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책 읽는 통영 - 순천 책방<심다> 에듀케이터 김주은

독서의 계절, 가을이 왔다. 파랗고 높은 하늘, 마른 나뭇잎 소리와 건조하고 시원한 공기. 책방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가을의 목소리는 여름보다 청량하다. 가을이 온 것이 어디 자연뿐만 일까? 여름내 눅눅했던 책장의 책들도 한결 가볍고 고소한 향기가 난다. 아침마다 책방에 들어서면서 맡을 수 있는 책의 향기. 봄과 여름을 지나, 가을의 향기가 책방과 책 곳곳에 묻어있다.

아름다운 순천에서, 책방지기로 맞는 첫 번째 가을. 계절의 변화를 책방의 공기와 책의 감촉 그리고 책의 향기를 통해 느낀다. 그리고 책과 함께 온몸으로 가을을 맞이한 책방지기가 여러분께 ‘몸의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그림책 두 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1. 메네나 코틴 글 로사나 파리아 그림, <눈을 감고 느끼는 색깔여행>, 고래이야기

<눈을 감고 느끼는 색깔여행>은 색깔 없이 색깔을 말하는 책이다. 검은색 배경 위로 펼쳐진 부조 형태의 삽화와 함께 텍스트와 점자가 함께 어우러져 있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텍스트와 함께 삽화 위로 손가락을 움직이며 그림을 느낄 수 있다. 이 그림책의 독특한 지점이 바로 이것이다. 색을 보는 것이 아니라 느낀다는 것.

“파란색은 머리가 따끈따끈해질 만큼 햇볕이 쨍쨍한 날의 하늘 색깔이고 하얀색은 파란 하늘에 떠 있는 솜사탕 같은 구름 색깔인데 갑자기 먹구름이 우르르 몰려와 후드득 비를 뿌리면 하늘은 회색이 돼”

시각장애인들은 촉각과 후각, 미각, 청각 등 모든 감각을 통해 색깔을 느끼고 세상과 관계 맺는다고 한다. 우리가 단순히 겉으로 드러난 시각적인 것에 모든 판단을 맡기는 것과 달리 그들은 더 많은 감각을 활용하여 순간순간을 섬세하게 충분히 느낀다. 본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시각에 가려 무뎌진 우리의 감각을 깨우기 위해 어느 따뜻한 햇볕 드는 가을의 오후에 어른과 아이, 모두 함께 읽어보길 바란다.

2. 차재혁 글 최은영 그림, <MUTE>, atnoonbooks

일상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소리’와 그 ‘소리’를 청소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소리로 가득 찬 세상을 청소하는 ‘mute’씨의 하루가 담긴 그림책 <MUTE>를 펼치면 우리 앞에 떨어져 있는 많은 말의 모양을 만날 수 있다. 하루 동안 어떤 말들이 오갔는지, 그 수많은 말의 무게는 얼마나 되는지. 그림책을 넘기다 보면 그 말들의 ‘소리’가 보인다.

“대화라는 게 소리가 아니라 물리적으로 만져질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사람들이 소통하는 모습을 책으로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계속 쌓여 만 가는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도 궁금했고요” -차재혁 작가의 말-

뜨거운 더위와 소란스러움으로 가득했던 여름을 지나, 이 가을밤. ‘mute’씨와 함께 온전한 침묵과 휴식의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추천한 두 권의 그림책이 부디 당신의 감각을 일깨우고, 동시에 수많은 자극으로부터 지친 당신의 감각을 쉬게 했으면 한다. 글을 읽는다는 행위에서 잠시 벗어나, 손으로 그림을 만지고, 그림에서 소리를 느꼈으면 한다. 오늘은 “읽기의 즐거움”보다는 “느끼기의 즐거움”에 빠져 보길 바란다. 순천만의 가을향기를 이 글에 함께 담아 보낸다.

* 책방<심다>는 순천역 맞은편 역전시장 골목 입구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전남 순천시 역전장길32) 개성 넘치는 다양한 독립출판물들과 그림책, 사진책, 여행책 등 우리의 삶을 좀 더 아름답고 풍부하게 가꿀 수 있는 책들이 함께 있습니다. 독립출판사를 겸하고 있으며, 소규모 강좌와 어린이들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www.simda.co.kr)

** 책 읽는 도시 통영’ 캠페인의 필자로 참여해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의미로 남해의봄날에서 출간한 도서 중 원하시는 책 두 권을 선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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