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나무는 앵도(鶯桃)나무라고도 한다.

이 열매는 꾀꼬리가 먹으며 생김새가 복숭아와 비슷하기 때문에 앵도라고 한 것에서 유래 되었다는 말이 있다.

잘 익은 앵두의 빛깔은 붉음이 진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티 없이 맑고 깨끗하여 바로 속이 들여다보일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그래서 빨간 입술과 흰 이를 아름다움의 기준으로 삼았던 옛 사람들은 예쁜 여인의 입술을 앵두 같은 입술이라 하였다. 앵두의 표면은 자르르 윤기가 날 정도로 매끄럽다.

살짝 입술을 대 보고 싶고 자칫 깨물고 싶은 관능적인 매력을 풍기는 앵두로 인해 매력적인 여인의 관능미를 떠올렸으리라.

앵두나무는 수분이 많고 양지 바른 곳에 자라기를 좋아하므로 동네의 우물가에 흔히 심었다.

슈베르트의 가곡 ‘겨울 나그네’ 속의 성문 앞 우물곁에는 보리수나무가 있었다면 우리네 마을 어귀 공동 우물곁에는 앵두나무가 있었다.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 처녀 바람났네’ 로 시작되는 유행가 가사처럼 봄바람에 울렁이는 처녀 가슴에 물동이를 내려놓도록 부채질 하며, 특히나 공업화가 시작되던 그 시점에 시골 처녀들을 소문으로만 듣던 서울로 뺑소니 칠 용기를 내게 한 사랑방 구실을 한 곳도 바로 이 앵두나무 있는 우물가였다.

윤석중의 동요 ‘달맞이’에서는 “아가야 나오너라 달맞이 가자 / 앵두 따다 실에 꿰어 목에다 걸고 / 검둥개야 너도 가자 냇가로 가자.” 며 앵두의 탱글탱글하고 앙증스런 모습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옛날 고향집에서 자라던 앵두는 주인에게 행복과 평화를 주고, 길손들에겐 허기와 목을 축이는 재미를 선사해 주던 친근한 나무였으며 다른 과일이 나오기 전에 소박한 시골 풍경을 윤택하게 해주는 정취도 있었다.

효심이 지극했던 문종이 앵두를 좋아하는 그 아버지 세종을 위해 대궐 곳곳에 앵두나무를 심어 가꾸었고, 그 것을 맛 본 세종이 무척 행복해 했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열대지방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과일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오늘날의 시점에서 보면 그 시절 왕이라 해도 그 호사는 오늘날 서민만은 못했던 것 같다.

조선 성종 때 편찬된 동문선(東文選)에는 신라 때 최치원이 앵두를 보내준 임금에게 올리는 감사의 글 ‘사앵도장(謝櫻桃狀)’이라는 글이 실려 있다.

앵두는 이렇게 임금이 신하에게 선물하는 품격 높은 과일이기도 하였다. 또한 과일이 귀하던 시절이었기에 앵두는 고려 때부터 종묘의 제사상에도 먼저 올리는 과일이었다.

옛날에 효성 깊은 한 아들이 늙고 병든 어머니와 함께 살았는데 앵두를 좋아하시던 어머니가 병환에 누워 있으면서 앵두가 먹고 싶다고 호소하자 열매가 열리기엔 너무 추운 계절이었지만 어머니를 위한 아들의 간절한 기도와 눈물 끝에 마침내 가지에 앵두가 열렸고 그 맛을 본 어머니는 건강을 되찾았다는 효성어린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이쯤해서 필자의 졸시 ‘앵두’를 읊조려 본다. “손대면 금방이라도 / 앵앵 소리가 날 것 같은 / 붉은 구슬 / 다람다람 열리면 / 동네 우물가에 빨래하던 / 누이들이 소곤거리는 목소리가 / 들릴 듯 말 듯 하고 / 오늘 내일 하며 / 병상에 누워 계시던 / 나의 어머니께 / 마지막으로 따다 드렸던 열매 / 아, 곱구나 한마디 / 한 알 입에 넣었다 곧 뱉고 마시던 / 그 앵두가 익어가는 계절 / 어머니! / 신음처럼 튀어 나오는 / 간절한 그리움 / 되돌아 갈 수 없는 그 시절 / 사랑의 기억 속으로 / 앵두는 익어 가고 있다”.

앵두는 약재로도 썼는데 혈액 순환을 촉진하고, 수분대사를 활발하게 하는 성분이 들어 있어 부종을 치료하는 데 좋다.

폐기능을 촉진하고 소화기능을 튼튼하게 해준다. 날로 먹거나 젤리, 잼, 정과, 앵두편, 화채 주스 등을 만들어 먹는다.

소주와 설탕을 넣어 만든 앵두 술은 피로 회복과 식욕을 돋우며 여성 피부 미용에 좋다고 전해진다. 요즘처럼 자외선 지수가 높은 때에 가장 적절한 피부보호제라고도 하니 한번 쯤 먹어보고 실험해 볼 일이다.

좋은 것도 가장 좋은 때보다 앞으로 더 좋아질 것 같을 때가 정말 좋을 때이고, 나쁜 것이 있다면 이제 올라갈 좋은 일만 남았을 뿐이다.

앵두가 익어가는 시절, 앵두알 같은 영롱한 희망을 잉태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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