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운영할 수 있는 공동체에 동력을 만드는게 급선무이다"

'예술 거리' 조성, 문학 동네로 변신
벽화마을로 유명한 경남 통영의 동피랑과 마주보고 있는 서피랑이 또 하나의 통영 관광명물이 되기 위해 다양한 변신을 시도 중에 있다.

동피랑과 함께 양대 달동네로 가장 낙후된 지역이었지만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면서 관광코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서피랑은 전국 사진작가가 선정한 사진찍기 명소인 서포루 등이 위치해 있지만 동피랑에 비해 덜 알려진 마을이다. 명정동은 캐릭터 개발을 계기로 과거 어두웠던 이미지를 털어내고 활기차게 변신 중인 서피랑을 본격 홍보해 나갈 계획이다.

서피랑은 동피랑과 함께 지역 내 대표적인 달동네로 해방 이후 집장촌이 형성되면서 지역민조차 찾기를 꺼리는 천덕꾸러기 동네로 전락했다. 2000년대 들어 집장촌은 자연스레 정비됐지만 마을은 이미 활력을 잃은 상태였다.

그러나 2013년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마을 중앙을 관통하는 200m 길을 '인사하는 거리'로 지정하면서 활력을 점차 찾기 시작했다. 거리 곳곳에 예술작품을 설치하는 일에 주민들이 직접 나섰다.

집장촌을 오르내리던 서피랑 99계단은 벽화와 조형물이 조성된 예술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주민들이 직접 제작한 크고 작은 예술품이 마을 곳곳에 내걸렸다.

역사 유적을 스토리텔링화한 마을만들기 사업도 병행했다. 서피랑 아랫마을은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의 출생지이자 장편소설 '김약국의 딸들'의 주배경지로 서문고개, 간창골, 명정샘 등이 등장하는 문학 동네인 것을 활용했다. '박경리 문학 동네(서피랑) 골목길 투어'를 수시로 개최, 전국 문학인들이 몰려들면서 서피랑 이미지 변신에도 성공했다.

행정자치부의 '2015 희망마을 만들기사업'에도 선정돼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 선생의 초등학교 등굣길을 활용한 '윤이상 학교 가는 길'과 서피랑 내 가장 가파른 서호벼락당에 피아노 계단도 조성 중이다.

피아노 계단은 기존 140개 계단을 활용해 '높은음자리표'를 형상화하고 이 중 24개 계단은 실제 연주할 수 있는 피아노 건반으로 만들어진다. 음악정원도 함께 조성 중이다.

서피랑 정상에 위치한 서포루에서는 통제영과 통영의 중심항인 강구안, 맞은편 동피랑 등이 한눈에 들어오는 비경을 자랑한다.
 


마을만들기는 밝은면이 활성화되어야
"최근 서피랑 일대에 얼마하던 터가 얼마로 올랐다는 말들이 무성하다. 그런데 그 얼마라는 게 터무니가 없는 것이다. 경치가 좋은 곳에 찻집을 해야겠다며 외부자본이 들어 왔다. 그러나 그 부지에 사는 주민은 팔 의사가 전혀 없다. 자꾸 찾아와 "얼마 더 쳐 줄테니 안팔래요"라고 부추긴다. 이러기를 여러번 하고 나면 거기에 사는 사람은 욕심이 생기게 된다. 문제는 가격만 올라가고 매매는 없는 그런 상태가 발생한다"<명정동 주민>

안타깝기는 하나 행정에서 외부자금 유입을 말릴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마을만들기는 음과 양이 존재한다. 음보다는 양쪽을 활성화하여 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음이 생기지 못하게 할 수는 없다. 음의 비율을 적절히 조화해야 한다. 외지 자본을 무조건 배척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만 지역에서 꿀빵을 팔아도 지역민이 빨리 눈을 떠서 나서야 하는데 이곳에 사시는 대부분이 연세가 들어 경제활동에서 은퇴한 분이다. 그러니 자연히 음의 세력인 외부 자본 세력이 들어오게 된다.

행정과 지역민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서울 이화마을의 경우 결국 벽화를 지우는 사태까지 갔다. 마을만들기 사업을 하는 활동가들은 서울 같은 최악의 경우까지 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지금 서피랑주민들은 동네에 관광객들이 온다하니 좋아들 한다. 마을이 유명해지니 자신들이사는 서피랑이 TV에도 나오고 그동안 소외받는 마을이 사회에 참여가 된다는 것에 즐거워하고 있다.

나중에는 서울 이화마을 같은 사태가 오지 않는다는 법은 없지만 김용우 서피랑마을추진위원장은 과거 동피랑벽화마을을 조성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

동피랑마을 조성 때 관광객들이 많이 오니 홈페이지를 구축하려고 하니 동피랑이 들어가는 도메인을 1명이 싹쓸이 해 주민들을 위해 양보해 달라하니까 1개에 2천만원을 주고 사가라고 하더라. 그래서 결국 다른 이름으로 등록하게 된 경험을 소개했다.

서피랑에도 똑같은 일이 발생할 것에 대비해 명정동사무소에서 3년 동안 서피랑이란 이름이 들어가는 도메인 모두를 24만원을 들여 등록해 두었다. 동사무소에서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모두 마을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명정동공동체추진위원회서 공동체 복원
서피랑은 다른지역 마을만들기와는 다른 특징이 하나 있다.

마을주민들이 다 같이 한마음이 되어 같이 살아보자는 취지로 구성된 '명정동공동체추진위원회'라는 특별한 공동체가 있다. 이 공동체추진위원회는 "마음을 열고 어느 동네에서 뭐하는 사람이든지 서로 인사를 나누고 마을을 터놓고 지냅시다"라며 모두 함께 참여하기를 바라고 있다.

마을만들기를 추진하는 입장에서는 공동체 회복에 주안점을 두고 되도록 상업적으로 안갈려고 노력하지만 늘 고민이다.

마을만들기 사업은 착공이나 준공개념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하는 사업이다.

서피랑마을만들기는 대부분 공모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사진찍기 좋은 곳 4천만원, 새뜰사업 23억원, 피아노계단과 음악정원 공원에 1억6,700만원, 2016올해의 관광도시사업 4억원, 김윤근 전도의장 지원사업 2억원 등 총 31억원이 서피랑에 투입되고 있다.

아름다운 경치와 불모지로 남아 있던 서호 벼락당에 피아노 계단과 음악정원으로 만들어 내고, 낙후된 4통 지역을 서포루에서 뷰가 될 수 있게 끔 23억 투자해 도로 등을 내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또 한가지 박경리 생가를 중심으로 골목을 어록화하고 윤이상 선생 학교가는 길을 정비하고 있다. 동피랑이 그림이라면 서피랑은 어록과 문학골목으로 특성화했다.

다른 사업은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오지만 윤이상 선생 학교 가는 길은 도천동과 연계하여 추진하는 사업이다. 도천동 윤이상 생가에서 해방다리~가죽고랑을 잇는 구간을 단장하는 것이 범주가 넓고 사업비가 부족해 뛰엄뛰엄 완공하다 보니 스토리텔링이 부족한 실정이다. 앞으로 윤이상 선생의 학교가는 길에 주안점에 주고 추진할 계획이다.

윤이상 선생은 12개 학교의 교가를 작곡할 정도로 세계적인 음악선생이다. 이 지역에서는 동심을 가꾸어 나가는데 자랑스런 음악선생님으로 기억하고자 한다.

김용우 서피랑마을만들기 추진위원장은 "마을만들기 사업을 추진하고부터 주민들이 많이 바뀌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외형적으로 바뀌는 게 문제가 아니고 주민이 합심해서 너도나도 망치질을 한 번 해도 같이하는 마을, 그게 이야기거리가 되고 자랑이 되는 마을만들기가 되어야 한다"고 늘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몇사람, 관심 있는 몇사람 뿐이다, 동민이 아니더라도 다른 곳에서 각종 아이템을 주는 분들이 있으나 정작 동민이면서 안움직이는 사람이 있다. "쓸데없는 일을 한다" 며 시샘하는 이도 있다. 그러다보니 행동에 제약이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지금의 동장이 있을 때 일이 잘되지만 동장이 가버리면 누가 주체가 될 것이고 주민들이 따라 줄 것인가에 걱정이다. 가장 걱정이고 미흡한 부분이 주민들이 끌고 가는 동력체를 길러내지 못한 부분이다. 마을공동체운동추진위원회에 맡겨 놓고 있지만 열정이 부족하여 앞으로 부족한 주민의 동력체를 활성화 시키는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마을만들기는 끝이 없기에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야겠다고 다짐한다.

전남도에는 간사제도를 활용하여 마을만들기가 활성화 되고 있다. 대부분이 의제 21에서 추진하는 곳이다. 통영은 지역의 각종 의제를 설정해두고도 이를 추진해 나가는 '의제 21'을 해체해 버렸다. 경남도에 유일하게 의제가 없는 지자체이다. 마음을 열고 함께 일하는 좋은 단체인데도 이를 해체해 아쉬움이 남는다.


공동체 활성화로 건강한 마을만들기
서피랑 공동체가 조금씩 복원되고 있는 느낌이다.

명정동은 인구가 3,800명에 불과하다. 그런데 시의 동민행사시 어느 지역보다 많이 모인다. 최근 열린 어울림 한마당에 500명이 모였다. 시민의 날에도 다른 동네에는 30명이면 명정동은 50명이 모인다. 작은 동네인데도 많이 모인다.

어르신들의 바람쇠기의 사업인 '서피랑 한 바퀴'는 어르신들이 명정동 공동체의 깃발하나에 따라 나선 것을 보면 공동체가 회복되어 가는 모습이 보인다. 시나브로 조금씩 원하는 세상으로 회복되어 가는 느낌이다. 이러한 것을 종합하여 지난해 10월 제13회 전국 주민자치박람회에 '재미나게 살아보자 서피랑(명정동)마을 만들기' 사업이란 테마로 지역활성화 분야에 출품하여 우수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현장텃밭을 시작으로 99계단조성, 서호벼락당 꽃동산 조성, 인사하는 거리 조성 등을 통하여 마을 주민들이 하나가 되는 지역 공동체를 형성하여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보물들을 하나하나 발굴하여 가꾸어 나감으로써 주민스스로가 주민자치시대의 본보기로써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간 부분과 민.관이 협력하여 지역사회에 기여한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마을이 발전된다고 하니 지역민들의 기대심리가 크다. 부동산값이 오르니 우선은 좋아한다. 끝까지 좋아질지는 주민모임에서 잘 통제를 해야 한다. 행정이 주도하다보면 담당자가 바뀌면 흐지부지 되는 우려가 있다. 의욕적인 동장이 있을 때는 무난하지만 가버리면 어찌할 것인지 걱정이다.

그러나 주민공동체의 강력한 동력체가 만들어 지면 행정과 협치하여 건강한 마을만들기가 잘 굴러 갈 것으로 보인다.

동피랑과 서피랑은 같이 가야하는 공동체
동피랑과 서피랑의 차이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단번에 "같다"는 답이 돌아온다.

얼마전 서피랑의 모습을 담은 사진전을 동피랑에서 하기로 하고 일을 추진했으나 정작 전시를 못하게 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정말 가습이 아팠다. 먼 남북한, 영호남이 아닌 작은 통영안에서 서로 나누는 게 답답했다고 한다. 회의를 거쳐 먼저 명정동에서 모든 것을 안기로 했다. "우리가 안고가면 저쪽이 더 미안해 할 것이다. 아니면 언젠가 미안한 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철수해 강구안과 여객선 터미널에서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동피랑과 서피랑은 한 지역안에 있다. 동포루와 서포루 있다. 마차의 수레바퀴 같이 오른쪽 바퀴가 쇠바퀴이면 다른 쪽 바퀴는 나무바퀴로 서로 협업하면서 굴러갈 수 있게 해야 한다. 동피랑이 그림이라면 서피랑은 어록과 문학위주이다. 삼도수군통제영 안에 동피랑, 서피랑이 함께 명소가 되는 것이다. 두 곳 다 경치가 좋고 재래시장까지 끼고 있다. 닮은 점이 너무 많다.

서피랑 구경가기 위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많이 물어본다.

그래서 최근 마을지도를 스카프에 그렸다. 오는 22일 미술실기대회 때 나누어줄 계획이다.
나비를 따라가면 서피랑 명소 나와 서피랑 가는 길은 다른 동에서 시작하는 길이 많아 안내판을 곳곳에 설치했다. 서피랑 가는길은 손바닥 만한 나비가 길을 안내한다. 나비를 따라가면 서피랑 꼭대기가 나오고 박경리 생가가 나오고 어록 골목과 99계단 등 서피랑의 명소가 나온다.

나비가 안내자 역할을 하는 것은 박경리 선생의 '나비야 청산가자'는 시제목과 윤이상 선생이 고국에 돌아오지 못한 채 한이 된 것을 다큐로 제작한 '나비의 꿈'에서 나비를 안내자로 선택했다.

마을이 알려지면서 이제는 마을 해설사가 필요해졌다. 마을해설사는 마을 분들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는 해설사들을 양성할 계획이다. 할머니 바리스타를 양성해 봉사도 하고 용돈도 벌게끔 명정동노인정을 개조해 책고 읽을 수 있고 커피도 파는 커뮤니센터로 바꾸었다.

북포루로 가는 초입에 마을지원센터를 리모델링하여 어르신과 마을만들기 추진위원회들이 아이템 창출하는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가능하면 통영에서만 있는 각종 아이디어 상품을 팔 계획이다. 이미 이장원씨 등이 통영만의 수조도 등, 수조도 자게 명함집, 나비모양의 냉장고 메모지, 찻잔, 손수건 등 예쁘게 제작된 다양한 상품이 이미 선보이고 있다.

열려있는 마을만들기를 하다보면 마을이 변할 것으로 믿는다.

피아노계단은 독특하게 설계됐다. 다른 곳에는 그냥 소리만 나는 형태이지만 서피랑 피아노계단은 3옥타브를 낼수 있도록 설계되어 피아노 연주대회를 할 수 있다. 핸드벨 같이 발로하는 피아노연주대회를 계획하면 전국적인 이슈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서피랑은 벼락당, 사창가, 못살던 곳, 매몰돼 사람 죽은 곳이라는 슬프고 어두운 인상을 주는 곳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명정동 주민이 합심해 밝은 동네 살만한 동네, 살맛나는 동네로 탈바꿈해 가고 있다. 열심히 공동체 추진동력을 만들고 있는 만큼 좀 더 긍정적인 눈으로 바라봐 주고 서피랑도 아름답다는 인식이 들게끔 통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어 주었으며 하는 바람이다. 이러한 모든 것들은 어차피 주민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기에 작은 것이라도 서로 마음을 보태어 함께하는 마을로 만들어 갔으면 한다.

올해 해돋이 행사를 처음으로 서포루에서 열었다. 너무 많은 인파가 찾아 새로운 해돋이 장소로 떠올랐다.내년 해돋이 행사를 성대하게 개최하여 새해 해돋이 행사를 계기로 서피랑이 한 번 더 부흥하는 마을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다짐한다.    

본 취재는 경상남도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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