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두리양식 어업인 선창보씨 "폐사에 콜레라까지, 엎친데 덮친 충격"

"여름철 고수온이 이렇게 큰 피해를 낼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인데, 과연 올해만 이러고 말 것인지 맘 놓아서 될 일일까 싶다"

양식어업인 선창보(43)씨는 올해 고수온 폐사가 지난 2013년 적조대란에 버금가는 충격이었다고 말한다.

6일까지 경남도내 양식어장 피해 675만미 폐사 80억, 통영 관내 피해 587만미 폐사 약 58억. 지난해 대비 무려 섭씨 5도 가까이 높은 고수온 지속으로 양식장 물고기가 폐사한 규모는 적조피해의 평년 수준을 뛰어넘었다.

고수온으로 인한 수산업 피해는 가두리양식 뿐 아니다. 양식멍게 폐사, 어군 실종에 가까운 멸치 어획 감소, 어선어업과 채취어업 전반의 어획 부진 등 고수온 지속으로 인한 피해는 수산업 전반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선창보씨는 "지난번 한산신문 기사(8월27일자 1265호 1면, '펄펄끓는 바다, 어선 출어 경비도 못 건진다') 덕분에 고수온 피해에 대해 시각을 좀 더 넓게 볼 수 있었다. 가두리양식 이외에도 그렇게 힘들구나 하는 것을 새삼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이 일이 있고서야 통영에 입식량이 이렇게 많고 연안 바다가 양식어장으로 포화상태라는 것도 실감하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고수온으로 통영 피해규모가 경남도 전체의 약 70%인 것은, 그만큼 통영에 가두리양식 어장이 많다는 이야기다.

현재 통영에 등록된 가두리어장은 총 86건(어업인 500명) 222ha로 경남도내 어장 면적의 무려 63%에 달한다. 양식어류는 총 1억3천2백만마리다.

그런데 이번 고수온사태로 통영 관내 피해는 440만마리이나, 총 입식량의 3.32%에 불과하다는 데서 놀라움을 준다.

이에 대해 어민들은 단순히 숫자로만 봐서는 '통계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선창보씨는 "총 입식량 대비 폐사량은 낮은 비율로 나온다지만, 총 입식량에는 갓 입식한 치어부터 출하를 앞둔 성어까지 모든 단계의 물고기들이 뭉뚱그려져 있다"며 "투입된 사료와 노동력을 감안하면 치어와 성어의 가치는 천지차이다. 그런데 이번 고수온 피해에는 출하를 앞둔 우럭과 볼락 성어들 위주로 떼죽음해 어민들이 느끼는 피해수준은 훨씬 심각하다"라고 설명했다.

올 여름 가두리 양식어업인들의 고충은 고수온 피해에 콜레라 여파까지 겹쳐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선창보씨는 "지금 양식어업인들 대부분은 2중, 3중고를 겪고 있다"며 "직접 폐사가 1차 피해, 가두리에 폐사한 물고기가 남아 2차 폐사로 이어졌고, 여기에 콜레라로 인해 판매부진이 이어지면서 3차 피해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뜩이나 국민들의 생선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 참에, 콜레라 사태는 치명적인 충격을 더했다. 통영시내에 놀고 있는 '물차'가 수두룩하고, 수족관은 비어 있다. 활어 물동량도 평소의 1/5~1/10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말했다.

선창보씨는 올해 고수온 피해 계기로 남해안 수산양식산업의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해보자고 제시했다.

선씨는 "이제 10년 20년 뒤 양식산업을 고민해봐야 한다. 어장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것을 이번 일로 더욱 실감했다"며 "국민 식생활 패턴 변화로 어류 소비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그런데 어장도 물고기 입식량도 줄어들지 않고 있으니 과포화 상태가 될 수 밖에 없다. 정부에서도 말로만 어장구조조정 운운할 게 아니라 강력하게 중심을 잡고 추진해야 한다"고 짚었다.
아울러 "어민, 정부, 연구기관, 수협 등 다양한 주체가 머리를 맞대도록 한산신문 주관으로 남해안 수산양식 지속가능성을 위한 포럼, 세미나 같은 행사를 개최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는 제안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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