닌, 만드는 방법의 기본을 지키고 방금 뽑아낸 커피라면 맛있을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커피를 즐기는 좋은 방법은? 의외로 이담씨는 핸드드립 공부나 커피머신 이야기가 아니라 “먼저 집이나 직장 근처의 좋은 카페를 찾으시라. 직접 내리는 커피는 그 다음이라도 좋다”고 선선히 답한다.

특히 “지난 2013년 처음 통영을 방문했을 때에 비하면, 통영에 좋은 카페들이 많이 생겼다. 최근 통영의 가장 눈에 띠는 변화라면 역시 커피와 카페다”며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를 혼자서, 또는 친구와 함께 시간을 갖는 거다”라며 커피의 맛은 물론, 커피를 마시며 다른 일을 멈추는 시간을 즐겨야 한다고 말한다.

한편, 최근 바람커피는 영상 카메라를 대동하는 일이 많다. 독립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로 유명한 현진식 감독이 다큐멘터리 ‘바람커피로드’를 제작하고 있는 것.

이번 통영방문에는 다큐멘터리 제작팀은 함께하지 않았으나, 올 여름이 오기 전 이담씨와 바람커피로드 제작팀은 다시 통영을 찾아 아름다운 풍경과 커피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이담씨는 “통영은 어떻게 카메라를 들어도 그림이 되는 곳이고, 다큐멘터리 바람커피로드에도 비중이 높을 것 같다”며 “전국 여러 곳에서 사람들과 커피를 나누지만, 통영 사람들은 독특한 활기가 있다. 맛있는 음식을 많이 드셔서인지 미각도 뛰어난 것 같다”며 다시 만날 통영, 그리고 통영사람들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 바람커피트럭 '풍만이' 옆에 선 이담씨
저작권자 © 한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