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연주하는 커피니스트 하윤형 씨를 만나다

“호기심으로 시작한 커피공부가 이제는 제 삶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됐어요. 나라별로 맛이 제각각 다른 커피를 접하고, 맛보며 알아가는 재미가 굉장해요. 무엇보다 커피를 마시면 제 자신이 먼저 행복해지는 것이 커피공부의 시작이었죠.”

초등학생 때부터 피아노 외길만 걸어온 피아니스트 하윤형 씨가 돌연 피아노가 아닌 커피를 연주하는 커피니스트로 변신했다.

통영에서 나고 자라 대학원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그녀는 5년 전 거제에서 바리스타 공부를 시작, 뛰어난 실력에 학원에서 강사로 스카웃 돼 바리스타 양성에도 일조했다.

이후 커피공부에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그녀는 생업을 뒤로 한 채 서울을 향했고 ‘큐그레이더(커피감별사)’와 유럽바리스타 자격증인 ‘SCAE’ 프로페셔널 과정을 이수,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갔다.

윤형 씨는 “서울에서 공부를 하다 보니 그간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커피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몸소 실감했고 무엇보다 커피 맛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재료로 재료가 커피의 맛을 결정 한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가 아닌 커피를 연주하는 커피니스트로 불리길 바란다는 그녀는 현재도 특색 있는 커피를 탄생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메뉴개발을 진행 중이다.

그간 40kg 상당의 원두를 볶고 또 버리기는 일쑤였고, 끊임없이 커피 맛을 보면서 구내염까지 걸리는 고생도 서슴치 않았다.

윤형 씨는 “사실 커피를 만드는데 있어 자격증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많이 느끼고 있다. 피아노를 다뤘던 지난 17년의 시간보다 커피를 다루고 있는 지금이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고 웃었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그녀는 약 5년이 지나서야 그녀만의 ‘시그니처 커피’를 완성했고, 자신 있게 커피를 내놓을 수 있게 됐다.

커피공부 시작에 앞서 인생에 전부라 생각했던 피아노를 뒤로 한 채 커피니스트로 변신을 꾀해야 했던 그녀에게 가장 도움을 줬던 분이 부모님이라 말한다.

당시 여러 사정으로 피아노를 그만두게 된 윤형 씨의 의견을 부모님은 존중했고, “피아노도 기술이고, 커피도 기술이다. 너는 두 가지의 기술을 가지게 됐으니 시간이 흐르고 너의 재능을 많은 이들에게 나누는 일을 꼭 하라”며 격려했다고 한다.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많은 이들을 위해 봉사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 밝힌 그녀는 “서울에서 커피공부를 하면서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여러 번 받았다. 하지만 세계 그 어디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아름다운 내 고향 통영에서 커피로 행복을 나누는 일을 하고 싶었다. 이제 피아노가 아닌 커피를 연주하는 한 사람으로서 음악이 아닌, 아름답고 다양한 커피 향을 나누도록 하겠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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