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주민이 직접 준비하고 예산도 짠 제5회 동피랑 벽화축제

 

부탁의 말씀
"아름다운 마을 동피랑을 찾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벽화 관람시에 주민들의 생활에 방해가 가지 않도록 지붕에 올라가거나, 집안을 기웃거리는 일은 삼가 주세요. 특히 사진을 촬영하실 때에는 가급적 주민들의 양해를 구한 뒤 촬영해 주세요. 주민들의 소중한 삶터이오니 마땅히 존중해 주세요. 참 고맙습니다" <통영 동피랑 마을>

전국이 마을만들기로 열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마을만들기 10년을 정리한 컨퍼런스에서 새로운 주제가 제기돼 관심을 끌었다. "마을만들기, 뭣이 중헌디?" 마을만들기, 무엇이 성공이고 무엇이 실패인가. 빈점포가 많은 골목길을 살려놨더니 임대료가 올라가고 권리금이 생겼다. 쫓겨나는 계약자 대 지역의 건물주의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통영의 경우 강구안골목 살리기 프로젝트가 자리를 잡으면서 강구안 골목길에서 영업을 해오던 세입자들이 하나둘 지역을 떠났다. 이유는 건물주들이 집세를 올리기 때문이다.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상을 한다. 어떤 가게는 건물주의 아들이 돌아와 잘되는 가게를 권리금도 없이 쫓아낸 사례도 있다. 동피랑에는 외지자금이 들어와 이곳에 터를 박고 살던 이는 하나둘 밀려나고 있다. 새로 각광받고 있는 서피랑도 새로운 외부 자본이 이미 주요 거점지역을 점령해 버렸다.

서울의 경우 북촌을 지켜온 원조가게들이 높은 임대료에 밀려 잇따라 강제 철거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온다. 1~2년 간격으로 건물주가 바뀔 때마다 월세는 30~35% 인상됐다. 법적으로는 문제될 것이 없지만 마을(북촌)이 뜨니까 토박이 가게들이 떠나야하는 형태가 반복되고 있다.

낙후됐던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었던 벽화가 주민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곳도 생겼다. 경기도의 대표적인 문화명소인 수원 '벽화마을'이 지자체의 과한 규제로 무너지고 있다. 작품을 보존한다는 수원시의 문화마을 지정에 10년 넘게 마을 주민과 시민단체, 화가 등이 소통을 하며 조성한 벽화를 주민 스스로 훼손하는 역효과를 불렀다. 최근 들어 개발업자들이 벽화 건물을 매입해 건물 신축에 나서면서 벽화가 훼손되기 시작했다.

이 모두가 마을공동체가 훼손됐기 때문이라고 마을만들기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우리 사회에 마을이 파괴된 공동체가 파괴된 정도가 심각하기에 최근 '마을'과 '공동체'가 유행이 되고 있는 것이다. 마을과 공동체가 사회적으로 강조되는 이유는 단지 과거에 대한 향수만이 아니다. 마을과 공동체는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라는 공감대가 커지기 때문이다.

마을은 공간적 범주라기보다는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긴밀한 공동체적 관계망에 의해 일차적으로 규정된다. 마을은 일정한 공간에 거주하는 이웃들이 만들어 가는 공동체를 위미한다. 또 한편으로는 공동체는 단순히 그 구성원들의 폐쇄적 관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번 기획에서 이러한 마을 공동체의 건강함을 찾고 또한 갈등관계 속에서도 회복과 치유를 하려는 움직임을 발견하여 어떻게든 공동체 회복에 노력하는 모습을 담아내고자 한다.


제5회 동피랑 벽화축제 'GO! GO! 동피랑'
동피랑 관리주체가 푸른통영21에서 통영RCE로 넘어가면서 새로운 주민과의 대화가 필요했다.

2년마다 시행해 오던 벽화축제가 올해에는 총선으로 가을로 연기되면서 동피랑벽화축제 준비를 위해 새로운 조직이 꾸려졌다.

이 팀은 가장 먼저 동피랑 주민들의 욕구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게 급선무였다.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총 10회 이상 주민들과 대화에 나섰다. 과거 푸른통영21의 위원장을 비롯 동피랑협동조합 사무국장, 조합원, 동피랑에서 가게를 하는 주민 등을 대상으로 올해 동피랑 벽화축제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조언구하기에 나섰다.

이러한 사전조사를 바탕으로 지난 6월 10일 동피랑 벽화축제를 위한 마을주민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벽화축제 일정을 가을로 잡고 작업이 마치면 기념행사 및 마을잔치를 열기로 했다. 또한 6월 중순부터 벽화축제의 주제선정과 설문조사에 착수함과 동시에 벽화 선별조사를 통해 121개의 벽을 선별했다.

또한 벽화축제 진행을 위한 주민운영위원 8명을 선출하고 축제에 소요되는 예산을 바로알기 위해 주민참여 예산학교를 지난 7월 8일부터 29일까지 총 4강을 운영한 결과 총 120명이 참가해 주민스스로가 제5회 동피랑벽화 축제 예산안을 확정짓기도 했다. 주민참여 예산학교에서는 주민참여 예산제의 이론과 좋은 예산 나쁜 예산의 사례를 공부하기 위해 부산 닥밭골 벽화문화마을을 선진답사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직접 주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예산안을 짜고 벽 선별도 주민들이 선정토록 했다.

이러한 결과 주민들이 하나둘 변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관리 주체의 교체로 벽을 쌓아오면서 불신만 키워오던 주민과 통영RCE간의 벽이 하나둘 무너지기 시작하고 오히려 주민들의 제안이 늘어갔다.

축제개최에 따른 날짜와 예산, 벽배치 등이 확정되고 동피랑 벽화참가자를 모집, 70개팀을 대상으로 오리엔테이션을 지난 9월 24일 개최했다. 이날부터 본격적인 벽화 그리기가 시작됐다. 관광객과 시민 지역 내 유치원 초등생을 대상으로 시민공동 벽화그리기와 벽화 타일그리기, 연만들기 등 벽화축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오는 28일 벽화그리기를 마치고 그린 이들과 마을주민 행사를 준비한 이들이 함께 모여 마을축제를 연다. 마을주민과 함께 동피랑이라는 뮤직비디오도 만들었다. 마을주민들이 춤추고 게스트로 출연했다. 내용은 모두 동피랑 이야기다. 이날 마을주민 중 가장 연세가 많은 분이 나와 동피랑의 옛이야기를 들려준다. 올해는 주민이 주인공이다.

동피랑은 우리나라 벽화마을 중 민관협치의 표본이 되어 왔다. 많은 관광객들이 단순히 앞에는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지고 옹기종기 모인 옛집들과 담벼락에 다양한 그림들이 그려져 추억을 되새기기게 하고 찬란한 통영의 문화 예술을 만끽하는데 그치지 않고 동피랑에 사는 이들의 순수한 모습에 더욱 반하게 된다.

동피랑에는 오래전부터 터를 박고 살아온 사람들이 있고 그들의 이야기가 있으며, 여기에 아름다운 풍광이 있기에 동피랑은 통영의 새로운 보물이 되고 있다.



본 취재는 경상남도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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