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선화 문화재청장과 김동진 시장, 문화재적 가치 인정
문화재청 '공방 원형보존', 통영시 '이전보존' 입장차

통영소반장 추용호 공방을 둘러싸고 문화재청과 통영시가 문화재적 가치 인정 및 보존의 책임감은 일단 공감했으나 보존 방법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일 나선화 문화재청장과 김동진 통영시장은 문화재청에서의 만남을 통해 1시간 가량 이 문제에 대해 논의, 서로의 입장과 다양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과 통영시에 따르면 "지역 소도로 개설로 철거 위기에 처한 추용호 공방의 문화재적 가치를 살펴 본 결과, 문화재적 가치는 충분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하고 보존을 위한 대책 마련에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보존 방법에 대해서는 문화재청은 그 자리 '원형보존'을 주장하고, 통영시는 '이전보존'을 주장, 명확한 결론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재청은 "국가무형문화재 99호 소반장 추용호 선생은 물론 장인의 공방이 문화재적 가치가 충분히 있는 것만큼 장소성과 역사성 모든 면에서 그 자리 그대로 원형을 보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만남에 앞서 지난달 30일 문화재청은 윤인석 문화재 위원을 필두로 신안준·김기주 문화재 전문 위원을 조사단으로 파견, 공방의 문화재적 가치 척도를 알아보고, 그 보고서를 토대로 이 같은 주장을 펼친 것이다.

문화재청 관계자와 국회 문광위 의원 등은 이미 국가무형문화재 99호 소반장 추용호 장인의 공방 보존은 물론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해 추용호-윤이상-허승완·허장완까지 범위를 넓힌 통영근대문화·역사거리 지정을 주장했다.

통영지역사회 역시 현재 윤이상 생가터와 추용호 장인 공방 등 지역문화를 함께 보존할 수 있는 해결 방안 강구 목소리가 높고, 지난달 윤이상평화재단, 인간문화재 소속 통영시무형문화재보존협회·통영문화원·통영예총 등 지역문화예술단체 연합 역시 이를 요구하는 성명을 연이어 발표했다.

이에 문화재청은 통영시에 추용호 공방 강제 철거 보류 요청과 함께 문화재 기록화 사업 관리 및 활용에 관한 규정에 따라 공방의 근대문화유산 지정이나 등록문화재, 민속자료 지정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한 결과, 근대문화·역사거리 지정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의위원회를 개최, 통제영 12공방의 마지막 산물인 추용호 소반장 공방을 중심으로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의 생가와 기념관, 그리고 연대를 더 올려 독립운동가 허승완과 허장완 형제 열사의 유흔까지 근대문화라는 테마로 엮는다는 계획이다.

반면, 통영시의 입장은 도로문제와 공방의 문화재적 가치문제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시는 기존 "추용호 장인이 문화재이지, 집(공방)은 문화재가 아니다"는 강경 입장에서, 전국적인 공방 살리기 운동이 거세지자 "문화재적 가치 평가를 받아보고 판단하겠다"고 일단 철거를 보류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청장과의 만남에서 김 시장은 "집의 문화재적 가치가 인정된다면 서로 보존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에는 합의한다. 다만, 집과 도로 문제는 별개로 봐야 한다. 공방을 그 자리에서 원형을 그대로 살리면 좋겠지만 지역민을 위한 도로 개설은 부정할 수 없다. 꼭 필요한 도로다. 장인의 공방을 원형 그대로 옮기는 방향을 검토하는 것이 타당하다. 문화재청이 예산을 마련, 대책을 세운다면 공감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큰 틀에서 건물을 보존하면서 통영공예인을 위한 신설되는 전수교육관 일부의 설계를 변경, 그 속에서 추용호 장인이 기거할 수 있는 방법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노력을 문화재청과 의논해서 하겠다. 어려운 예산 문제가 수반된다. 문화재청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해 당사자인 추용호 장인을 만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통영시의 입장을 추용호 장인에게 전달하고, 실무자와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주장, 공방 이전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들과 문화계는 "통영시장은 권모술수로 문화재인 장인의 공방과 윤이상 생가터를 훼손시키려는 시도를 당장 중단하고 우회도로 건설을 천명해야 한다. 추용호 공방은 현 위치에서 원형대로 보존되는 것이 마땅하다. 국보인 숭례문이 부산으로 이전한다면 역사성과 장소성에서 이미 숭례문이 아니다. 통제영의 핵심 세병관을 남망산으로 옮기고 그냥 통제영이라 부르면 그것이 진정, 통제영이 되는가"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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