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기다린 멸치잡이 1일 출어, 기선권현망수협 1,200억 위판고 기대

 

"멸치 때깔 좋고, 잡것들 안 걸려 그물 완전 깨끗하다. 오늘같기만 하면 된다"

멸치잡이 기선권현망 58개 선단이 지난 1일 일제히 출어에 나섰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지난달 19일자로 경남 전체 해역에 보름달물해파리 주의보를 발령, 어업인들은 긴장에 휩싸였으나 출어 첫날 멸치 그물에 해파리는 전혀 없었다.

어족자원 보호를 위한 3개월간의 금어기 동안 어선을 수리하고, 그물을 다듬으며 숨을 고른 기선권현망 선단은 1일 새벽 통영, 마산, 사천, 거제, 고성 등 주요 어항에서 출항해 남해안 멸치 조업을 개시했다.

기선권현망 조업은 멸치 어군을 찾는 어탐선 1척을 필두로 그물을 끄는 본선 2척, 어획된 멸치를 바로 선상에서 삶고 운반하는 가공선 1~2척 등 모두 4~5척이 1개 선단을 이룬다.

기선권현망 선단의 멸치 포획 과정은 어선들이 대형을 짜고 흩어졌다가 모이는 모습이 이채롭다. 어탐선을 정찰기, 본선 2척을 공격기, 가공선을 수송기로 비유할 수 있다.

지난 1일 오전 동호항을 출항한 홍은호 등 4척의 기선권현망 선단, 통영 한산도 앞바다에서 어탐선이 멸치 어군을 포착했다.

나란히 달리던 본선 2척이 날개를 펼치듯 갈라지며 "투망" 신호와 함께 좌우길이 최장 2km에 달하는 초대형 그물을 풀어놓는다.

본선 2척은 10분쯤 그물로 멸치떼를 끌어 당기다 서로 간격을 좁히며 주머니를 감싸듯 배의 간격을 좁히며 그물을 모은다.

선체를 나란히 하고 멈추어 선 본선 2척의 옆에 가공선이 달라붙으며 멸치 포획에서 수확의 단계로 이어진다.

본선에 달린 크레인이 그물을 천천히 감아올리면 은빛 멸치들이 팔딱거리며 수면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선원들은 "해파리 많다고 걱정했더만 하나도 안 보인다"며 "작년 첫 출어 때는 해파리 알이 그물에 잔뜩 나와서 고생을 좀 했다"라며 기억을 되새겼다.

그물에 올라온 멸치들은 흡입 펌프를 통해 자동으로 가공운반선으로 옮겨지며, 선창에서는 선원들이 일사분란하게 멸치를 퍼나르고 선상 자숙과정, 즉 선상에서 즉석으로 멸치를 삶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펄펄 끓는 바닷물에 삶아진 멸치는 가공운반선에서 건조되다가 연안의 어장막으로 옮겨진다.

육상 어장막에서 12시간 이상 건조된 멸치는 1~2일 후 기선권현망수협 위판장에 나오게 된다.

베테랑 어선원인 백웅식 어로장(금성냉장, 홍은호)은 "요즘 해파리가 많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막상 나와 보니 해파리는 물론 그물에 멸치 이외의 불필요한 물고기도 거의 없다시피 한 모습이다"며 "멸치 상태도 좋고 앞으로도 오늘처럼만 나온다면 조업이 순조롭고 어황이 괜찮을 것 같다"라며 첫날 조업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처럼 첫날 어황이 좋은 편이었으나, 어업인들과 수협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해파리 걱정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장담할 수 없는데다 강수량 부족으로 인한 영양염류 유입 부족 등 변수가 남았기 때문.

해파리가 대거 출몰할 경우, 멸치들이 해파리 떼를 피하면서 어군 포착도 어려워진다. 멸치를 포획해도 상당량의 해파리가 걸리고 그물이 무거워지며 심지어 그물이 찢어지는 경우도 있다. 잡힌 멸치마저 상품성이 떨어진다.

기선권현망수협 장희래 상임이사는 "해파리, 강수량, 수온 등 다양한 변수가 있어 1~2주 더 지켜봐야 어황 전망이 가능하다"며 "출어 초기에는 원래 어획량이 많지 않은 편이고, 이달 중순쯤 들어서야 멸치가 많이 올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1일 새벽에는 통영 앞바다에 멸치 어군이 적어 남해군 앞바다로 진출한 선단이 많았다"며 "낮에는 한산도 인근 바다는 수온이 적정해 어군이 형성됐는데, 사량도 등 바깥바다는 수온이 낮아 어군이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1일 기선권현망 선단이 조업한 멸치들은 건조 과정을 거친 후 3일 기선권현망수협 본소 위판장에서 거래되었다. 

국내 마른멸치 생산량의 60%를 점하고 있는 기선권현망수협은 지난해 18,400톤, 1,191억원으로 평년 수준을 다소 웃도는 위판고를 기록했다.

올해는 지난 6월말까지 물량 5,955톤 위판고 210억원을 기록하며 작년 같은시기 물량 4,296톤 위판고 201억원보다 다소 상승했으며, 7월부터 연말까지 조업에 큰 악재가 없다면 2015년 총 1,200억원 위판고까지도 기대된다.

▲ 가공운반선

 

▲ 그물을 끌어올리는 긴장된 시간

 

▲ 해파리 걱정 떨친 첫날 멸치그물

 

▲ 가공건조선 위에서 바로 삶아진다

 

▲ 끓는 해수로 삶아낸 멸치들, 선상에서 건조하다 육상의 어장막으로 옮겨 건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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