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총체적 부실, 김미옥 시의원 5분자유발언 “통합관리시스템 및 수장고 필요”

전시실에 부적합한 강렬한 조명 탓에 탈색된 청마 육필 원고, 삭아서 너덜거리는 명조팔사품, 여전히 ‘물먹는 하마’가 지키는 김춘수 유품.

삼도수군통제영 역사와 예향을 자랑하는 통영에서 유물유품 관리 시스템 부재로 소중한 진품들이 부지불식간에 훼손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지난 19일 열린 제175회 통영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김미옥 시의원이 5분자유발언을 통해 문제제기한 내용이다.

김미옥 의원은 “삼도수군통제영과 12공방에서 제작된 유물, 문화예술인들이 기증한 유품들이 전시실과 수장고의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제 가치를 빛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영시의 유물 관리부실 문제는 이미 지난 2014년 한산신문 보도(11월 22일자 1면 <국가 보물 ‘물먹는 하마’가 지켰다>)로 이슈가 되었으나, 이후 2년 동안에도 근본적인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유품유물의 전시 보관 상태부터 문제다. 2000년 2월 세워진 청마문학관은 유치환 선생의 육필원고와 편지, 시화 등이 강렬한 할로겐 조명으로 인해 변색, 탈색된 채 전시 중이며, 2010년 4월 문을 연 박경리기념관 전시 중인 원고와 책 역시 마찬가지다.

이에 김미옥 의원은 “할로겐 조명은 자외선과 적외선을 방출해 종이류의 탈ㆍ변색의 원인이 되므로 조도 역시 50룩스(lux) 이하로 유지돼야 한다”며 “현재 전시관 조명은 쇼윈도용이라 조도가 과도하고 작품 및 유품 전시에는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충렬사 ‘명조팔사품’ 중 남소령기는 삭아서 3분의 1 이상이 훼손되었다. 귀도는 용의 머리와 귀신의 머리 사이가 부러져 검은색 테이프를 붙여 보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관호 통제사가 그린 팔사품 병풍이나 삼도수군통제영의 해상 군사훈련 모습을 재현한 수조도는 그림이 찢어지고 떨어지는 등 파손이 심각하다. 김춘수유품전시관은 여전히 ‘물먹는하마’가 유품전시실 습도 관리를 맡고 있다.

김미옥 의원은 “잘못된 전시환경과 보관, 그리고 비전문가의 관리에 의한 훼손 사례다”며 “유물을 잘 보관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조도와 온도, 습도가 유지되는 시설이 필요하며 재질별로 각기 다른 환경에서 보관, 전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나전칠기나 장석으로 마감한 장롱 등 가구류는 나무와 금속, 패류, 아교 등이 종합적으로 사용된 복합 재질로 꼭 별도의 수장고에 보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라고 밝혔다.

유품 유물의 관리를 위한 데이터베이스 구축도 시급하다. 통영 관내 각종 전시관은 유물카드나 유물대장 형태로 각각 수기로 기록을 보관 관리하고 있다. 담당 공무원이 바뀌면 유품 내역과 보관 관리 상태 파악이 어렵다.

따라서, ‘박물관 소장품관리 규정’을 수립하고 ‘표준유물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해 소장품의 크기나 보관처, 보존상태 등을 디지털 데이터베이스화 하고 자료검색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여 보다 효율적인 소장품 관리가 되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통영시립박물관 수장고는 전체 면적 168㎡로 현재 이영준 관장이 기증한 2,000여점의 유물을 수장하고 이제는 남은 면적이 없는 포화상태다.

인근 국립김해박물관, 국립진주박물관, 군립 고성박물관은 금속, 토기, 직물, 목기류 등을 재질별로 별도의 수장고에 보관하거나 별도의 수장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고성군은 이미 2012년 고성박물관을 ‘국가귀속유물 보관관리 위임기관’으로 지정받았다. 이에 힘입어 재단법인 동서문물연구원 등에서 보관 중이던 가야시대 토기 등이 올해까지 1,000점 이상의 유물이 외지로 이관되지 않고 고성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반면, 통영시는 연대도와 욕지도, 노대도의 신석기 시대 유물이나 조선시대 삼도수군통제영에서 발굴된 유물 3,000점 이상이 통영을 떠나 지금도 국립박물관 등에서 보관 중이다.

김 의원은 “얼마나 더 통영의 귀중한 유물을 외지로 떠나보내야겠는가. 장인과 예술가들이 기증 의사를 밝히는 유물을 보관할 장소가 없어서 받지 못해서야 되겠는가”라며 “하루 속히 통영시 관련 유물들을 통합 관리할 시스템을 갖추고, 제대로 보관할 통합 수장고를 건립해야 한다. 지금도 늦었다”라고 개탄했다.

통영시 문화예술과는 유품관리 문제를 인정하면서 “수장고 필요성은 시 집행부에서도 인식하고 있다.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일이고 장소선정 등 단시간에 해결하기 어려우나 방안을 찾겠다”며 “유품유물 통합관리시스템은 국비지원 공모사업에 응모했으며, 내년도 예산안에도 반영했다. 내년 중 통합관리시스템 사업이 가시화되면 수장고 조성 논의도 긍정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 시의회와 잘 협의해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한 충렬사 명조팔사품 훼손된 부분은 지난 2014년 11월 한산신문 보도 이후 개선을 추진, 현재 전문가에 의뢰해 보존처리 용역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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