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만원 폐지 줍는 김판돌 할아버지, 동티모르 선원 지갑 찾아줘
태풍 속 지역 주민 힘 합쳐 지갑주인 찾기 성공

 

태풍 '차바'가 통영을 강타한 지난 6일 한 폐지 할아버지가 길에서 주운 지갑 주인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 결과 결국 지갑 주인인 동티모르인에게 전달, 찐한 감동을 주고 있다.

미담의 주인공은 인평동에 거주하는 김판돌(68) 할아버지.

항남동 사람들에게는 1년 365일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아침 일찍 시내로 나와 해질녘까지 폐지를 줍는 부지런한 리어카 할아버지로 불린다.

할아버지의 하루 평균 수입은 폐지 200㎏ 하루 1만원 정도. 인평동에서 자전거를 타고 나와 전날 세워둔 서호동에서 손수레를 끌고 항남동 조흥저축은행에서부터 코스를 시작, 항남동 골목골목을 하루 2바퀴씩 돈다.

한 달 내내 꼬박 하루도 쉬지 않아야 겨우 30만원을 벌 정도지만 누구보다도 열심이다. 부지런함의 대명사인 할아버지의 몸무게는 45㎏. 매일 자신의 몸보다 5배 가까운 폐지를 모은다.

강풍과 폭우가 쏟아지는 이날도 김 할아버지는 서호동에 세워둔 손수레 걱정에 발을 동동 구르다가 오전 8시가 넘어 집을 출발, 인평동 해양과학대 건널목을 건넜다.

차바가 통영에 상륙한 시간이라 가로수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지만 소중한 손수레를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종종 걸음으로 치는 순간, 갈색 지갑이 접혀져 누워 있는 것을 발견했다. 비바람에 지갑은 흠뻑 젖어 있었고, 열어보니 외국인 명함판 사진 한 장과 외국달러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순간 할아버지는 "우짜것노 외국에서 돈 벌러 온 사람 것인가 보다. 얼매나 발을 동동 구르고 찾아 다니겠노. 빨리 주인을 찾아줘야겠다"고 판단, 시내로 발길을 돌렸다.

극심한 바람 탓에 평소 타고 나가던 자전거를 포기하고, 걸어서 시내 쪽을 향했다. 하지만 연약한 할아버지는 강풍에 두 번이나 엎어지고 나서야 버스를 만나 타고 나왔다.

일단 손수레의 안전을 살피고, 평소 친분이 있는 아름다운교회 박수용 목사와 코코 꽃 식물원 김순애 대표에게 지갑을 보였다.

이들은 "외국인 지갑 같은데, 돈이 가득 들어있다. 태풍 속 주인이 애타게 찾고 있을 텐데 경찰에 빨리 신고하도록 하자. 신분증은 없고 여기 동티모르 대사관 외교관 명함이 있으니 전화도 같이 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박수용 목사는 대사관에 전화하고, 박 목사의 딸인 박송이(하나은행 근무)씨가 112에 일단 신고 문의 후 중앙파출소로 지갑을 들고 찾아갔다. 동시 지갑 속 하나카드를 발견, 하나은행 협조를 구해 지갑 주인의 신상을 알아내 전화를 계속 걸었다.

김 할아버지는 집으로 돌아갔고, 지갑 주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지갑 주인은 G7(수산노동자) 비자로 통영 멸치수협 소속 동티모르 선원이었다.

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한 집안의 가장으로 지난 2개월간 받은 월급의 전부인 230만원 상당의 미화와 인도네시아 루피아, 그리고 유로들이 들어 있었다.

지갑 주인이 지갑을 주운 분을 꼭 만나고 싶다 해서 중앙파출소에서 두 사람이 상봉했다.

동티모르에 있는 가족들의 생활비는 물론 자신들의 집 짓는 비용이라고 했다. 지갑을 어디서 잃어버린 줄 몰라 낙심하고 식음을 전폐하고 울고 있던 중 전화연락을 받았다고 "고맙습니다"를 연신 외치고 눈물을 보였다.

김판돌 할아버지는 "나도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이다. 그래서 누구보다 돈의 소중함을 잘 안다. 외국 청년이 말도 잘 안 통하는 멸치배를 타고 피땀 흘려 번 돈인데 이렇게 찾게 돼 너무 기쁘다. 기분이 참 좋다"고 답했다.

태풍 속에서도 함께 협심해 지갑 주인을 찾은 박수용 목사와 딸 박송이씨, 그리고 매일 아침 자신의 가게 앞을 지나는 폐지 할아버지께 커피를 대접하는 김순애 대표 역시 "정말 잘된 일이다. 태풍 속 지갑 주인을 찾기 위해 백방의 노력을 한 김판돌 할아버지가 제일 대단하다"고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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