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시, 재해위험지구정비사업 잉여예산으로 남망산 뒷편 급경사 계단 조성

 
 

올 여름 남망산공원 뒤편에 조성된 목재데크 계단, 경사 30~35도의 그야말로 '까꼬막'이다.

건강한 성인 남성도 걸어올라가다 다리가 후들거려 숨을 멈추는 급경사 계단이 남망산 위 산책길과 동호동 수협 방면 도로를 연결하며 들어섰다.

인근 주민들은 "까마득하게 올라가는 급경사 탓에 어르신네들은 물론 젊은 사람들도 오르기가 어렵다. 좀 오르다 보면 무서워서 다리가 떨린다"며 "시 예산을 들여 굳이 이런 계단을 만든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는 지적이다.

주민들은 "아차 하면 크게 다칠 위험이 있는 급경사 계단은 오히려 안전과는 거리가 멀다. 오르기 어렵고 위험하다 보니 이용하는 사람도 적다. 원활한 이용과 안전을 위해서는 예산이 더 들더라도 지그재그 갈짓자형태로 만들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기자가 주말인 지난 1일 오후 계단을 올랐을 때에도 힘에 부쳐 중간 데크에서 쉬어야만 했으며, 남망산공원으로 올라 주변을 살피는 약 1시간 동안에도 계단을 이용하는 사람을 접할 수 없었다.

통영시에 따르면 동호동 통영수협 및 구 굴수협 방면에서 남망산으로 바로 올라갈 수 있는 이 급경사 계단은 공원조성 및 관리가 아닌 '재해위험지구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2억원을 들여 조성됐다.

통영시 안전총괄과 재해시설담당은 "남망산 올라가는 동선 문제로 계단을 설치해 달라는 주민들과 지역구 시의원들의 건의가 몇 년 전부터 있었다"며 "그러던 차에 최근 진행 중인 동호동재해위험지구 정비사업 예산 잉여분 5억2천1백만원이 발생해, 해당 사업 범위 내에서 2억원을 투입해 계단을 설치하게 됐다"고 말했다.

재해위험지구 정비사업은 국비 50%, 도비 15%, 시비 35%의 비중으로 편성되므로 전액 시비를 투입하여 조성한 계단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통영시 재해시설담당은 "남망산 경사면 재해위험지구 대상지 점검을 위한 '점검로'도 필요한 여건에서, 주민들의 오랜 민원을 반영해 남망산 진입 계단을 설치한 것이다"라며 "주민들께서는 가능한한 편안하게 올라가도록 설치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갈지자 형태로 개설은 재해위험지 정비사업 당초 목적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불가한 형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민 요구에 100% 맞추기는 어려웠다. 남망산 경사면을 안정화해둔 상태에서 갈지자로 계단을 설치하는 것은 더 큰 위험요인이 될 뿐 아니라, 절감한 예산 범위를 초과한 사업비가 소요된다"며 "예상치않게 잉여예산이 발생했기 때문에 설치한 것인데, 만약 잉여예산이 아니었다면 설치하지 않았을 것이다. 절감한 예산 범위 내에서, 동호만재해위험지구 정비사업 대상지역 안에서만 계단 설치가 가능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남망산 공원을 이용하는 인근 주민들은 "민원을 수용해 진행하는 사업이라도 결과적으로 주민들에게 도움이 안 된다면 실적 보고용 사업에 그치거나 하지 않느니만 못한 일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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