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목과 소목, 선목 솜씨의 집합체…기둥마다 황금비율, 1000년을 숨 쉴 수 있는 문화재

조전환 대목장 추용호 공방 진단, 문화재청 의견서 제출
건축, 미학, 문화가치 모두 탁월, 통제영 건축문화 표상


"추용호 장인의 집은 조선후기 경상전라충청 3남 지역의 민가양식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며, 가옥과 공방 겸 점방이라는 특이한 구조로 통제영 저잣거리 공방의 전형이다. 현존 최고(最古)라 판단한다. 불만 때도 200년, 시멘트를 제거하고 바람길만 조금 열어주면 1000년을 숨 쉴 수 있는 문화재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조전환 대목장이 지난 11일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99호 추용호 소반장의 집과 공방을 진단, "무형문화재의 소산일 뿐 아니라 가옥 자체로도 문화재적 가치가 충분하다"는 의견서를 문화재청에 제출했다.

조전환 대목장은 경복궁 흥례문 중건공사를 비롯 보물 제583호 전주객사 해체보수 공사 목공사, 여주 교수댁 학사(學舍) 보수 및 신축, 천안 한옥교회(단비교회) 자문 및 시공, 경주호텔 '라궁' 기획과 한옥공사를 한 대한민국 대표 대목장이다.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 강진 전시회 설치 감독, 문화관광부 한스타일 박람회 한옥테마관 기획 전시, 백남준아트센터 개관전시 공간 기획 설치 감독, 문화체육관광부 한스타일 박람회 한옥테마관 기획 설치 및 자문위원, 중국 흑룡강성 닝안시 명성촌 한옥도시와 요녕성 신빈현 한옥정원 기획 설계 등을 거쳐 현재 아시아문화전당 기획운영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 대목장은 "첫 인상은 뒤에 신축하는 절집과 150년 된 과거의 공방, 조선시대 서민문화가 고스란히 드러난 이 집이 현대에 공존하는 것은 현재의 문화 위치를 보여주는 산물이다. 이 집은 사개맞춤으로 정확히 지어진 집이다. 초가에서 기와로 증축했고, 조선후기 사대부의 집의 양식이 서민층으로 내려온 그 역사성과 시대성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집과 부엌의 기둥은 사개맞춤을 이어놓은 방식으로 모두가 정확한 황금비율이다. 이 집 비례는 전문가가 아니면 이렇게 맞을 수가 없다. 소목장의 솜씨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여기에는 대목의 기법과 소목, 배를 만드는 선목의 기법이 총체적으로 반영된 아주 특이한 구조"라고 평가했다.

또 "이 집의 황금비율은 추용호 장인의 소반에도 고스란히 이어졌고, 윤이상의 음악과도 연결돼 있다는 느낌이다. 단순 조그마한 옛날집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집이다. 특히 사랑채는 공방과 점방(매장)을 겸한 오픈형 공간으로 통제영 12공방 저잣거리의 건축적 특성과 그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어 그 당시 사람들과 소통, 경제활동 등의 중심공간으로 통영 지역만의 특징적 측면이라 연구할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집의 수명에 관한 질문에는 "해안가 습도를 견디는 삼나무 기둥들이 이 집의 무게 중심을 잡고 있다. 소목장 집이다 보니 전문가인 소목장이 습도와 모든 것을 계산하고 지은 집일 것이다. 또 나무 부산물로 아궁이에 불을 계속 땐 것이 이 집의 수명을 더 늘린 것이다. 삼나무 기둥과 그을음이 탄소피막을 형성, 벌레는 물론 항균 방습 효과를 톡톡히 했다. 아무것도 안하고 지금처럼 불만 때준다면 200년은 거든히 견딜 것이고, 이 집을 둘러싸고 있는 시멘트만 약간 제거해서 바람길만 열어줘도 1000년을 견딜 수 있는 통영만의 귀한 건축문화의 표상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한옥을 연구하고 건축하는 전문가로서 이 가옥은 무형문화재의 소산일 뿐 아니라 가옥자체로서도 문화재적 가치가 충분하기에 소중하게 지키고 연구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다. 유무형의 개별적인 자원과 원형들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형성된 소산이 문화이다. 무형의 문화와 유형의 건축이 결코 분리될 수는 없다. 소반장에게 공방은 절대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통합된 문화원형이고 그에 대한 가치인정과 관리도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심사에도 점적인 요소의 우월성을 뛰어넘는 포괄적인 문화환경과 인식을 중요한 기준으로 다루고 있다. 그동안 한국의 문화는 우리 스스로의 연구와 해석에 소홀했다. 추용호 가옥을 통해서 우리 문화인식과 정책적 한계를 극복하고 유기적이고 통합적인 사고와 연구기반으로 문화재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을 도모하는 계기로 삼자. 반드시 보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 대목장은 "그래도 통영이 부럽다. 이런 문제로 다들 모이고, 국회의원을 비롯 지역주민들과 사회단체들이 장인과 공방 살리기에 나서는 모습은 통영문화의 저력이다. 문화정책 역시 아름답게 보존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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