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더운 여름을 지난다.
 
이처럼 더워서인지 길을 지나며 듣는 사람들의 말에서 거친 욕들이 쉽게 섞여 나온다.
 
이럴 때마다 미간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리게 되고 돌아보면 나이가 젊을수록 욕의 빈도가 높고 강도가 심한 것을 느낀다.
 
최근 청소년의 언어생활 조사에서 80% 이상이 욕을 섞어서 한다는 통계를 실감하는 셈이다.
 
다른 사람은 별 의식도 않는데 이렇게 느끼는 것은 개인적인 정서가 욕설에 민감한 때문이고 스스로의 경험들 때문이지 싶다.
 
어릴 때 동무들이 욕을 입에 달고 있어서 어울리기가 민망하다는 이유로 절교한 적이 있다.
 
예를 들면 이랬다.
 
"야, ㅆㅂ넘아 밥 뭇나?" "용만아, 학교가자, ㅆㅅ끼야!" "이거 무바라. ㅈ나게 맛있다!" "ㅈ만한 ㅆ끼야 빨이 온나." 등이다. 말 한 줄에 욕 한 두 개가 들어가지 않으면 아예 말이 되지를 않았다. 전학을 와서 마주친 낯선 환경이기도 했지만 어린생각에도 이건 아니다 싶어 동네에서 등하교를 같이하는 중 1학년의 동무 예닐곱 명을 불러 놓고 결단을 했다.
 
"상대가 내게 잘 못해서 성질이 났을 때 욕을 하면 모를까 어찌 인사하는 것도 욕으로 하냐?"고. "초등학생도 아니고 이제 중학생이니 욕을 쓰지 말고 바른말로 하자" 했다.
 
"세 번의 기회를 줄 테니까 노력해서 고치자. 만약 그렇지 않으면 동무하지 않겠다"고 했다.
 
동무들이 얼굴이 벌게져서 동의한다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한 동무도 이 순정한 권유를 받아 내지를 못했고 나는 말한 대로 스스로가 외톨이가 된 기억이다.
 
어느 신문, 식당에서 담배를 피우던 50대가 옆자리의 20대 아가씨들에게 담배를 피우지 말아달라는 항의성 요청을 받았고 아저씨는 이를 순순히 받기는커녕 쌍욕으로 되받아 쳤다 한다.
 
결과는 야무진 이 아가씨들이 동영상으로 담아 그대로 경찰에 신고했고 버티던 아저씨는 증거자료들에 의해 결국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 '다시는 젊은 여성에게 욕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와 합의서를 쓰고 방면 되었다는 기사도 본다.
 
최근 어느 부인은 각서도 소용없는 남편의 욕하는 말 습관을 더 참아 낼 수 없다며 황혼 이혼을 준비 중이라고도 한다.
 
'욕먹어도 싸다.' 분명 잘못한 상대가 있어 누가 봐도 욕먹을 짓을 했기에 당해도 당연하다는 말이다. 앞의 예가 그렇다.
 
자신들의 잘못된 말버릇이 도리어 욕을 먹어 당연한데 진작 본인만 인식을 못할 경우가 많다. 어쩌면 어릴 적 동무들의 욕 버릇은 나쁜 뜻이나 의도를 담지 않은, 내용도 없이 친밀감을 타나내고자하는 또래문화의 하나라 웃고 넘길 수도 있다.
 
문제는 그 욕들이 얼마나 나쁜 말인지를 모른 채 막무가내로 쓴다는데 있다.
 
요즘 아이들은 저런 욕에 더하여 저들만의 비속어들을 만들어서 쓴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아이들과 얘기하는 말끝에 "헐~"하고 반응 한다. 그 말이 뭐냐고 물으면 또 "헐~" 한다. 마치 외계인과 마주한듯하다.
 
무엇이 잘 못 되었고 어디가 꼬였을까?
 
반문을 하다 보니 엉뚱하게도 욕으로 풀고 싶은 욕구가 내속에서 치미는 걸 느낀다.
 
욕먹을 사람이 아닌 데에다 욕을 하는 것은 아니 되지만 버젓이 욕먹을 짓을 하고 있는데도 욕 못하는 갑갑함이다. 갑갑함만이 아닌 큰 스트레스다. 누구 특정한 사람도 있지만 지금의 세태가 더 그렇다. 하고도 안했다 하고 당연히 사과할 것도 안하고 다른 괴변만 늘어놓는다.
 
오히려 더 큰소리고 뻔뻔하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바뀌고, 자식 잃은 사람에게 이념의 덧을 씌우고, 동족을 해친 친일보다 반공이 더 나은 일이라며 동상이 서고, '천황폐하'가 읊조려진다. 어디 이것뿐인가?
 
아이들 눈으로 봐도 바로 가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가고 있는데 아이들이 욕 좀 한다고 뭐라 할 체면이나 있을지.... 피할 수 없는 자괴감이 가득하다.
 
지금까지 합리와 객관의 두 눈 보기를 애써 왔고 그렇게 습관 들어간다 했는데 한순간에 합리가 아닌 일획의 집단으로, 객관이 아닌 외통으로 한순간에 외눈박이 세상에 빠진 듯하다.
 
이래서 욕이 나온다. 정말 하고 싶지 않은데 불쑥불쑥 치민다.
 
그렇다, 욕의 속성은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을 꼬집어 말하는 것, 즉 상대의 존엄을 비하하는 것과 보여서는 안 되는 것을 나타내어 조롱하는 것이다. 어느 문화권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팔뚝 욕을 하는 것이나 서양 사람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것이 그렇다. 서양에서 가장 큰 욕이라고 하는 무닝(Mooning)은 바지를 벗어 볼기를 드러내는 것인데 남에게 보여서는 안 될 것을 보인다는 의미다. 이러려면 본인의 수치와 부끄러움도 감내하고 해야 한다. 이것은 스스로의 부끄러움보다 상대의 멸시와 조롱이 더 크다고 인식하기에 가능하다. 말하자면 막가는 인생이라고 느끼기에,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할 수 있는 짓거리인 것이다.
 
누군들 처음부터 이러고 싶을까, 아니다. 참지 못해서, 참을 수 없어서 하게 된다. 욕의 카타르시스는 이렇게 해서 빠져들게 되고 나중엔 스스로도 수치와 부끄러움을 모른 채 욕하는 행위 자체로 희열을 가지게 된다. 이렇게 욕의 카타르시스는 정화가 아닌 오염의 도취인 것이다. 빨리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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