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배우면서 계획한다"라는 원칙으로 협력하고 동참하여 생태주거단지 조성

주택지에 자연을 불러들이고 녹지를 도입했다.
단지내 최소한의 차량유입만 허용하는 '교통을 고려한 도시개발' 실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친환경 저에너지 주택단지, 시민의 힘으로 조성

"소비를 줄이면 현재의 에너지생산시설로 사용량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에너지를 아껴 쓰는 것이다."
 
병참기지서 생태마을이 되기까지
프라이부르크시는 인구 21만 명이 조금 넘는 소도시이다. 차로 프랑스까지는 40분, 스위스까지는 50분이 걸리는 독일 남서부 제일 끝자락에 자리잡은 도시이다. 프라이부르크 도심에서 남동쪽으로 약3km 떨어진 숀베르크 언덕에 위치한 38ha 면적의 보방지구라 불리는 신흥주택지다.
 
1938년 이전만 해도 지금의 보방 주택지 일대는 목초지가 펼쳐진 녹지였으나 2차대전 중에는 독일 나치정권의 병영지로 이용됐다. 이후 1945년 독일의 패전과 함께 1992년 연합군이 철수하기 전까지는 프랑스군이 주둔하고 관리했다. 이에 나치스 독일인의 이름이었던 슐라게터라는 이름의 병영지에서 프랑스 축성기술자인 세바스티엥 르 프로스르트 보봉의 이름을 따서 '보봉'이라고 명명했다고 전해진다.
 
1968년에는 학생들에 의한 APO(비의회 반대파, 야당) 운동이 활발했다. 베트남 전쟁반대, 권위와의 싸움, 남녀의 동등한 권리와 성의 자유를 외쳤다. 1970년대에 들어서자 이 움직임은 일반적인 반전 반핵운동으로 전개되면서 핵(원자력)발전소에 대한 반대운동으로 전환됐다.
 
이렇게 싹튼 핵발전 반대운동은 각종 자연파괴 상황과 중첩되면서 환경보호 운동으로 발전했다. 1972년 보봉단지 시가지 중심부로 차량진입금지, 자전거 교통 및 노면천차의 확장이 도입된 것도 이러한 시대적 배병에 의한 것이었다.
 
보봉마을은 전제 153㎢ 중 자연경관구역(LSG)과 자연보호구역(NSG)의 비중이 50%를 넘는다. 이곳은 새로운 건축이 불가능하다. 인구는 늘어나는 데 보호구역이 많아서 개발을 더 이상 할 수 없다. 이곳 시민들은 더 이상의 개발을 반대한다. 집값도 계속 올라서 독일 내 부동산가격이 최고수준인 뮌헨만큼 비싸졌다.
보봉마을 광장(좌)과 어린이를 위한 도로 표지가 길바닥에 그려져 있다.
 
보봉마을이 형성 된 것은 90년대로, 학생과 젊은이들이 프라이부르크에 살고 싶어 했는데, 집값이 너무 비싸 외곽에 거주하기 시작했다. 출퇴근 거리가 30~40km에 달하는 사람도 있었다. 당시 제2당이었던 녹색당이 이 지역 보호구역 중 320ha중 70ha를 개발해 주택을 짓고, 대신 나머지 보호구역은 지금보다 더 엄격히 관리하겠다는 내용의 협상에 성공했다. 그리고 리젤펠트(Riselfeld)라는 환경 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주거단지를 조성했다. 시민들은 리젤펠트 개발을 앞두고 도시개발자가 아닌 시민주도로 계획할 것을 요구했다. 시민이 도시의 컨셉을 제안하고 이를 경쟁공모를 통해 현실화했다.
 
에너지 효율을 고려해 개인주택 건축은 지양하고 6~8층 규모의 연립주택을 지었다.(에너지 효율 측면에서는 아파트가 우수한 건축 형태다) 리젤펠트 이후 보봉마을 조성이 시작됐다. 독일 통일로 철군한 뒤 버려진 땅을 주거지로 바꾸었다. 현재 5천500명이 거주하는 최고수준의 환경주택단지다.
 
현재 태양열 태양광 에너지. 대중교통 및 자전거교통정책, 도시계획, 녹지보호 조례 등을 키워드로 삼아 환경보호를 이끌어가는 도시로 전세계에 널리 알려지고 있다.
 
아픈 기억을 딛고 재탄생한 보봉 생태마을은 병참시설을 생태주거단지로 개조한 마을이다. 오늘날 보봉에는 하루 평균 6,000명이 찾아오는데 각지에서 모여든 방문객들은 생태적으로 건강한 저탄소 도시로서 매력과 사회성이 강조된 공동체적 관계망이 서로 조화롭게 결합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친환경 저에너지 주택단지를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 냈다는 이유만으로도 깊은 인상을 받는다.
 
 
최소한의 차량유입만 허용하는 교통운영
92년 프랑스군이 철수하고 남은 막사를 대학생들이 무단점거하고 시의회를 설득했다. 시민이 이 지역 부지를 확보하게 됐고, 오랜 토론을 거쳐 '교통을 고려한 도시개발' 컨셉으로 보봉 개발을 시작, 1998년 입주를 시작했다.
 
당시 독일에 없던 파격적인 건축 방식을 도입했는데, 그 중 하나가 공동주차장이다. 당시 법적으로 신축건물에는 반드시 가구수와 동일한 주차공간을 마련해야 했다. 이를 따르지 않고 공동주차장 시스템을 만들려면 연방정부와 싸워야 했다. 자동차의 나라라 불리는 독일의 인구 100명당 자동차 보유수는 66대다. 프라이부르크는 33.7대이고, 보봉마을은 17.4대다. 운행 자동차 수가 적으니 아이들은 아무데서나 놀 수 있게 됐다. 대중교통 시스템 덕분에 차 없이도 살기 편하다. 노면전차가 7분에 1대씩 운행된다. 또한 트램 정류장 주변으로 상점이 들어서 있다.
 
보봉은 단지 내로 최소한의 차량만을 유입시키기 위한 정책들을 개발하고 이를 실천했다. 이러한 정책 중 승용차 보유와 주거비용을 연계하는 규약은 특별하다. 즉 차량과 관련된 보봉의 규약은 주택단지 내 차량보유자가 보유하지 않는 주민의 몫을 지급해야한다는 반대급부를 전제하고 있다. 차량을 보유하지 않는 주민은 주택구매나 임대비용에서 주차장 관련 비용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 주민단체인 '차량없는 삶을 위한 주민모임(Association for Car-Free Living)'과의 최초 협약 후 매년 차량이 없다는 것을 확약해 나가야 한다. 반면 차량 보유자는 단체의 승인과 함께 약 3,700유로 이상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보봉에서 차량없이 거주하는 주민에게는 1년간 프라이부르크 시의 대중교통 무료이용과 기차표 50%의
 
할인혜택을 주며, 35대 이상의 자동차 나눠타기 차량이 상시 대기하여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교통운영방식이 저탄소 단지환경을 가능케 하는 밑거름이다.
 
마을 도로 곳곳에 어린이놀이터 표지판이 있다. 이곳에서는 자동차 운행속도를 5~10km로 낮춰야 한다. 정차만 허용되는 도로도 있다. 단지 내 도로 곳곳이 어린이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 주택지에는 용건이 있는 사람만 들어오고 놀이도로를 지정하여 차는 보속으로 속도가 제한되고 도로에서 노는 아이들이나 자전거, 도보통행이 각각 동등한 권리를 갖게 했다.
 
강한 녹지와 빗물 활용, 생태계 다양성 추구
보봉 생태 주택단지의 개발계획은 6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노목을 보존 발전시킨 것이다.
 
여기에 보봉에서는 빗물을 활용한다. 보봉에 내리는 모든 빗물을 도시에 저장한다는 컨셉이다. 이를 위해 옥상을 녹화하고 캐널을 조성했다. 캐널 바닥에는 플라스틱 용기를 태워 빗물이 스며드는 속도를 높였다. 운하를 통해 빗물을 마을 밖으로 내보내면 보봉의 지하수 수위가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빗물을 모아 지하로 쉽게 스며들게 하는 간선과 지선의 배수체계, 빗물을 효율적으로 모아 다시 사용 할 수 있도록 하는 저수탱크, 단지 내 하천 및 습지의 비오톱 환경 역시 저탄소형 녹지환경의 기반을 형성한다.
 
주택지에 자연을 불러들이고 녹지를 도입하여 비오톱 지역의 자연환경에 맞는 동식물이 특정 생태계로 유지되도록 공간을 만들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녹지띠를 만들어 생태계의 다양성을 받아들였다.
 
대형마트는 마을 끝에 2개가 있다. 마을 안에 상업지구도 들어서 있어서 마을에서 일하고 생활하는 것이 가능하다. 5천500명이 거주하는 마을에 상인, 교사, 에너지 관련 기업의 고용인 등 500개의 일자리가 있다.
 
에너지 절약을 실현하는 건축 환경
보봉에서 군대가 철수 한 뒤 90년대 중반부터 개발이 시작됐는데, 당시에는 패시브하우스라는 게 없었다. 다름슈타트의 기준이 있었는데, 이게 매우 합당해서 확대된 것이다. 당시 보봉시민들은 '저에너지건물'이라는 개념으로 연간 사용 에너지가 65kwh가 되도록 건물을 지었다. 건물 중 일부는 현재의 패시브 하우스기분에 도달하도록 만들어졌다.
 
보봉주택지의 건물은 에너지절약, 에너지 고효율화로 일반 주택과 비교하면 에너지 투입량을 60%정도 감소시킨다. 나머지는 테양열, 태양광으로 40% 보충해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충당한다.

단지의 환경이 건설되기 시작한 1997년 보봉은 당시 독일 일반가정 소비전력기준치에 1.3에도 미치지 않는 65kWh/㎡이하의 기준치를 설정했다. 학교와 유치원 등에도 예외없이 적용된 이 에너지 기준으로 인해 오늘날 이곳 건물의 에너지 비용은 일반주택의 15%선에 머물고 있다.

보봉에는 이러한 에너지 절감기준을 상회하는 환경도 조성되어 있다. 즉 에너지 소비기준이 15kWh 이하로 수동(Passive)'의 상태를 의미하는 패시브하우스(Passivhaus)와 한발 더 나아가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전력을 제외한 잉여전력을 전기회사에 다시 판매하는 '플러스(Plus) 에너지하우스'가 총 220채가 있다.

이들 건축 환경의 초기비용은 다소 비싸지만 몇 년이 지나면 시설비를 만회하고 오히려 이득을 가져다 주기 때문에 경제적이다.
 
에너지자립건물 2동을 세우기 위해 시민들은 건축공동체를 형성해 거주민들이 공동으로 토지를 매입하고 건축 컨셉을 설정했다. 프라이부르크는 1㎡당 땅값이 450~500유로로 매우 비싸다. 때문에 면적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컨셉이 만들어졌고, 이와 더불어 사회적 컨셉도 고려됐다.

이에 따라 건물 2동 25가구 중 1채는 휴가용 팬션으로, 10채는 임대용, 14채는 자가 거주용으로 지었다.(주택을 구입하지 못하는 사람도 임대해서 살 수 있도록) 이 건물들은 건축 당시 패시브 하우스 기준을 충족했다. 천연가스 이용하는 열병합 발전기가 설치돼 있다.
 
슈반더의 연구소가독일 전체와 본 건물의 데이터를 비교해보니 1㎡당 난방비가 독일은 85유로, 보봉은 0.13유로, 온수비는 독일 0.22유로, 보봉0.09유로, 전기비는 독일 0.04 유로, 보봉 0.12유로(공조 시스템을 가동해야 해서 전기비용은 보봉이 더 많이 든다), 하수비가 독일이 0.39유로, 보봉이 0.25유로로 조사됐다. 종합적으로는 독일이 1.5유로를 사용할 때, 보봉은 3분의1수준인 0.59유로의 비용이 드는 셈이다.
 
다양한 채널의 주민참여 사례로
보봉 생태주거단지의 실질적인 형성 주체는 지자체나 기업이 아니라 주민참여모임과 시민이었다. 주민참여모임과 주민은 서로 "배우면서 계획한다"라는 원칙으로 서로 협력하고 동참하여 오늘날 보봉 생태주거단지를 탄생시겼다.
 
태양열을 주 에너지원으로 채택하고,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체계를 구축하며, 이곳에 있던 오래된 나무들은 가급적 손대지 않고 개발하며, 쓰레기 발생량과 물 소비량을 줄이고, 생태순환을 위해 콘크리트를 활용하지 않는다는 규약이 있다. 이것들은 정부가 강요한 기준이 아니라 시민의 자발적인 논의와 의견의 수렴을 통해 모든 개발과정에서 일관되게 지켜온 기준이자 원칙들이다. 지방정부는 건강하고 자발적인 시민대중의 기획을 뒷받침하기 위해 도심연장 트램선을 조기에 개통시켜 주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주민들의 모임과 시청과 시의회의 협업체로 계획하고 실행한다. 주민모임의 자체교육, 주민들의 요구사항 관철을 위한 시위, 시장초청 토론회 등 주민회의를 가주 개최해 확대형 주민참여 방식을 채택했다. 주민참여 로드맵을 짜서 소수의 의견도 받아들여지도록 이해당사자들과 원탁회의를 열었다. 개발계획에 대한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충분히 협의하고 주민, 시, 개발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계획을 확정지었다. 설명회나 토론회가 열리면 코디네이터가 초빙되어 논의가 좌우로 치우칠 우려를 막았다. 처음부터 주민들이 참여하여 건물을 짓고 마을을 만들었기에 보봉의 삶은 특별했다.
 
보봉 주택지가 UN의 표창을 받고 세계 여러 나라로부터 시찰자들이 모여드는 것은 프라이부르크 시 도시계획국이나 설계공모전의 우수함이 인정받았기 때문이 아니라 "확대형 주민참여에 의한 도시만들기"라는 특성 때문이다. 인간과 자연의 공생이라는 가치를 기반으로 생태와 사회, 문화적 측면을 통합하면서 주민의 능동적인 참여와 권한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자발적인 시민대중의 기획을 뒷받침하는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적 거버넌스를 이룩한 민관 협력, 협업의 모델이 제시됐다.
 
민간 에너지 연구 이노베이션아카데미 한스 슈반더(Hans Schwander) 대표는 태양광 등 에너지 시설 유지관리를 걱정하는 취재진에게 "태양광은 한 번 설치하면 별도의 관리 필요 없다. 또한 고장 나면 자동적으로 전기회사의 전기가 들어온다.

중국 때문에 태양전지등 제품 생산직 노동자 수는 줄었지만 설치 등에 필요한 인력이 늘고 있어 전체적으로 일자리 감소의 충격이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프라이부르크는 2050년까지 에너지소비를 현재의 3분의 1수준까지 줄일 수 있다. 소비를 줄이면 현재의 에너지생산시설로 사용량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에너지를 아껴 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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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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